[커버스토리] 올바른 치과전문의제 정착을 위한 쟁점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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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올바른 치과전문의제 정착을 위한 쟁점과 과제
  • 편집국
  • 승인 2004.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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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건너간 ‘소수정예’! 대안은 있는가?


첫 수련의 정원 확정
2008년도 치과의사전문의(이하 치과전문의) 배출을 위한 첫 신규 인턴수련치과병원 지정 및 전공의 정원 배정이 완료됐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7일 발표·통보한 바에 따르면, 전국 26개 치과병원 293명이 첫 수련의로 배정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이번에 지정된 인턴치과병원으로는 서울대 치과병원을 비롯한 11개 대학치과병원과 고려대 의과대학부속구로병원 치과 등 9개 대학부속병원, 구을담치과병원 등 5개 치과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이며, 배정된 293명의 수련의는 2004년 졸업예정자의 35%에 이른다.

지난 수 십 년간의 갈등과 구체적인 시행령 및 시행규칙 마련을 위한 작년 한 해 동안의 지리한 대립, 수련병원 실태조사를 둘러싼 수련병원 지정기준 및 첫 수련의 정원 폭을 둘러싼 갈등 등…치과전문의제의 첫 단추를 꿰기까지의 무수한 논란은 결국 35%라는 수련의 선발로 일단락 된 셈이다.

막판까지 이어진 갈등은 “병원 운영의 생사가 달린 문제”라며 싼 값에 고급 인력을 부려먹는 지금까지의 관행을 정당화하려는 이익집단의 압력에 맞서 올바른 치과전문의제를 위해 모든 기득권을 포기한 대의원총회 결의사항을 관철하기 위한 투쟁의 산물이었다. 때문에 수련의 정원 35%라는 결과는 소수정예 원칙을 지키기 위한 그간의 무수한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어쩌면 허탈하기 그지 없는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같다.

흑자는 “소수정예는 이미 물 건너갔다”며 한 숨을 짓기도 한다. 35%의 수련의 중 8%를 걸러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쟁점은 ‘8% 소수정예 원칙이 지켜지기 힘든 복지부 확정안이 향후 가져올 파장과 혼란’이 아닌 그 반대급부에서 불거지고 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수련의를 더 늘려라”는 것이다.

35%도 적다(?)
‘2004년도 인턴수련병원 및 인턴정원’에 대한 복지부의 확정안이 발표된 이틀 후인 지난달 9일, 치과전문의제도시행위원회(위원장 안성모, 이하 시행위)는 복지부 안의 수용 여부와 향후 대처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서 시행위는 여러 논의가 오고갔지만, “복지부 안을 일단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으로 결론지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확대 신청한 치과대학병원 인턴 정원이 2003년 인턴 수로 조정되고, 5명 이상을 요구한 일반치과병원이 대부분 1∼2명으로 배정된 것을 제외하면 복지부 확정안이 애초 시행위가 전달한 안과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국·공립병원 예외조항 인정’과 ‘구강외과 단일과목 인턴수련병원 지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향후 제도 보완·개선의 과제로 남겨뒀다.

여기서 이 두가지 문제에 대해 시행위가 “가처분 신청을 낼 경우 명분 없는 감정적 대응일 뿐”이라고 일축했으나, “제도 보완에 나서겠다”고 밝힌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공립병원 예외조항 인정”은 돌려서 말하면, “수련의를 35%에서 더 늘려달라”는 요구이며, ‘구강외과 단일과목 인턴수련병원 지정’ 또한 기준인 5개 과목 이상을 갖춘 병원의 수련의 35% 이외에 별도의 구강외과 수련의를 더 뽑게 해달라는 요구인 셈이다. 시행위 안성모 위원장에 따르면, “국공립병원의 경우 수련병원실태조사에서 모두 탈락해 정부에서 요구한 사항이며, 단일과목은 올해가 첫 해라 요구한 것이고 내년부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복지부 장관이 “첫 해부터 예외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단호히 거부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향후에 이런 요구들이 또 다시 제기됐을 때 받아들여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시행위 착오의 파장
수련병원 지정에서 탈락한 전국 23개 병원들이 구성한 ‘전국치과전문의 수련기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달 10일 성명을 통해 “처음에 인턴수련병원과 구강외과 단일과목 수련병원을 분리해 지정신청을 받았는데, 법 해석상 문제가 있었다면, 다시 재신청을 받았어야 옳다”며, 그럼에도 “단과 수련병원 지정 신청 병원을 어떠한 구제 조치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수련병원에서 탈락시킨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비대위는 “치과대학병원의 수련의 정원이 줄지 않는 한 아무리 기준 요건을 갖춘다 하더라도 우선 퇴출대상이 되는 등 현실적으로 인원배정을 받는 게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그럼에도 “대한치과병원협회(이하 치병협)에서는 치과대학병원의 이익만 대변하고, 내년에는 배정해 주겠으니 가만 있으라는 지키지도 못할 회유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비대위의 이러한 불만은 향후 복지부에 대한 행정소송과 치병협 탈퇴로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애초 구강외과 단일과목 조항에 대한 시행위의 착오가 좁게는 치병협 넒게는 치과계 전체의 분열로, 그리고 치과전문의제 소수정예 원칙을 더더욱 지키기 어렵게 만드는 수련의 정원 증가의 압력으로 표면화되고 있는 것이다.

