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0 신구세대가 논하는 ‘건치만년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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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0 신구세대가 논하는 ‘건치만년지계’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6.10.14 2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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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치, 제주 워크숍서 ‘성찰과 모색의 시간’ 가져…세대별 ‘조직 청사진’ 제시해 눈길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공동대표 김용진 정갑천 이하 건치)의 워크샵이 열린 지난 8일 오후 8시 제주 폴에이리조트에서는 ‘건치 어울림 소풍: 성찰과 모색의 시간’이라는 이날 주제에 걸맞게 세대별로 조직의 미래를 전망해보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세대별 대표로는 올해 입회한 신입회원인 정상 회원(공보의: 군산 선유도)이 20대 대표로 나섰으며, 서울경기지부 사업국장인 옥유호 회원이 30대, 광주전남지부 공동대표 이금호 회원이 40대, 울산지부 전 회장 김병재 회원이 50대, 7~8대 회장을 역임한 박길용 회원이 60대 대표로 자리했다.
 
이들은 작게는 주체 사업의 발전 방향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으며, 나아가 시대적 변화를 감지해 젊은 회원을 더 포용하고 이들이 융화될 수 있도록 울타리를 허물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오랜시간 건치가 지켜온 가치를 보전할 수 있는 새로운 역할을 발굴해 낼 것을 결의했다.
 
건치 신구세대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엘리트코스’로 입성한 20대 대표 정상 회원

“치의로서 삶 고민할 수 있는 건치이길 기대해”

▲정상 회원
건치라는 단체를 가장 처음 알게 된 건 학교에서 수불사업에 관한 발제를 준비하면서였다. 이후 본과 3학년 때 베트남평화의료연대 진료사업에 참여하면서 건치와 인연을 맺고 많은 선배들을 만났고, 작년부터 참치학교를 준비하는 파란의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건치 회원이 됐다. 소위 건치 엘리트코스를 밟고 들어왔다.(웃음) 이제 막 입회해서 과거와 현재에 대해 얘기하긴 힘들고, 신입회원으로서 바라는 이야길 하겠다.
 
이제 막 면허를 받고 사회에 나온 치과의사들은 항상 불안해하고 있다. 나는 건치가 이런 젊은 치과의사들을 좀 더 품에 안았으면 한다. “전문의제도가 바뀐다더라”, “개원이 점점 힘들어진단다” 들리는 소리는 많지만 해결하려는 노력들은 보이질 않는다. 우리는 명확한 불안감의 원인도 모른채 불안에 시달린다. 건치가 선배로서 후배들의 불안을 해소해 줄 자리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그래서 건치가 젊은 치과의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어쩌면 이건 먼 이야기일 수도 있다. 치과계에 특정 현안이 있을 때 곳곳에서 입장을 표명하지만 젊은 치과의사를 대변하는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다. 건치가 이런 매개가 돼주길 바란다.
 
내가 건치에 입회한 이유는 또 있다. 우리는 대학에서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술은 배우지만, 치과의사로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본 적이 딱히 없는 게 사실이다. 나는 건치라는 공간을 통해서 내가 치과의사로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어떤 치과의사가 될지 고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서경건치 ‘옥스타’ 30대 대표 옥유호 회원
“우리는 친목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옥유호 회원
친목질은 인터넷카페 신조어다. 어떤 카페들은 ‘친목질 금지’라고 써붙여놨다. 요즘 친구들이 친목질을 경계하는 이유가 뭘까. 친목질이 별로 좋지 않게 변질됐다는 것인데, 굳이 정의를 내리자면 몇몇에 의해 내부조직이 만들어지고 그것에 의해서 조직이 변질되고, 신입회원들이나 기타 회원들이 소외감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건치의 친목질이 그렇게 심각하다고 생각진 않는다. 그러나 친목질이 정말 시작되기 시작하면 고립화가 시작된다. 고립화가 시작되면 조직에서 몇몇 리더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사적인 이야기를 더 많이 하게 되고, 공조감을 잃게 된다. 그럼 한두 명씩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조직을 떠나게 되고, 조직은 서서히 망해간다.
 
우리는 미래를 꿈꾸는 조직이니 이런 수순을 피해야 한다. 아직은 건치가 친목질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건치는 친목질이 시작될 가능성이 꽤 큰 조직이다. 친목질이 잘 일어나는 조직의 요건을 따져보자. 하나는 다양한 연령층이 있다는 것. 또 하나는 오프라인으로 자주 모인다는 것. 그리고 하나는 오래됐다는 것. 바로 건치죠.
 
굳이 20~30대 젊은 회원이 아니어도 40~50대의 다양한 신입회원도 들어왔으면 한다. 또 젊은 회원을 더 끌어안고 가려면 지금 젊은이들이 ‘친목질을 꺼리는 이유’와 같은 그들의 생각을 이해해야 한다.
 
