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왜 제주도에 의료개방을?
상태바
[특별기고] 왜 제주도에 의료개방을?
  • 편집국
  • 승인 2005.11.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설립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4일 제주도특별법 입법예고에 이어 제주도를 비롯한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일방적인 공청회 개최 등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건치신문에서는 제주도에서 제주특별자치도 공공성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제주도 공대위) 상임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허진영 제주 푸른치과의원 원장의 특별기고를 통해 제주도 현장의 목소리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앞으로 2회에 걸쳐 ‘왜 제주도에 의료개방을?’과 ‘노무현 정부에 대한 정책저항운동을 시작할 때다’라는 제목으로 연재될 다음 기고문들은 각기 한겨레신문 11월7일자 발언대와 오마이뉴스 10월28일자 사회면에 실렸던 기사들임을 밝혀둔다. 편집자 주
 

▲ 허진영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지난 4일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이 입법예고됐다. 사실 지난 2003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평화포럼에서 특별자치도 구상을 처음 언급한 이래 ‘특별자치도’는 제주 사회의 큰 화두가 되어 왔다. 제주도의 처지에서 특별자치도는, 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 이어, 정부로부터 ‘특별 지위’를 부여받을 ‘마지막 기회’라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그런 강박은 분권과 자치의 틀을 완성하고자 하는 특별자치의 문제를 철저히 규제완화적 시각에서 접근하게 했으며, 경제자유구역법에 뺏겨버린 국제자유도시법상의 이른바 ‘개방의 선점효과’를 되찾는 데만 열을 올리도록 하고 있다. 특히, 교육·의료의 영리산업화론은 제주도 전략산업론으로 위장된 채, 그런 강박의 핵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에서 교육과 의료를 영리산업화했을 때 한국 사회 전반에 끼치는 영향은커녕 제주도민의 삶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도 짚어보지 못하고 있다.

사실 교육·의료 영리산업화론은 적어도 지난해 제주도가 자체 특별자치도 기본계획을 내놓을 때만 하더라도 논의의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분권과 자치의 선도적인 모델을 만들려는 제주특별자치도의 개념이 지난 5월20일 정부안 발표 이후 개방과 영리산업화를 핵심으로  변질된 것은 참여정부가 말하는 분권의 가치가 이렇듯 국가의 산업정책 의도를 관철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제주도민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의료 영리산업화’다. 병들고 아픈 사람이 얼마나 수월하게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와 직접 닿아 있기 때문이다. 의료시장이 영리산업화할수록 의료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민간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율이 세계 유례없는 90%대에 이르고 의료기관들의 사적 영리 추구에 고삐가 풀린 상태다. 지금 제주도가 의료 영리산업화의 전초기지가 된다면, 아플 때 병원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제주도민은 얼마나 될까?

‘전국민 의료보장체계 실현’이라는 구호에서 잘 나타나듯, 참여정부 출범초기 의료부문의 기조는 ‘의료공공성 강화’였다. 그러나 지난해 경제자유구역법을 통해 외국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한 이후 ‘의료 영리산업화’로 180도 선회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배경에는 전경련, 병원협회, 국내 대기업병원 등의 줄기찬 요구가 개입된 흔적이 역력하다.

“돈 없어 병원 못가는 일은 없게 만들겠다”며 취임한 대통령이 이제는 “의료만큼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분야도 없다”는 발언으로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으려는 국내재벌들에게 결정적 힘을 실어주고 있는 형국이다.

제주도를 이른바 ‘이상적 자유시장의 모델’로 만들겠다는 제주특별자치도법은 이제 입법예고를 시작으로 초읽기에 들어갔다. 아직 의료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최종결정이 남았지만, 이의 결정권이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로 넘어간 이상 그 결과가 ‘전면적인 국내외 영리병원 허용’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전경련과 대형 보험회사, 대기업병원에 의해 주도되는 위원회의 구성에서 이는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다.

의료는 시장경제 정책의 대상이 아니다. 더구나 공공의료 비중이 10% 수준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 이를 산업화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은 국민의 건강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부는 국민의 삶과 죽음의 문제 걸린 의료마저 시장에 내주려 하는지, 그리고 왜 이를 ‘지방 분권’과 ‘자캄의 장밋빛 이름으로 제주도에 임상실험하려 하는지 먼저 답변해야 할 것이다.

허진영(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제주특별자치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상임 공동대표, 제주 푸른치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