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 지난 봄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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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 지난 봄의 추억
  • 이채택
  • 승인 2005.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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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앵초를 찾아서

▲ 큰앵초. 여러 개체가 모여있는 모습이다. 진한 붉은색이 일반적인데 약간 연한 색 꽃이 피어 있다
어느새 다가온 겨울, 풀들은 모두 동면에 들어가고 산으로 갈 일이 없으니 지난 사진들만 들춰보고 있다.

주변의 산야를 섭렵한 후 올해는 고산으로 진출을 시도했었다. 두 번째 대상이 큰앵초였다. 영남알프스 어느 산에 있다는 정보만 입수하고 무작정 찾아 나섰다.

큰앵초는 해발 1000m 부근에서 자라는 꽃이다. 서식지를 수소문해 쉽게 찾아갈 수도 있었지만, 그리하면 감동이 훨씬 줄어들기에 스스로 찾아내는 기쁨을 만끽하기 위하여 모험을 강행하기로 했다.

▲ 함박꽃나무. 북한의 국화로 남쪽나라의 높은산 중턱에서도 볼 수 있다
5월 어느 날, 그날도 변함없이 새벽 6시에 선배와 만나서 출발했다. 임도를 따라 차로 올라가니, 길을 따라서 붉은병꽃나무가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사진으로는 많이 보았지만 실물을 보기는 처음이다.

붉은병꽃나무는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우리나라 특산 식물이다. 산 중턱쯤 올라가니 커다란 흰색 꽃이 피어있는 나무가 보인다. 함박꽃나무로 북한의 국화이다. 나무는 열외였는데 올해부터는 조금 관심을 가져보기로 했다.

임도 끝에 도달하여 주차한 후 등산로를 따라 정상을 향해 등산을 시작했다. 큰앵초는 고산의 큰나무아래 음지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적당한 곳에서 큰앵초가 있을 만 한곳을 선정하여 등산로를 벗어나 길도 없는 숲속으로 들어갔다.

▲ 금강애기나리. 높은 산에서 자라는 식물로 4시간의 탐사동안 유일하게 만난 풀이다
물론 큰앵초만 만날 것을 기대하고 등산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아직 만나지 못한 꽃들이 너무나 많기에 다른 어떤 것들도 만나기를 항상 기대하고 살핀다. 얼마쯤 산속을 돌아다니다가 드디어 금강애기나리를 만날 수 있었다. 금강애기나리는 진부애기나리라고도 부르는 백합과의 식물로 높은 산 숲속에서 자란다.

하산하면서 큰앵초를 찾아 숲속을 방황하다보니 벌써 시간이 4시간이 흘렀다. 돌아가기로 예정한 시간이 훌쩍 넘어버렸고, 더 이상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한 우리는 내년을 기약하며 하산하기로 했다.

많은 시간을 소비하였지만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지만 선배는 그래도 내년을 위해 남겨두자고, 내년의 탐사거리를 위해 올해는 우리에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라며 아쉬움을 달랜다.

▲ 높은 산 음지에서 자라며 꽃은 층층이 핀다
차를 타고 하산하면서 차창 밖으로 절개지 언덕 위를 관찰하고 있는데 뭔가 붉은색이 보인다. 선배에게 급히 차를 멈추게 하고 내려서 쳐다보니 붉은병꽃나무의 꽃인 것 같기도 하고 멀어서 구분이 되지 않는다.

붉은병꽃나무는 임도의 좌측에만 길을 따라 분포하고 있기에 큰앵초 일거라는 심증이 자꾸 깊어진다. 임도를 만들기 위한 절개지 위쪽이라서 올라갈 길도 없고 너무 높은 곳에 있었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올라가 확인하기로 했다.

잘려진 나무뿌리를 부여잡고 올라가니 큰앵초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도 한두 개체가 아니라 수많은 개체가 활짝 꽃을 피우고 있었다.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에 쫒기며 선배와 나는 큰앵초를 카메라에 가득 담았다. 급히 담으면 좋은 사진을 얻기 힘들지만, 뭐 어떠랴. 내년에 다시 찾아오면 될 일이다. 이렇게 만난 큰앵초가 올해 만난 꽃 중에서 가강 극적으로 대면한 꽃이다.

큰앵초는 높은 산 음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잎은 커다란 단풍잎처럼 생겼다. 화원에서 프리물라라고 부르는 것들이 앵초과 식물이다. 큰앵초는 낮은 지대에서는 살 수가 없다고 한다. 한 여름의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죽어 버린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앵초과 식물은 앵초와 설앵초, 큰앵초 등이 있다.

이채택(울산 이채택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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