우린 회원이고 회원은 다 같은 회원이다. 사적으로 ‘형‧동생’ 할 수 있지만 건치에선 서로 경어를 쓰는 문화 가지길 바란다. 항상 공정성을 잃지 않고 다양성을 존중한다면 신입회원들이 더 마음 편히 지내는 건치가 될 것이다.
 
'변화의 시작' 40대 대표 이금호 회원
“다양성 존중하는 ‘건치 생태계’를 만들자”
 
▲이금호 회원
광전건치에서 회장 출마의견을 말할 때 나는 저수지 같은 건치를 만들겠다고 했다. 산이나 골짜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생물을 거부하지 않고, 다 받아들이는 생태계를 말한다. 그곳에선 모든 생물이 다 평등하다. 다 함께 살다 물이 많아지면 강이나 바다로 그 생물들을 흘러 보내는 그런 건치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저수지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홍수도 나고 천둥도 치면서 한 번씩 뒤집어줘야 하는데, 가뭄이 온 거다. 그러다보니 물이 고이고 부유물이 생긴다. 어떻게 하면 비가 오고 태풍이 불게 하나 고민을 해봐야 건치가 폭풍우를 부를 순 없다. 그건 사회가 만들어내는 것이니까.
 
건치가 처음 만들어질 때도 ‘87년 민주항쟁이라는 역사적 경험과 789 노동자대투쟁이라는 정치적 배경이 플랫폼이 됐었다. 건치가 앞으로도 시대적 변화를 감지하고 그런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여러 생태계를 구축해나간다면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거라 생각한다.
 
젊은 회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회적 변화를 중요하게 여기고, 거기서 우리 역할을 해나간다면 충분히 건치의 부흥이 올 것이다. 아니 꼭 건치가 아니어도 좋다. 뭐든 흐름을 준비하낟면 새로운 조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제2의 전성기’ 꿈꾸는 50대 대표 김병재 회원
“건치 멤버쉽 통해 지역시민사회운동 더 키울 것”
 
▲김병재 회원
울산건치가 타 지부보다 조금 늦게 출발하면서 18년동안 더 역동적으로 움직여왔다. 진료사업을 위주로 지역시민사회 운동과 결합하는 식으로 잘 해왔는데, 요즘은 좀 정체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울산건치 회원들은 대부분 시민사회 영역이나 지역치과의사회에서 각계 대표를 맡고 있다. 차여연대와 경실련이 합쳐져 울산시민연대가 발족된 이후에도 박영규 선생이 10년 넘게 대표직을 맡고 있다. 울산지역의 환경연합과 노무재단에서도 건치 회원들이 각 대표를 맡고 있다.
 
나는 15년 전에 만들어진 어울림복지재단을 함께 맡고 있는데, 초기에 건치와 건약이 3억원 정도를 투입해서 재단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직원만 140명이 될 만큼 커졌다. 이럴 때 우려스러운 점이 생긴다. 일 잘하고 큰 조직이 됐지만, 초반에 하고자 했던 지역복지사업이 잘 수행되고 있느냐 하는 고민 때문이다. 지금은 변화를 시도 중이다.
 
건치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고민거리는 초기의 울산건치가 만들어지게 된 사업들, 기존 진료사업 이외의 사업들을 어떻게 부활시킬까 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수불사업이나 아동청소년주치의사업이 그렇다. 침체기를 극복하고 지역 보건의료운동을 새롭게 만들어나가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건치에서 시작되고 파생되는 사업들이 커지고, 또 독립을 하면서 건치의 사업은 오히려 축소되는 딜레마에 빠졌다. 하지만 울산건치라는 소속감을 상기시키면서 사업을 또 키워내고자 한다. 건치의 이름으로 지역시민사회운동과 조화롭게 발전시킬 수 있도록 더 고민해야 할 시기다.
 

‘건치의 전설’ 60대 대표 박길용 회원
"'평등과 존중' 기본 가치 지키는 일이 중요"
 
▲박길용 회원
조직에서 20~30대의 이야기는 정말 중요하다. 꿈을 찾고 참을 추구하는 그런 열정들이 20~30대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60대가 됐다. 60대가 돼 돌아보니 새로운 걸 시작하기 보단 과거 갖고 있던 가치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게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건치가 과거의 전설을 잊지 않고 당시 가치를 지켜가길 바란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왜 옛날 같지 않느냐’ 하는 데 있다. 이건 사회의 문제다. 치과계도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분열을 겪지만, 우리사회 전체가 지금은 해체되는 과정에 있다.
 
여기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는 아주 간단한 것들이다. 평등과 존중 이런 개념들이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나에게는 녹생당에서의 활동 경험이 소중하다. 거긴 정말 남녀가 평등하고,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자기 주장을 말한다. 또 그 주장이 수용된다. 내가 보는 녹색당은 그랬다.
 
건치도 그런 조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 건치가 해온 과거의 노력들이 또 뒷받침이 될 것이다. 오늘 서로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우리가 이제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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