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에 로숭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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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에 로숭을 생각하다
  • 송학선
  • 승인 2016.08.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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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밝송학선의 한시산책 23] 하야억로숭夏夜憶盧嵩 여름밤에 로숭을 생각하다 / 위응물韋應物(당唐737~804)
(ⓒ 송학선)

하야억로숭夏夜憶盧嵩 여름밤에 로숭을 생각하다 / 위응물韋應物(당唐737~804)

애애고관모靄靄高館暮 어룽어룽 저물녘 높은 객사

개헌척번금開軒滌煩襟 마루를 열어 답답한 가슴을 씻는다

부지상우래不知湘雨來 호남성에 비 오는 줄 몰랐더니

소쇄재유림瀟灑在幽林 그윽한 숲에 비바람 쏟아진다

염월득량야炎月得涼夜 뜨거운 여름에 시원한 밤이 되니

방준수여짐芳樽誰與斟 향기로운 술잔 누구와 주고받을까?

고인남북거故人南北居 친구들이 남북으로 살아

루월간휘음累月間徽音 만날 좋은 소식 사이가 여러 달이다

인생무한일人生無閑日 인생은 한가한 날이 없어도

환회당재금歡會當在今 기쁜 만남은 응당 지금 있어야지

반측후천단反側候天旦 뒤척이며 해 뜨기를 기다리니

층성고침침層城苦沉沉 높은 성에 괴로움이 깊고 깊다.

위응물韋應物(당唐737~804)은 중국 섬서성陝西省 장안長安 출생의 시인입니다. 젊어서 임협任俠을 좋아하여 현종玄宗의 경호책임자가 되어 총애를 받았습니다. 현종 사후에는 학문에 정진하여 관계에 진출, 좌사낭중左司郞中, 소주자사蘇州刺史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그의 시에는 전원산림田園山林의 고요한 정취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으며, 당나라의 자연파시인의 대표자로서 왕유王維, 맹호연孟浩然, 유종원柳宗元 등과 함께 왕맹위유王孟韋柳로 병칭되었습니다.

시월에 제주도에서 성찰과 모색의 건치 어울림 소풍의 시간이 있다지요?

휘徽는 거문고 현을 고르는 자리를 표시하기 위해 거문고 앞쪽에 원형으로 박은 크고 작은 13개의 자개 조각을 말합니다. 그래서 휘음徽音은 맑은 소리, 아름다운 소리. 또는 영문令聞, 훌륭한 인물이라는 좋은 평판입니다. 그래서 친구 만날 좋은 소식으로 풀었습니다.

예전 건치신문 제호題號를 얻기 위해 원주原州로 무위당无爲堂 장일순張壹淳(1928-1994) 선생님을 뵈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건강한 사회’라는 옛 제호가 바로 선생님이 써주신 겁니다. 선생님은 동학운동을 우리에게 전하고 우리 미래의 삶을 버티게 해 줄 생명사상을 일깨워 주신 분이시지요. 선생님은 늘 엔트로피entropy 법칙을 강조 하시면서 ‘도道를 행行함에 있어 아낌 만 한 것은 없다’ 하셨습니다.

밥알 하나가 부처인 줄을 아는 아낌의 덕德이란 우주 법칙의 순 순환의 고리 영역이지요. 바로 도의 영역입니다. 이 세상과 내가 한 몸인 영역입니다. 함부로 버리고 쓰레기로 만드는 엔트로피 증가의 영역은 비가역적非可逆的 비순환적非循環的 파괴의 영역입니다. 비도非道의 영역입니다. 죽음의 영역입니다.

이 더운 날 뜬금없이, 상어지느러미 요리 같은 폭력적이고 사치스런 음식이 아니라 소박하고 속닥한 술자리가 그립습니다. 보고 싶은 사람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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