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제주특별자치도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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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제주특별자치도의 진실
  • 편집국
  • 승인 2005.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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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에 대한 정책저항운동을 시작할 때다

돈이 없어 병원 못 가는 일은 없게 만들겠다던 대통령

“공공의료체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IMF위기 극복과정에서 경쟁논리가 휩쓸어서 생긴 문제 같다. 공공의료 수준이 10% 정도인데 30%로 늘리겠다.”(대선 후보 TV 사회․문화 분야 토론에서)

취임 당시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일은 없게 만들겠다’고 이야기할 당시의 서민대통령 노무현을 기억할 것이다. 많은 이들은 참여정부의 의료개혁과 공공의료 확충에 기대와 희망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 허진영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그러나 이러한 국민적 기대는 취임 2년 반이 지난 지금 ‘의료서비스의 경쟁력 강화’, ‘의료분야의 자본참여 활성화’라는 명분하에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영리병원허용, 진료비자율화'의 부메랑이 되어 국민건강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가장 관심이 가는 대목은 고급 소비수요가 많은 교육, 의료 분야다. 이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공공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개방과 경쟁을 통해 국내 의료서비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다는 방침이다. 의료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해 돈이 들어오게 해야 한다. 교육 분야도 개방할 것은 개방하고 규제도 풀 것은 과감히 풀어야 한다"(2005.2.24 취임2주년 국정연설)

"이 정권은 이전 과거 어떤 정권보다 의료의 상업화, 영리화를 급격하게 진행시키고 있다"며 "경제자유구역에 진료비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외국의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한 데 이어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적 검토와 준비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이 그 단적인 예"라고 보건의료단체가 지적하고 있듯이 참여정부의 "이런 일련의 정책은 세계에서 가장 영리적으로 운영되는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를 극한 상황으로 몰고 있다."

‘공공의료 30%, 건강보험 보장성 70%’라는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불구하고 현재 공공의료는 여전히 10%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나 참여정부 출범 이후 건강보험 보장성은 2001년 65%에서 3년째 축소, 악화되어 2004년 56%로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의료체계와 관련하여 긍정적으로 나아지고 있는 지수를 찾아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OECD국가의 평균을 상회하는 국민의료비 증가율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과도한 민간의존의 취약성에서 비롯되는 의료체계로 인하여 가계 부담이 증가하고 있고 국민 건강은 크게 위협받고 있다.

'마치 홍수 직전의 둑과 같이 위태로운 건강보험의 체계를 유지, 관리하는 것 이외에 이 정부가 국민건강을 위해서 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보건의료계의 자조 섞인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의료분야 만큼 국민경제에 보탬이 되지 않는 분야도 없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뒷받침하듯 지난 5월 정부는 ‘단계적인 영리병원 허용을 포함하는 의료산업 발전 방안’을 발표하였다. 물론 예의 ‘공공의료 30%, 건강보험 보장성 70%’라는 공공의료 확충방안을 끼워 넣는 절차도 잊지 않았다.

민간의료의 과잉, 시장화의 과잉으로 고통 받는 국민의료를 ‘병원의 기업화’와 ‘의료영역의 자본 이윤 창출 시장화’로 해결하겠다는 이 정부의 발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은 서막에 불과

정부의 ‘의료분야의 산업화, 선진화’ 정책 시행 의지는 작년 경제자유구역법 개정 과정에서 보건의료계의 반대를 일방적 힘의 논리로 밀어붙여 ‘외국병원의 내국인진료허용, 진료수가 자율화’를 관철시켰다.

당시 ‘국민 의료비 폭증, 의료이용 차별 심화, 공공의료의 위축’ 등의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하여 재정경제부는 ‘외국병원의 수가 적고, 지역적으로도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이런 안이한 정부의 판단도 문제지만 이것은 서막에 불과하였다.

제주특별자치도 기본계획안 의료분야 입안과정에 제주도는 없었다

지난 2003년 10월 제2차 세계평화포럼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은 제주도를 ‘특별자치지역’으로 지정, 육성한다는 구상을 발표하였다. 그 이후 제주도 차원에서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었고 제주도의 최초 안이 2004년 11월에 나왔다고 제주도 관계자는 밝혔다.

그러나 ‘당시의 초안에는 교육, 의료는 전략산업으로 전혀 고려 되지 않았다. 그런데 정부에서 (추진)하는 과정에서 교육과 의료, 관광을 핵심전략산업으로 하는 3+1 기본전략이 나왔다’고 말하였다.

소위 ‘3+1 핵심전략산업’ 구상안이 입안된 과정을 보면,
---2005년 2월 평화의 섬 지정 관련 대통령 직속 ‘동북아시대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교육, 의료 전략산업 가능성 최초 언급
---2005년 5월 초 정부, ‘단계적 영리병원 도입’을 포함하는 의료산업 발전 방안 발표
---2005년 5월 20일 교육, 의료, 관광과 첨단산업을 핵심전략산업(3+1)으로 하는 특별자치도 정부 기본 구상안 발표
---2005년 8월 30일 특별자치도 제주도 기본계획안 발표

제주도는 기본계획안 입안 과정에서 어떠한 의견 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또한 계획안 발표 후 단 보름 동안 관련 단체에 서면 의견 제출을 요청하고 자의적 판단에 따라 제주도의 계획안에 배치되는 의견은 배제함으로써 제주도의 장래를 결정할 중차대한 문제에 대한 도민합의 과정을 철저하게 무시하였다.

