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치과학계의 미래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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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치과학계의 미래에 대한 단상
  • 정원균
  • 승인 2016.06.1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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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정원균 논설위원

필자는 예방치과학의 문외한으로, 이 분야에 치과의사의 기본적인 소양 이상의 식견은 없다. 하지만 치위생학과에 재직하고 있는 탓에 학문적 성격과 직무 영역에 유사성이 많은 예방치과학 및 관련 학계에 운명적 연대감을 느끼고 있다.

전국 대학 치위생(학)과의 교과과정 증에 예방치과학 관련 교과목이 가장 많을뿐더러 치과위생사 국가시험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치과위생사 중에는 예방치과학을 전공하고 싶은 사람이 아마 가장 많을 것이다.

예방치과학계가 발전해 그 외연이 확장되면 그 긍정적 영향이 치위생계에도 직간접적으로 미치게 된다. 지난 50년 동안 오늘의 치위생학계가 있기까지 예방치과학계의 역할을 실로 지대했고, 앞으로도 이러한 동반자적 관계는 지속적으로 확대 강화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필자의 조심스러운 소견으로는 우리나라의 예방치과학계가 최근 수년 사이에 점차 활력을 잃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 심히 걱정스럽다. 이런 우려가 괜한 것이라면 천만 다행이겠으나, 예방치과학계에 애정을 갖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근심어린 목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 현실적인 징표로 예방치과학 전공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싶다. 전국 11개 치과대학 예방치과학교실의 전임교수는 그간 25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방치과학계의 원로 교수 네댓 분께서 이제 몇 년 안에 속속 정년퇴임을 하실 예정이고, 더욱이 근자에는 예방치과학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몇몇 중견 교수가 이런저런 사유로 중도에 학교를 떠났다.

다른 분야의 치의학계에 비해 가뜩이나 왜소하고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는 예방치과학계가 이를 희생적으로 이끌어온 전공 교수의 이탈로 인해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사람을 잃는 것만큼 큰 손실은 없고, 이를 회복하려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걱정은 이들의 뒤를 이을 후속세대의 인적 자원이 어느 정도 준비돼 있느냐는 것이다. 앞으로 치과대학 예방치(과)학교실의 전임교수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예방치과 전문의여야 할 것이고, 여기에다 높은 수준의 연구업적도 겸비해야 하므로 그 문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치과의사 전문의 제도는 우여곡절 끝에 2008년부터 10개 전문과에 걸쳐 시행됐다. 이후 2014년까지 지난 7년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치과의사가 총 1,842명이 배출됐으나 예방치과 전문의는 2014년도에 처음 합격한 단 1명뿐이었다(대한치과의사협회,『2014 치과의료연감』).

그리고 올해에 추가로 3명의 예방치과 전문의가 배출됐으니, 2016년 현재까지 배출된 전체 치과의사 전문의 총 2,127명 가운데 예방치과 전문의는 불과 4명으로 그 비율이 0.18%에 그치고 있다. 필자가 수소문해 본 바로는 현재 예방치과 전문의 수련과정 중에 있는 치과의사는 4명 정도라고 하니, 연차별로 1명 정도의 예방치과 전문의를 배출하는 일도 그리 녹록치 않을 듯하다.

필자가 예방치과학에 과문하더라도 치과질환의 예방이 치의학의 토대이자 지향이라는 대원칙에는 이의가 없다. 이에 필자의 억측이겠으나 이 0.18%라는 수치가 우리나라 치과계의 미래를 가늠하는 희망지수일지 모르겠다는 재수 없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도 누구도 강요하지 않지만 차마 외면할 수 없는 일을 위해 쓸개를 씹으며”(박덕영 교수,『위기의 구강보건행정』, 건치신문, 2012년) 고군분투하고 계신 예방치과학계의 선후배 교수들께 경의를 표하고, 외람되지만 더 힘을 내셔야 우리 모두에게 희망이 있다고 강권하고 싶다.

예방치과학계가 융성해야 국민의 구강건강이 증진되고, 치과의사의 사회적 책무와 자존도 지켜질 뿐 아니라 치위생학계 역시도 상생 발전의 새로운 전망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본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수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치위생학과,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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