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길을 헤매는 것'의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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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길을 헤매는 것'의 재미
  • 김광수
  • 승인 2016.03.15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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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의 중국기행④] '상해 시립 박물관'과 '예원'

여행 도중 길을 헤매는 김광수 원장의 여정에는 여행지를 둘러보는 재미와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이 함께 담겨 있다. 목적지를 찾은 여정, 그 와중에 잠시 만난 사람들과의 기억이 김 원장의 여행을 더욱 재미있게 만드는 힘일지 모른다. 상해에서 그가 찾는 이번 여행지는 '상해 시립 박물관'과 '예원'이다. -편집자-

▲여행 지도

여행 시 나는 나쁜(혹은 좋은) 버릇이 있는데, 지도와 내 방향감각, 거리감각을 지나치게 믿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늘 고생한다. 지도에서 보면 잠깐이면 갈 거리의 목적지가 결국은 가도 가도 안 나오거나, 혹은 험지로 나오거나 하는 식이다. 날은 덥고, 짐은 무겁고, 다리는 아프기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지도를 너무 믿지 말자", 혹은 "지도에서의 거리를 만만히 보지 말자" 등의 교훈을 얻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실수한다. 여기서 실수란 곧 ‘한없는 고생’을 말한다. 게다가 지도가 틀려 있을 때는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한때는 지도에 북문이 남문으로 표시되어 있어서 엄청나게 돌아간 적도 있었다. 송나라의 수도 카이펑에 있을 때였다.

그래도 그 와중에 운 좋게도 목적지가 바로 나올 때가 있다! 혹은 지도나 자료에서 틀린 점도 발견할 수 있다. 또, 헤매다가 뜻밖에 좋은 장소에 당도하기도 한다. 전혀 표시도 설명도 안 되어 있는 곳인데도 매우 좋은 장소와 풍경, 분위기가 있다.

상해 시립박물관을 가는 길

그날 박물관을 찾아 가는 날도, 지하철 인민광장 역에서 내려서 공원을 가로질러 가면 박물관이 나오리라고 생각했다. 가도 가도 안 나와서 주변 사람에게 길을 물었더니 간단하게 그냥 저쪽이라고, 잠깐 가면 된다고 해서 좀 더 가 보았다.

다시 박물관에서 나오는 듯한 일행에게 길을 물었다. 딸로 보이는 젊은 아가씨가 이래저래 말을 걸었다.

“박물관 가나? 사람 너무 많다. 고생 많이 했다” “박물관 가지 마라, 고생한다. 거기 아니고도 좋은 데 많다”라고 말하다가 “한국사람이세요? 어머 한국사람이래! 사진 찍어줘요. 중국 언제 왔어요? 어디 어디 가 봤어요? 나 서울 가봤어요!”라고 계속 말하면서 놓아 주지를 않는다. 결국 그 아이의 엄마가 “야, 그만하고 빨리 와!!”하고 재촉했다(웃음)

그렇게 해서 박물관을 찾아갔는데, 사람이 별로 없어서 괜한 걱정을 했지 싶었건만, 사실은 그게 박물관이 아니고, 무슨 상해개발기념관이란다. 시간을 버린 다음에야 그 사실을 알고, 옛날 상해거리 사진 한 장 찍고, 다시 이동했다.

▲상해박물관에 도착했다

이윽고 박물관 앞에 당도하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강남은 비가 많은 지역이다. 비 때문에 박물관에서 더 오래 지체했다. 그리고 비 온 뒤 끝이라서 예원의 경치는 더욱 좋았다. 박물관에 들어가니 비가 막 오기 시작했다.

▲장족(티벳족) 탈의 모습

박물관에는 티벳 탈들을 모아 놓았는데, 생김새가 우리나라 탈과 똑같았다. 다만, 티벳 탈들은 우리나라 탈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해골 모양이 많다. 벽사, 삿된 귀신을 쫓느라 그랬을까? 귀신과 해골은 오히려 사촌지간 아닌가?

▲바닷가 소수민족의 생활상을 재현했다.

박물관 한쪽에는 바닷가 소수민족의 생활상을 재현한 모습도 있다. 물론 상해도 바닷가고 강소‧절강성이 중국에서는 해안선이 가장 긴 지역이지만, 그럼에도 중국 부족 중 해양 부족은 거의 없다.

또한, 중국인들은 바다의 동식물은 거의 안 먹는다. 생선을 먹어도 잉어, 이런 것들이다. 미역이나 김 등도 거의 안 먹는다. 그래도 요즘 한국인들이 김 먹는 법을 중국인에게 알려준 덕분에, 김이 중국인에게 인기식품이 됐다(내 동생이 김 장사를 한다).

