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을 ‘사회적 실천’으로 연결시킨다
상태바
‘정책’을 ‘사회적 실천’으로 연결시킨다
  • 이상미 기자
  • 승인 2016.11.17 1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집 건치 산하조직 소개②-1] 건치 구강보건정책연구회

본지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공동대표 김용진 정갑천 이하 건치) 8개 지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전망한 ‘지부기획’에 이어 건치 산하조직에 대해 살핀다. 

이번에 살펴볼 곳은 구강보건 정책의 브레인이 집결한 건치 구강보건정책연구회(회장 전양호 이하 정책연구회). 초창기 회원부터 젊은 피(!)로 구성된 신규 회원들까지 다양하게 뭉친 덕에, 건치 내부에서 개성있는 역량을 발휘하는 조직으로 꼽힌다. 

 

▲(좌)전양호 회장/(우) 정세환 교수

정책연구회는 정책 연구 및 실행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구강건강 불평등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나 아동청소년치과주치의 등 현재 실현된 정책의 면면에서 그간 노력한 회원들의 흔적이 엿보인다. 

본지는 정책연구회 회원 대상으로 간담회 자리를 갖고, 그 간의 활동 과정에 대한 평가와 조직의 향후 방향성에 대해 물었다. 간담회에는 정책연구회 전양호 회장과 강릉원주대 정세환 교수가 함께 했다. 

-편집자-

 

구강보건법을 위해치과계 브레인 뭉치다

정책연구회의 시작은 지금처럼 정기적으로 운영되는 ‘연구회’보다는 일시적 사안을 위해 모임 ‘TF팀’에 가까웠다. 1997년 보건복지부에 구강보건과가 만들어지면서 해당 과를 운영하기 위해 법을 제정해야 했던 상황. 

이에 초대 정책연구회 회장인 신동근 선생을 비롯해 대학 교수직에 몸담은 이들을 주축으로 정책연구회가 결성된다. 법안을 만들고 이후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드는 과정에서 현재까지 정책연구회에 남아 활동하는 ‘진성 회원들’이 가세했다. 

정세환: 당시 이천 지역구 의원이자 치과의사 출신인 한나라당 황규선 국회의원이 구강보건법을 준비했는데, 이 법의 초안을 만들 사람들이 필요했어요. 당시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에 지금처럼 정책연구소가 있던 시절이 아니었거든요. 이때 구강보건법을 만드는 데 건치가 많은 역할을 했습니다. 외형적으로는 치협이 주도했지만, 그 안에서 실무를 한 건 건치였어요.

초대 구강보건 정책연구회장은 지금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인 신동근 선생님이 맡으셨어요. 그밖에 원광대학교 이흥수 교수님과 강릉원주대 박덕영 교수 등 학교 쪽에 있는 분들이 주축이 되서 공청회 준비와 법안을 만들기 위해 정책연구회를 결성했죠.

 

▲정책연구회 발족식

문제는 법 제정 후 시행령을 만들어야 했는데 선배들이 법을 만들고 다 사라지신 거죠.  그 와중에 당시 보건복지부 서현석 사무관이 시행령을 만드는 데 정책연구회 사람들이 참여해주길 바랐거든요. 그 과정에서 제가 정책연구회에 들어왔고요. 김철신ㆍ곽정민 선생은 이미 있었고, 나중에 류재인 선생과 전양호 선생까지 합류했어요.

전양호: 제가 정책연구회에 합류할 때 공보의 2년차였어요. 예전부터 꼭 건치가 아니더라도 사회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러던 차에 김철신 선생이 같이 하자고 제안해서 가게 된 거에요. 그 이전에는 특별히 뭔가 일을 했던 사람도 아니었으니까, “그냥, 일하러 가자”라는 생각이었거요. 정책연구회 일을 한 지 15년 됐고 회장까지 됐는데, 실무하면서 뒷풀이 장소 알아보고 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아요(웃음).

원활한 팀워크 진행된 사업들

“저희가 딱 방향성을 갖고 연구회를 만든 건 아니었어요”

정책연구회가 조직된 초창기를 떠올리며 나왔던 정세환 교수의 설명이다. 하지만 막연한 상상보다는 좌충우돌 현장경험을 통해 도출된 방향성이 더 명확한 법. 정책연구회 회원들은 정부의 연구용역을 수행하거나 보건의료단체와 연대활동을 하는 등, 생생한 현장 경험을 통해 조직의 방향성을 가늠해갔다.

공공의료체계나 보험 보장성 확대, 의료민영화 반대 등 향후 주요하게 다루는 정책 이슈의 가닥이 이때 잡힌다. 그 과정에서 손발이 척척 맞는 ‘정책연구회 표’ 팀워크도 생겼다. 

