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점에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우여곡절 끝에 치과의사전문의(이하 치과전문의)제도가 출발하면서 합의했던 6개 원칙 중, ‘전체 치과의사 수의 8%를 넘지 않도록 한다’는 조항이 있다. 왜 8%인지 사람들은 안다. 우리나라 2차진료 의뢰율과 치과전문의제도가 정착된 나라들의 2차 진료비율을 참고해 볼 때 8%가 합리적이라고 상호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년 35%씩 수련의를 선발한다면 어떻게 8%의 비율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치과계가 합의한 6개 원칙의 근저에는 큰 희생정신이 있다. 기존에 수련을 받은 선배들이 향후 배출될 후배들을 위해 자신의 기득권을 모두 포기한 대승적 정신이 숨어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치과전문의는 1차진료에 종사하지 않고 2차의 전문적인 진료만 담당하도록 소수인원으로 제한하겠다는 원칙이 동반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30% 이상의 전문의가 배출되고 그에 따라 어쩔 수 없이 1차 진료기관에 종사하게 된 전문의가 자신의 전문과목을 표방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선배들이 그 때에도 그러한 정신을 발휘할 수 있을까? 누구나 자신의 수련여부를 전문과목인 양 표방하거나, 인정의 등의 편법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할 것이다. 이는 결국 국민의료비 상승과 진료전달체계 왜곡으로 나타날 것이다.
복지부가 치협에 의뢰하면, 관련 법규에 정한 기준에 따라 수련병원 지정기준에 합당한 지를 심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수련병원을 지정하고 수련의 정원을 책정하게 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 장관과 치협 관련자간 모종의 담합이 있었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치협이 건치의 수련병원실태조사 자료 요청을 거부한 것에서도 그 의혹을 읽을 수 있다. 올해 레지던트 선발 과정에서 브레이크를 걸지 못한 채 35%가 수련의로 책정된다면, 치과전문의제도는 파행으로 치닫는 폭주기관차가 될 것이다.
곽정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