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와 평화 위한 건치 가치 계승한 '평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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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와 평화 위한 건치 가치 계승한 '평연'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6.11.1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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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건치 산하조직③] 송필경 대표이사 인터뷰…"베트남 역사 속 한국의 과오 밝히고 진정한 화해 이끌고자 한다"
▲송필경 대표이사

“2001년 3월, 베트남에서 국민시인으로 추앙받는 탄타오 시인의 강연을 들었다. 시인은 강연 마무리에서 눈을 지그시 감고 우리에게 나직이 속삭였다.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 증오의 흔적이 사라지고, 사랑만이 남아있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 일은 이제 당신과 나의 몫이 아닌가?’

나는 그 강연을 들은 후, ‘내가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하지 마라’라는 금언(金言)을 내 윤리의 모토로 삼았다. 우리가 일본에게 윤리적 반성을 요구함은 베트남에게 우리가 윤리적 반성을 실천해야 하는 과제와 다름이 아니라는 것을…”

▲송필경 대표이사

사단법인 베트남평화의료연대(이하 평연)는 알려진 대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에서 베트남 민간인 학살지역을 돕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1999년 시작됐다. 평연을 세운 송필경 대표이사는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베트남 평화운동가 구수정 박사가 역사 공부를 하던 중에 베트남전쟁의 한국군에 관한 비밀문서를 발견하면서부터였다. 한국군의 잔인한 학살을 확인하고 난 뒤, 같은 해 한겨례신문이 내용을 폭로하면서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약 9천명의 민간인이 한국군으로부터 학살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파장을 뒤로하고 베트남 땅을 처음 밟았을 때 건치는 ‘화해와 평화’를 위한 긴 여정을 시작했다. 평연의 초기 이름도 이러한 의미를 담아 2001년 '(가칭) 화해와 평화를 위한 베트남 진료단'으로 정했다.

그가 베트남에서 이루고자 했던 것은 궁극적인 평화였다.

“진료단으로 시작했지만 진료에 목적을 둔 시작은 아니었다. 진료를 통해 역사에 사죄하고 화해를 하기 위한 첫 발이었다. 진료 활동만 해도 베트남까지 오가는 비용 문제 등 한계가 많다. 우리가 처음 계획했던 역사적 화해는 아직 이뤄내지 못했지만, 한국군 4대 학살지역을 모두 돌면서 주민들과 이룬 관계 개선은 성과라고 자부한다. 베트남 관련 단체들 중 평연이 가장 오랫동안 해온 활동이다.”

중단기적 과제였던 4대 학살지역 진료 활동을 모두 마친 지금 평연은 더 먼 길을 앞에 두고 있다. 우리가 일본에 요구하듯이 역사적 진실을 바로 잡기 위한 활동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사이 늘어난 베트남 관련 시민단체들과 통합해 사업 규모를 확장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아직 양국간 역사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평연은 한국의 시민단체로서 우리나라가 역사적 반성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

현지 진료소 세워 상시 진료시스템 구축 방침
베트남전 참전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 이끌 것

평연은 이제 베트남 현지에 진료소를 세우고 상시 진료 체계를 갖추려고 한다. 근거지는 베트남 다낭 근처로 보고 있다. 학살지역의 마을에도 소규모 진료소나 모바일 이동진료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진료소 설립은 장기적 목표를 이루기 위한 새로운 첫걸음이다.”

‘역사는 윤리와 만나야 한다’ 그가 직접 쓴 저서 『왜 호찌민인가』에서 그는 우리와 닮은꼴의 역사를 가진, 그러나 우리와 달리 민족 통일을 이뤄낸 베트남의 투쟁 역사를 존중하고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베트남이 전쟁에서 미국을 이겨내고 민족 통일을 쟁취할 수 있었던 근기를 찾고 있다고 말한다.

“나는 대학에 들어갈 쯤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선배의 이야기를 듣고부터 베트남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 베트남에 가서야 그들의 역사적 성과가 세계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후 나는 평연에서 우리가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역사를 반성하지 않고서 일본에게 사과를 요구할 수 있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말해왔다.”

베트남 현지 치과진료사업을 펼쳤던 평연에는 이제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 한의사, 의사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평연은 지난 17년간 진료활동을 비롯해 베트남 청년 초청사업, 글짓기 및 사생대회와 같은 교육사업에도 일조해왔다.

건치 산하단체로 시작해 독립에서 사단법인을 이루기까지 한‧베 양국의 연대단체 활동도 빛을 냈다. 통역단으로 결합한 베트남 NGO인 굳월은 나눔가게를 설립했으며, 베트남 사회적 기업 아맙 등 현지 단체와 소통하며 양국간의 외교적 관계 개선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최근에는 베트남전쟁에 대한 한국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를 이끌어내기 위한 한베평화재단 설립에도 기여했다.

이제 곧 20주년을 준비하게 된 평연은 변화하는 외교정세 속에 단체의 역할을 키워나가기 위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건치 여러 산하단체의 모범적인 사례를 말할 때 흔히 평연이 언급되곤 한다. 사업의 가치를 성장시켜 독립해나가고, 독립된 단체가 다시 연대단체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이뤘기 때문이다. 송필경 대표와 평연의 원년멤버들도 지난 17년의 성과를 돌이켜본다.

“그래 평연 정도면 건치가 자랑할 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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