비대위의 불만이나, 수련치과병원이 서울이나 수도권에 편중돼 지역간 불균형이 심화된다는 지적 등은 향후 치과전문의제의 평탄한 진행을 위해 현명하게 풀어야 할 문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를 국공립 예외 인정이나 구강외과 단일과목 인턴수련병원 지정 등 수련의를 더 늘리려는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예견되는 최악의 시나리오
다시 본론으로 되돌아와 보자.
수련의를 더 늘리고, 배정된 수련의를 확보하기 위한 치과병원들의 알력다툼과 압력을 뒤로 하고 향후에도 그대로 35%의 인턴을 선발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물론 이 가정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건치 정책연구회 곽정민 회장권한대행은 “시행 첫 해라 미처 준비를 못했지만, 내년부터는 5개 진료과목 등 기준 요건을 갖춘 기관들이 상당히 늘어갈 것이고, 수련의를 늘리라는 압박도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한 “이번 수련병원 선정에 예치과 같은 개인병원이 5개나 포함됐기 때문에, 치과병원이 점차 증가하고 개인병원 또한 대형화되는 추세에서 수련의 확보를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견한다.

그럼에도 지난달 시행위 회의에서 안성모 위원장이나 최동훈 법제이사가 “치협 대의원총회 결의사항인 8%를 2008년 전문의 배출시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하고 또한 치병협 장영일 회장도 “8%를 무조건 지키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소수정예 원칙은 지켜질 것이라 믿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지킬 것이냐 이다.
시행위 측에선 3가지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수련의 확보를 위해 많은 치과병원들이 경쟁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레지던트 선발 때 1차적으로 수련의를 나누거나 점차적으로 수련의를 줄이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전문의 자격을 애초 포기하고 단지 수련만을 받기 위해 수련의가 된 학생은 없을 것이라 판단되기 때문이다.

즉, 현재로서 8%를 추려내는 방법은 최종 자격시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를 위해 시행위에서는 향후 전문의 자격시험과 관련된 연구위를 구성하고 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태세다.
그러나 강릉 치대 정세환 교수는 “양방의 경우 수련의의 95% 이상이 전문의 자격 시험을 합격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시험을 통해 걸러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설사 8%를 걸러냈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발생한다. “똑같이 수련을 받고 실력도 별반 차이가 없는데, 누구는 자격이 주어지고, 누구는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누가 가만있겠는갚라는 건치 김용진 사업국장의 질문처럼, 자격을 받지 못한 수련의들의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결국 35%가 그대로 수련을 받게 된다면, 전문의 자격을 받지 못한 수련의의 강한 반발, 별반 수습책을 강구하지 못한 채 전부 전문의 인정, 소수정예를 위해 모든 기득권을 포기했던 일반 개원의의 반발, 치협 대의원총회에서 소수정예 원칙 포기와 ‘전면 전문의제’ 도입, 구강보건의료전달 체계 붕괴라는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대안은 무엇인가?
8% 소수정예는 올바른 치과전문의제 도입과 구강보건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는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세워낸 전 치과의사들의 합의사항이다.

4년 후에 닥쳐올 혼란을 강건너 불구경, 눈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일관하는 자세는 이제 버려야 한다.
인턴 정원의 80% 선에서 레지던트 선발, 치과전문의 필요도(의료율)에 따라 수련의 과목별 배정, 구강외과전속지도전문의 2인 이상 확보 기준 철저히 관철, 느슨한 시행규칙 강화, 시행위 재구성 등 8% 소수정예를 지키기 위한 방법은 아직 남아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올바른 치과전문의제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가 관건일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 전 회원이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어떻게 가다듬을까 모든 힘을 집중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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