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양성평등,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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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양성평등, 무엇을 할 것인가?
  • 곽정민 논설위원
  • 승인 2004.06.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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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에 따르면 대학의 수업시간에 ‘개인의 성 역사’(love history)를 써오라는 레포트를 내 주면 남학생은 매춘의 경험을 써오고, 여학생은 성폭행의 경험을 써온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무엇을 시사하는가? 아마도 여학생을 성폭행한 남성도 대부분 주위의 남학생일 가능성이 많지만 그들은 자신의 행위가 여성에게는 성폭행이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거나, 중요한 일로 기억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동의하지 않은 성이 성폭력”이라고 한다면, 바로 동의의 과정을 남성과 여성이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이 일차적인 문제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여성이 남성과의 관계에서 경제적 정치적 심리적 억압조건을 초월하여 순수한 개인의 의지로 ‘싫다’고 말할 수 있는 권력관계를 가질 수 있는가, 가진 적이 있는가가 더 크고 구조적인 문제인 것이다. 성폭행 가해자는 피해여성의 연상 상급자나 스승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강력하게 “No”라는 의사표현을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권위적 성불평등적 분위기에서는 “나는 사회생활 부적응자”라고 선언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조차도 왜 성폭행을 당할 만한 상황에 자신을 두었는가라고 피해자를 책망하는 것을 흔히 본다. 이 얼마나 부적절한 행위인가? 절도를 당했다고 집에 고가의 물건을 두었다고 피해자를 탓하지는 않는다. 피해자에게 그런 언행을 하는 것은 본인이 철저히 가해자 중심의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고백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얼마 전, 치과계에 큰 물의를 일으켰던 성폭력 사건 가해자의 형(刑)이 확정되었다. 이제 다시는 그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이 우리에게 남겨졌다. 남성들에게는 도대체 성폭력이란 무엇인지, 자신들의 어떤 행위에 대해 여성들이 성적으로 모욕감을 느끼고 수치심을 느끼는지를, 여성들에게는 자신의 성적 결정을 어떻게 정확하게 표현할 것인지를 교육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그동안 받았어야 할 성교육이다. 그와 더불어 성폭력 예방교육과 사건 초기 대응을 담당할 ‘양성평등센터’를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이제 하늘의 반쪽인 여성이 건강하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은 개인의 바램을 넘어선 시대의 요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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