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전문과목 신설 아닌 임의수련자 경과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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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전문과목 신설 아닌 임의수련자 경과조치
  • 전양호
  • 승인 2016.06.0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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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올바른 치과전문의제 실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전양호 집행위원

치과의사전문의제가 큰 변화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지난 5월 23일 복지부는 임의수련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경과조치의 허용과 통합치의학과의 신설을 골자로 한 ‘치과의사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치협 집행부가 임시대의원 총회를 통해 임플란트, 심미치과 등 경쟁력 있는 전문과목의 신설을 통한 미 수련자의 경과조치를 담은 소위 3안(집행부안)을 관철시켰지만, 복지부는 요지부동이다.

치협과 복지부는 공직의 이견과 비협조, 이로 인한 치과계의 합의 불발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이미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었고, 수많은 치과계 인사들이 지적해왔던 문제였다. 77조3항(전문과목을 표시한 치과의원은 해당과목의 환자만 진료)의 시행을 앞두고서도 각 과의 이해관계를 내세우는 통에 진료범위도 확정하지 못하고 공전을 거듭했던 학회와 교수들이 자신들의 진료 영역을 침범할 수밖에 없는 전문과목의 신설을 용납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치협의 담당이사를 비롯한 전문의제도의 주요 의사결정 참여자의 거의 대부분이 공직, 학회쪽과 긴밀히 연결돼 있고, 전문과목 신설은 치협과 복지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왔던 문제다. 치협과 복지부가 이러한 상황을 미리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다. 임의수련자들의 경과조치를 위해 미리 짜 놓은 각본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핵심은 전문과목의 신설이 아니라 5000여명에 이르는 임의수련자들의 경과조치다.

작년, 77조 3항 그리고, 해외 수련자들에 대한 전문의 자격시험 불 실시에 대한 두 개의 위헌 판결이 있었다. 77조3항 위헌 판결이 1차 의료기관에서의 전문과목 개설 제한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치과전문의제의 운명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만, 사실 제도 변화를 압박하고 있는 건 해외수련자에 대한 위헌 판결이다.

2013년 치협과 복지부는 전속지도전문의와 임의수련자, 그리고 통합치의학과 신설을 통한 미수련자들의 경과조치 시행을 골자로 하는 전면개방안(현재의 입법예고안과 동일)을 제안했으나 치과계의 반대로 좌절된 바 있다.

전문과목 신설은 2012년 6월 치협 공청회 자리에서 처음으로 제안됐다. 당시 법령 검토를 의뢰받은 김&장 법률사무소의 이우진 변호사는 임의수련자의 경과조치에 대한 헌법소원이 청구기간의 경과로 각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문과목을 신설하는 규정 개정과 그에 따른 부칙 개정을 통해 경과 조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실제로 2009년 전속지도전문의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은 청구기간 경과로 전원일치 각하된 바 있고, 임의수련자 측은 그 동안 단 한 차례의 헌법소원도 제기한 적이 없다. 승산이 없다는 것을 자신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해외수련자의 경과조치 역시 전문과목의 신설과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임의수련자의 경과조치를 요구하는 분들은 해외수련자의 경과조치를 시행하게 되면, 개인의 권리 침해에 대한 사유가 새롭게 발생해 위헌소송이 가능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든 다 받게 돼 있으니 당신들도 뭐든 받을 수 있을 때 받으라는 거고, 전문과목 신설은 우리가 아닌 당신들, 미수련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거다.

임의수련자 경과조치 위헌소송으로 가능할까?

전면적인 경과조치를 주장하고 있는 일부 임의수련자들은 이번에 안 되면 바로 헌법소원을 진행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 문제는 어떨까? 이들 주장대로 헌법소원을 하면 무조건 이들이 이기게 되는 걸까?

