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건강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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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건강한 이!
  • 편집국
  • 승인 2005.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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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회 학생 구강보건 작문 부문 최우수작

지난 5일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대한구강보건협회가 주관하는 제38회 전국학생 구강보건 표어·작문·포스터 공모전 시상식이 진행됐다. 본 보에서는 이날 시상식에서 작문 부문 보건복지부 장관상(최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을 전문 게재한다.

온양온천초등학교 5학년 성채린

 

▲ 성채린 양이 지난 5일 열린 시상식에서 자신의 작품을 낭독하고 있다.
"성채린은 누런 이!"
"누런 이 회장!" 친구들이 또 나를 놀린다.

난 별명이 많다. 좋은 것도 있지만 '누런 이'는 정말 싫다. 엄마는 내가 그만큼 인기가 있어서 별명도 많은 거라고 하지만 난 정말 내 누런 이가 진짜 싫다.

텔레비전을 보다보면 하얗고, 예쁜이를 가진 연예인들이 너무 부럽다. 누런색에 들쑥날쑥한 내 이에 막 화가 난다.

'이만 예쁘면 나도 참 예쁜 얼굴인데….'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 연예인들 얘기가 나왔다. "야 있잖아, 이유리 언니 알지? 그 언니 무지 예쁘잖아. 근데 치아도 무지 예쁘거든" 나는 또 내 누런이를 놀리려고 하는 것같아서 자리를 피하려고 하는데 "이유리 언니 이는 수술한 거래"

코나 눈을 성형 수술하는 것은 알았지만 이도 수술을 할 수 있는지는 몰랐다. 괜히 가슴이 뛰었다. '내 이도 수술하면 예뻐질까?'

학교 끝나고 엄마께 치과를 들러서 가겠다고 전화 드리니 "왜 이가 아프니? 저번 정기검진 때 아무 이상 없었는데" 하시면서 "치과에 가기 싫어하는 네가 웬일이야?" 하신다.
의사 선생님이 아빠 친구여서 물어보기가 죄송했지만 지금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채린이 치료할 게 없을 텐데, 어디 보자" 하신다.
"저 그게, 아파서 온 게 아니고요. 이도 예쁘게 수술할 수 있다면서요? 제 이도 수술하면 예뻐질까요? 누런색이 하얗게도 되나요? 수술하는데 얼마예요?"
학교에서 오면서 생각했던 말들을 쏟아놓으니 선생님은 눈이 둥그래지셨다.
옆 침대 의자에서 대기하던 환자분도 나를 보려고 일어났다.

'내가 잘못한걸까?'
"어디보자"하시며 선생님은 내 입속을 살피셨다.
"그래 채린이 이가 누런 편이지?"

선생님 말씀에 나도 모르게 부끄러워 참으려고 했지만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선생님은 나를 상담실로 데리고 가셔서 따뜻한 녹차를 주시더니 "채린아, 예쁘고 하얀 이가 예쁘긴 하지. 하지만 난 누렇고 들쑥날쑥해도 건강하게 관리를 잘하는 네가 참 예쁜걸. 아무리 예뻐도 관리를 안 하면 미운 이가 되는거야. 하지만 넌 방학 때마다 빠지지 않고 정기검진도 받고, 잇솔질도 잘하고, 음식 섭취도 잘 해서 건강한 이를 갖고 있거든. 예쁜 이도 좋지만 아저씬 네 건강한 이가 더 좋아" 하시면서 등을 토닥여 주셨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난 이가 아팠던 적은 없었던 것같다.
'누런 이'라는 별명이 정말 싫지만 친구들의 썩은 이 보다는 내 건강한 누런 이가 더 소중하다는 걸 알았다.

저녁 때 들어오신 아빠가 웃으시며 "우리 공주 잇솔질 깨끗이 했어?" 하시며 웃는다. 치과 아저씨랑 만나셨나 보다.
난 괜히 창피해서 내 방으로 쏙 들어와 버렸다. 닦지 않아서 누런 이가 되었다면 창피한 일이다. 그러나 내 이는 원래가 약간 누런 빚깔이 있는 편이다.

이제부터 친구들이 누런 이라고 하면, "야! 누런 이지만 건강한 이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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