▲정세환 교수

정세환: 시행령 작업을 마무리한 2001년부터는 정책연구회 활동의 새로운 미션이 없었어요. 그러던 차에 당시 DJ 정부가 들어서면서 보건의료와 관련해 새로운 사업 제안을 받고 싶어했죠. 구강보건과가 신설되면서 그쪽 국장들이 새로운 정책 제안 아이템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는데, 치협 측에서는 구강보건법을 만들었던 정책연구회가 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 거에요. 그러면서 매년 한 해 2건 정도씩 저희에게 연구 용역을 주기 시작하더라고요. 그 일들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저희 내부에서 팀 워크가 생겨났죠.

전양호: 그때 만들어진 저희만의 팀 워크는 이런 거였어요. 정세환 교수가 일을 수주하면 김철신 선생이 중간에서 업무를 조율하고, 제가 직접 실무를 하는 식이었죠. 이 과정에서 암묵적으로 팀워크가 생긴거죠. 일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반대토론을 할 만한 게 없었어요. 하자는 대로 쭉 가다 보니 사람 수는 적은데 오히려 일은 무척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호흡이 잘 맞는 것도 있었지만, 각 역할에 맞는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일을 했으니까요.

당시에는 한달에 한 번 토론회를 열기도 하고 치과 관련 정책을 공부하는 ‘정책학교’도 운영했어요. 나름 커리큘럼도 알차게 구성했죠. 참여자들이 팀을 구성하고 연구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보고서를 작성 발표하는 것까지 진행했어요.

 

▲정책 토론회로 열공(!)했던 멤버들
▲야심찬 시도로 시작한 정책전문가 학교는 1기의 추억을 남기고 사라지고..

사실 계속 하려고 했는데 2년차 때부터는 지원자가 없더라고요...(웃음). 치과계 내에서 구강보건 정책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얼마 안 되기 때문에, 들을 사람들은 초반에 다 들었던 거죠. 이후에는 2007년 대선에서 제안한 구강보건 정책과제를 작성하는 작업을 진행했어요.

정세환: 당시 정부가 관심있어 하던 정책과제 중에는 의료시장 개방이나 장애인, 공공의료 체계와 관련된 내용이 많았어요. 공공 의료체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치과 쪽 건강보험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해 알고 싶어했죠.

여기에 의료시장이 개방된다는데 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치과계 내부의 관심도 높았어요. 저희가 방향성을 갖고 연구회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정부 일을 하는 과정에서 공공의료체계와 치과 건강보험, 의료 상업화라는 세 가지 주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거든요. 이 주제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공부를 했고, 그 결과를 총괄한 게 2007년 낸 정책보고서라고 봐야죠.

저희들이 정책연구회 활동을 하면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던 건 치과계 내부보다 오히려 보건의료단체들의 정책이었어요. 정책 차원에서의 보건의료 연대 활동을 하다 보니 보건의료 분야에 원하는 국민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기에 좋았죠.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2007년 보고서를 쓸 때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다른 보건의료계는 지향점을 어떻게 가려고 하는지 그걸 보려고 했어요.

그간 활동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새로운방향성

전양호 회장과 정세환 교수에게 그간 진행한 사업에서 아쉬운 점이 있는지 묻자, 보험 보장성 확대와 전문의제에 대한 내용이 언급됐다.

두 사람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의 미숙함을 성찰하기도 했지만,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립해야 할 조직 방향성에 대해 진단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새로운 회원들을 통해 엿보게 된 활동 영역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전양호: 몇년 전부터 느끼는 건데, 정책연구회가 치과의사들 좋은 일만 시킨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구강보건 불평등 부분이 핵심 이슈라고 생각하고 급여 확대를 위해 노력해왔는데, 이게 불평등 개선에는 그리 효과가 없다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거든요.  그 과정에서 소득과 경제 상황에 따른 구강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가 느껴지죠. 그리고 치과의사 전문의제도 관련해서도, 지금 제가 그 일을 하고 있는데 후회가 되는 순간이 많이 있어요. 돌아보면 전문의제를 바로잡을 기회가 너무 많았거든요.

정세환: 우리가 2003년과 2004년 주되게 했던 게 전문의제인데, 당시에는 그 주제를 다루는 게 굉장히 서툴렀던 것 같아요. 절대적인 선을 정해놓고 그 선에 맞지 않으면 안된다는 식의 생각이 우리 안에 있었죠.  좀더 정책에 대해 유연하게 접근했다면 더 나은 방향으로 전문의제를 견인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기회가 있었을 때 긴 호흡으로 접근했어야 했던 거라고 봐요. 정책을 세우더라도 그게 가시화되는 건 10년 후 쯤이니까요. 우리와 다른 의견일 지라도 방향성만 맞으면 더디더라도 받아줬으면 됐을 텐데 싶네요.