지난 2001년 한의계 역시 임의수련자들의 경과조치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됐고, 재판관 전원일치로 기각된 바 있다. 헌재는 판결문에서 “한의사 전문의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임의로 시행된 기존 수련과정에 대해 모든 기득권을 인정한다면 한의사 전문의의 과다배출로 인해 전문의제도가 목적하는 바를 달성하지 못할 우려가 있으며, 실제로 그러한 내용에 따라 수련이 행해졌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에 의한 검증이 어려운 상태에서 기존의 수련기간을 전문의 자격취득을 위한 수련기관으로 인정한다면 새로 전문의제도를 도입하는 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1998년의 역사적인(?) 재판에서 헌재는 “청구인들은 모두 현행 법령 하에서 치과전문의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따라서 청구인들이 치과전문의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교수들이 중심이 된 청구인들의 경과조치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전문의 제도의 기본 취지와 전문의자격에 대한 엄격한 요구, 교육과정에 대한 검증 가능한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해외수련자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에서도 ‘치과전문의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과 능력 및 국내 실정에 맞는 전문성 등의 제고’를 위해 해외수련자들에게 다시 국내에서 치과전문의 수련을 이수하도록 한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만에 하나 헌법재판소가 임의수련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이들 모두에게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임의수련 과정을 엄격하게 검증해서 제한적으로 자격을 부여할 수도 있고, 수련과정이 일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교육과정을 거치도록 할 수도 있다. 한의사 전문의의 경우처럼 수련기간이 부족한 경우 1년의 수련과정을 추가적으로 요구할 수도 있다.

확실한 건 임의수련자들이 헌법소원을 통해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미수련자들이 새로운 전문과목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 이상으로 지난한 일이란 거다. 그러니, ‘당신들 이제 어떻게 할 거냐?’ 라는 반 협박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전문의 중심의 치과의료체계는 우리의 대안이 아니다.

전면개방안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 전문의 중심의 치과의료체계가 현실이 됐을 때 우리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전문의 자격증을 받기 위해서는 2, 3년 동안 가족들과의 소중한 주말을 포기한 채 꼬박 보수교육에 매달려야 한다. 아마 꽤 많은 비용도 들어갈 거다. 적지 않은 나이에 또 다시 수험생으로 돌아가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그렇게 힘겹게 따낸 자격증이 나에게 그리고 국민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의료 소비자인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엄격한 과정을 거치지 못한 전문의 자격증이 국민들에게 인정받을 리 없다. 자기들끼리 이름 만들어서 마음대로 국가자격증 나눠먹는다고 욕이나 안 먹으면 다행이다.

치과의사들의 일반적인 예상과는 다르게 치과의료서비스 비용은 2000년대 들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국민총소득 대비 치과의사의 소득 격차 역시 2000년대 들어 오히려 차이가 커지고 있다. 그리고, 이 시기는 임플란트 시장이 급속도로 확장하고 치과병의원이 대형화, 고급화, 네트워크화를 추구한 시기와 일치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과의사들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바닥을 치고 있고,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치과의사들은 늘어만 가고 있다.

전문의 중심의 치과의료체계는 공존이 아닌 경쟁을 의미하며, 더 큰 조각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임을 의미한다. 그리고 수많은 누군가는 그 경쟁에서 패배하게 될 것이고, 국민들은 더 많은 의료비를 지출하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전문의의 양산이 아니라 양질의 일차의료가 기반이 된 치과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이다.

전문의 중심의 경쟁적 의료체계가 국민들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 메르스 사태를 통해 처절하게 경험한 바 있다. 국가도 의료계도 여기에 대한 반성과 함께 일차의료 중심의 의료체계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고 있다. 예방과 관리가 중심이 된 일차의료를 통해 경쟁력을 갖춰나가는 치과의사들 역시 늘어가고 있다.

우리만 뒤로 내달려서는 안 된다. 국민들과 괴리된 채, 공공의 이익을 도외시한 몇몇의 이익과 권리를 위해 모두가 퇴행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본 기고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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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호 2016-06-14 11:16:21
임의수련? 도대체 누가 만든 용어입니까? 듣기 매우 거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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