비도덕적이고 정당하지 못한 정부의 정책추진

8월 22일 제주도를 방문한 윤성식 ‘정부혁신 지방분권 위원장’은 ‘권한은 최대한 주되, 운영은 제주도가 알아서 하는 것이 정부 방침’이며 여기에 ‘3+1 전략은 지켜져야 한다’고 압박하여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 의료시장 개방, 영리화 정책 시행의 정부 책임을 특별자치도라는 미끼로 제주도에 떠넘기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제주도 관계자는 9월 초 기본계획의 당위성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하여 사실 상 특별자치도 기본계획안이 정부의 의지가 전적으로 반영되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주고 있으며 더 나아가 ‘특별자치도 추진의 기본 핵심이 교육과 의료이고 다른 것은 부차적이다, 의료는 핵심이 개방이다’‘법안에서는 최대한 개방하고 규제를 폐지한 후에 구체적인 시행은 도 조례로 정할 수 있다’는 빈약한 논리로 지역 의료계를 설득하려 하고 있다.

8월 30일 제주특별자치도 기본계획안 발표 이후 터져 나오는 도민사회의 문제제기에 대하여 제주도정 관계자들은 개방의 불가피성만을 앞세울 뿐 구체적인 해결방안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반대여론을 무마하기에 급급하다. 이는 기본적으로 소위 3+1 핵심전략이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내려와 급조된 것이라는 점과 각 해당분야 특히 취약한 제주지역 의료분야의 산업성장 가능성이 미미하다는 제주도의 판단과 배치되는 데서 나온다 할 것이다.

국가 의료의 위기는 곧 지역의료의 위기

지난 2003년 12월 [제주발전연구원]은 <제주국제자유도시의 보건의료 인프라 구축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제주도에 세계적 수준의 전문병원(민간 영리병원)을 유치하는 정책은 기존의 미약한 제주도의 의료체계마저 혼란에 빠뜨리거나 파탄시킬 것’이라고 보고하였다.

10%도 안 되는 외국인 관광객, 높은 체제비와 진료비로 인하여 제주도는 의료시장이 너무도 협소하기에 해외의료기관 유치는 현실성이 없는 반면, 기존 도내 의료기관의 영리화를 촉진하여 도민의 의료비 부담을 큰 폭으로 증가시킬 것이다. 외국기업의 투자환경 조성을 위한 목적이라면 제주대학교 병원을 수도권 수준의 병원으로 질을 높이고 외국인 전용진료센터를 개설, 외국인 진료능력이 있는 우수인력을 배치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제주지역의 의료 현실을 보면 제주의료원, 서귀포의료원의 경우 지역 거점병원화 하겠다는 정부계획과 달리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신축중인 제주대학 병원도 신축비의 절반이 부채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설, 인력 재투자는 커녕 현상유지하기도 힘들어 지역주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개방, 영리병원허용 논의에 앞서 공공의료를 획기적으로 강화할 계획이 먼저 실천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정부나 제주도의 구체적인 재정확보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공공의료 확충계획은 영리병원 허용 반대의견을 무력화시키는 무마책에 지나지 않음을 강력히 제기하는 바이다.

‘동북아 의료허브’의 환상을 버리고 실현가능한 정책을 수립해야

싱가포르는 우리나라보다 20배(국민 일인 당)나 많은 보건의료예산을 장기간에 걸쳐 투입하여 공공의료기관 비율 80%를 달성, 국민의료체계의 안정적 기반을 확보하면서 ‘의료허브’정책을 추진하였다.

겨우 10%를 넘기는 공공의료 비중과 54%에서 계속 악화되는 건강보험 보장성으로 싱가포르의 ‘의료허브’정책을 따라가겠다는 계획은 환상이며, 졸속행정, 무책임 행정, 주민의 건강을 포기하는 정책의 전형이다. 영리병원허용, 진료비자율화 정책은 주민 의료비 부담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켜 건강권을 파탄시킬 것이다.

참여정부에 대한 정책저항운동을 시작할 때

지난 10월 14일 제주특별자치도 정부추진위원회 회의에서 보건복지부의 강력한 반대에도 총리실, 재정경제부 등은 영리병원 도입 계획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영리병원도입, 진료비자율화 정책은 재벌병원,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일부 대학병원, 전경련, 대형 보험회사, 제약회사, 의료계 인사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이들은 대통령 직속 '의료산업 선진화위원회'의 주요 구성원이다.

참여정부의 영리병원도입, 진료비자율화 정책은 사실상 이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의료개방, 영리병원 도입 문제가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료체계를 위협하는 국민적, 전국적 사안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허진영(제주 푸른치과,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제주특별자치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상임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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