▲장족(티벳족) 존승 불모 도금 동상

이곳은 상해 시립박물관이다. 중국은 대개 성마다 박물관이 하나씩 있다. 중국의 성은 거의 우리나라만 한 크기와 인구이므로 그것도 당연하다. 상해는 당연히 성급이니까(경기도나 서울시에 해당하니까), 박물관이 있다.

상해 시립박물관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중국이 산업화를 거듭하던 1994년에, 즉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 야심차게 지은 곳이다. 중국에 지어진 박물관 중 가장 크다. 그도 그럴 것이 상해는 중국에서 가장 발달한 부자 동네 아닌가.

비가 많이 와서 본의 아니게 박물관에서 오래 머물렀다. 비를 맞더라도 나가자고 해서 나갔더니 바로 우산 장수가 다가왔다. (나중에 보니 중국은 비만 오면 어디서 나왔는지 우산장수가 바로 짝 깔린다).

“지 콰이(얼마)?”

“스으 콰이(10 위안= 1800원).”

중국에서는 웬만한 간단한 것은 그냥 다 "스으 콰이"다. 철로 변에는 가판대 장수들이 늘어서 있는데, 웬만하면 다 스으 콰이짜리들이다. 10 위안이 싸기는 싼데, 따지고 보면, 일본에도 경제불황이 오래(버블이 꺼진 지 30년)되어 100엔 샵이 많이 생겼다. 100엔이면 1100원이다. 그러니 100엔이면 중국의 10위안보다도 훨씬 싸지 않은가. 물건들도 별 차이 없다. 그런 걸 보면 일본 사람들이 매우 가난한 것이다. 불쌍한 사람들.

우리나라에서도 다이소 물건들이 가장 싼데 (정말 싸서 주위 상권에 피해가 막심하다고 한다)그 다이소가 바로 일본에서 호황을 누리는 매장이라니, 일본 사람들이 확실히 가난하다. 이코노믹 애니멀이라고 하던 때가 언제였던가.

발톱을 '세 개'로 고친 담장 위 '용'

지하철을 타고 예원 역에서 내렸으나, 역시 예원을 찾기는 한참 걸렸다.

예원 주위에 ‘예원샹챵(관광지 상가들)’이 너무 빽빽하게 들어차 있고,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서 정작 예원의 위치는 파묻혀 버렸다. 뭔 관광객이 이리도 많고 뭐 그리 살 게 많은가. 확실히 상해가 돈이 넘쳐나기는 하나보다.

각설하고, 예원(豫園)은 상해의 대표적인 강남정원이라고들 한다. 1559년 청나라의 반윤단이 그 아버지를 위해서 18년 동안 건설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반윤단의 세도는 막강하여 황제만이 사용할 수 있는 용 장식으로 담장을 처리할 정도였다. 그 300년 후 홍수전이 일으킨 태평천국의 난 때 예원이 지휘본부로 사용됐다고 한다.

이제 들어가자. 돈 내고.

▲예원의 내부. 화려하다.
▲이게 무슨 짐승일까? 중국에는 건물 앞을 지키는 짐승들이 있다. 아이들이 그 위에 올라가 논다.
▲예원의 담장 위 용. 발톱이 세 개다.

1559년 예원을 만든 반윤단이 아버지를 위해 담장 위 용을 만들었다. 사실 용은 황제가 아니면 쓸 수 없는 것이다. 본인은 황제 못지않은 권력을 누렸기 때문에 그 권력을 과시하느라고 호사를 부린 것인데, 정적들이 그것을 갖고 역모의 의도가 역력하다고 물고 늘어졌다.

결국 반윤단은 꼬리를 내리고, 용의 발톱을 세 개로 만들었다고 한다. 황제만이 다섯 개의 발톱을 쓸 수 있다는 변명으로.

▲때는 여름인지라, 가는 곳마다 연꽃이 피어 있었다.
▲물이 가득한 정원의 모습
▲전형적인 중국 남방 건축양식의 정원이다.

예원 내부를 둘러본 다음 국수 하나 사 먹고 지하철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은 일찍 홍챠오 고속철도 역으로 나가서 소흥(샤오씽)으로 가는 고속철도(KTX 같은 것. 중국에서는 까오티에- 고속철도, 줄여서 고철-高鐵이라고 한다. G라고 표시)를 탈 예정이다.

▲숙소 내부의 모습

숙소로 돌아오니, 젊은 애들이 당구를 치고 있다. 내 침대 아래에는 떡대가 좋은 놈이 들어왔는데, 독일 놈이라고 한다. 고독한 여행자 중에서는 독일 애들이 제일 많다. 어디서 왔느냐니까, 프랑크푸르트란다. 고1 때 독일어 교과서에서 배운 프랑크푸르트 공항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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