지금 단계에서는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기 보다 사회에서 반응한 제도들을 어떻게 더 성숙시키고 올바른 방향으로 끌고 갈지 고민해야 한다고 봐요. ‘연구’가 교수에게 독점되는 시대는 지났으니까요. 정책 참여자가 현장에서 느꼈던 것들이 정책에 반영되면서 옳은 방향대로 가야겠죠. 그런 면에서 지금 정책연구회의 구성이 바람직하다고 봐요. 정책연구회 회원인 황지영 선생의 경우 장애인 치과라는 현장에 직접 있으니까요.

▲전양호 회장

전양호: 황지영 선생님을 포함해 지금과 같은 정책연구회 멤버가 구성된 건 김용진 선생님이 정책연구회 회장을 맡은 이후의 일이에요. 당시 김철신 선생은 치협 일을 하러 갔고, 그 이후에는 정세환 교수가 내부 세미나를 하자고 해서 세미나 중심으로 정책연구회를 운영했죠. 그러면서 황지영 선생님도 들어오고, 김의동 선생도 꾸준히 멤버십을 갖고 참여하게 됐고, 옥유호 선생도 들어왔고요.

현재 활동하는 정책연구회 회원 중 황지영, 옥유호, 김아현 선생의 경우 결이 다르면서 각자 방식대로의 장점을 갖고 있어요. 김경일 선생은 실무 능력이 뛰어나고요. 김준용 선생도 해맑게(!) 뛰어난 사람이죠. 지금의 정책연구회 멤버들은 자기 발로 들어온 사람들이 대부분이거든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 혹은 공부해야 할 주제에 대해 명확한 생각을 갖고 들어온 분들이에요.

정세환: 지금 조직 분위기를 살펴보면 우리한테 좀 리버럴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수직적인 조직체계를 선호하지 않으니까요. 자유로운 분위기가 분명 있어요. 연구도 그렇지만 각 구성원의 성격 자체도 다양하죠. 그러다 보니 정책연구회의 소통 과정이 꽤 오랜시간 걸릴 때도 있어요. 하지만 한번 사업을 정하면 일 처리 과정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요.

 

▲현재의 정책연구회 멤버들

예전에 정책연구회 활동을 했던 분들은 학생운동의 연장선상에서 건치를 통해 정책연구회로 이어져왔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와 달리 지금 오는 분들은 보건의료운동 속 건치를 보고 정책연구회 활동에 참여했다고 봐야겠죠.

연구에서 사회적 실천으로

그간 쌓은 활동성과를 바탕으로 정책연구회가 추구해야 할 방향성은 무엇일까? 전양호 회장은 정책연구회의 완성된 모습으로, 회원들의 연구로 만들어진 정책이 사회적 실천의 장으로 확장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정책 입안 과정에서 ‘일반 시민’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정세환 교수의 목표도 덧붙여졌다. 

전양호: 저는 정책연구회에서 무척 마음에 드는 게 있어요. 바로 회칙인데요. “우리는 정책연구와 함께 각종 연대사업에 충실해야 한다”는 내용인데 이게 참 마음에 들어요. 정책연구회 활동을 통해 다양한 단체와 연대한 것은 물론, 연구한 정책이 현실화된 것까지 생각하면 자랑스럽거든요.

아동치과주치의제만 해도, 이게 될까 싶었는데 건치 서울경기지부에서 이 사업을 진행했고요. 이 사업이 지방자치단체에 알려지면서 이제는 가장 큰 지자체인 서울에서 아동치과주치의 사업을 하고 있죠. 연구에서 사회적 실천으로 연결되는 것이 정책연구회의 완성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런 측면에서 여타 연구회나 단체들과는 다른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런 면이 미래의 가장 큰 동력이구요.

정세환: 정책연구회의 조직적 측면에 전적으로 공감해요. 여기서 하나 더 얹는다면, 보건의료 단체 쪽과 소통해가면서 서로 반응해가는 구조가 있는데, 여기에 일반 시민과의 접점을 만들어가고 싶은 거에요. 시민들과의 접점은 아직 경험이 미흡해서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앞으로 구강보건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시민이 어떻게 참여할 지를 연구과정으로 녹여내는 게 중요해 보이고요. 이건 정책연구회 조직의 과제가 되겠죠.

개인적 차원에서 정책연구회를 생각하자면, 사람이라는 게 본인이 생각하는 바를 확인받고 싶은 욕구가 있어보여요. 저에게는 그런 모임이 개인적으로 꼭 필요한데 정책연구회가 그런 곳인 거죠.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