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드림 ‘한‧중 합작’만이 승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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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드림 ‘한‧중 합작’만이 승산 있다”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6.11.24 11:1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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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특집 下] 교민 치과의사들이 말하는 ‘중국 진출 열풍’의 현실

 

최근 치과의사 중국 진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관련 세미나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본지는 CDS 취재 차 방문한 중국에서 각계 교민 치과의사들을 만나 생동감 있는 ‘중국 스토리’를 들어봤다. 거침없는 ‘팩트폭력’을 위해 참여 인터뷰이들은 익명으로 처리한다.

- 편집자 -

“중국 환자들은 좀 특이해요. 자신을 완전히 모시지 않으면 절대 의사에게 신뢰를 주지 않아요. 대신 한 번 신뢰를 주면 모든 걸 맡기죠. 우리는 중국에 대해 착각하는 게 있어요. 우리가 최고의 한국 의료기술을 가졌고 병원도 크니까 중국에 병원을 내면 중국인들이 무조건 올 거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그런 걸로 환자는 절대 안와요. 그렇게 현지화가 안 되니까 계속 적자가 나는 거예요.”

중국 출장 중에 만난 한 교민 치과의사의 전언이다. 중국을 10년간 오가며 진료를 하고 있다는 A원장은 최근 치과계에 불고 있는 ‘중국 진출 열풍’에 대해 결코 만만치 않다고 조언한다. 한국의 우수한 선진의료시스템을 믿고 쉽사리 덤볐다가 호되게 당하는 치과의사들을 10년간 봐왔기 때문.

“대부분은 투자를 안 하려고 하죠. 내가 선진 기술을 가졌으니 중국에서 대접을 받을 거라 생각하고 오는데 실제론 그렇지 않아요. 중국사람들은 필요할 때 함께 했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자기들끼리 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사실 이곳은 아직 진료의 질을 그렇게 따지지도 않아요. 한인치과를 찾는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그래도 질 좋은 진료를 받기 위해 오는 사람이죠.”

진료비는 천차만별이니 진료환경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현지에서도 조금 낙후된 지역에서는 기본적인 장비도 갖추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 주로 공동개원으로 규모를 갖춘 한인치과는 단연 고급병원에 속한다. 현지에서 학교를 졸업한 치과의사 B선생도 이런 현지 사정을 잘 알고 한인치과를 택했다.

“아직도 석션이 없는 치과가 있어요. 진료를 하는 중에 환자가 수시로 뱉으면서 하는 거죠. 진료비도 엄청나게 차이가 나죠. 여기도 비싼 곳은 임플란트 하나에 300~400만원씩 호가하기도 해요..”

돈을 많이 받든 적게 받든 수가는 의료인이 정한다. 중국을 흔히 사회주의국가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현지 의료인들은 이곳이야말로 사회주의를 가장한 완벽한 자본주의 국가라고 정의한다. 중국에서 어렵게 개원을 한 치과원장은 이런 철저한 자본주의 국가에서 리스크 없이 사업에 뛰어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도 말한다.

“중국에도 한국의 OO치과 같은 사무장병원이 많아요. 여긴 합법이니까 오히려 더 발달돼 있죠. 거기 페이닥터가 기본급은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진료비 20%를 월급으로 그냥 가져가는 걸로 알아요.”

철저한 ‘실정 파악’ 없는 진출은 절대 금물

이처럼 치열한 중국을 블루오션으로 바라보는 요즘 한국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이미 늦었다”고 평가한다.

“지금 중국 진출은 이미 늦었어요. 하려면 벌써 10년 전에 미래를 예측하고 중국 현지 단체와 자매결연을 맺고 교류를 쌓아왔어야죠. 개개인이 경험을 통해 쌓은 노하우들을 수집하는 정도로 중국을 다 알았다고 판단하면 그건 오산이에요.”

중국에서 오랫동안 진료를 해 본 원장들은 ‘차이나드림’을 품고 왔던 한국의 치과의사들이 빚만 떠안고 돌아가는 경우를 숱하게 봐왔다. 물론 당사자들도 유사한 경험을 하나씩 갖고 있다.

“어떤 분은 집 담보대출을 2억 이상 받아 왔는데 망해서 한국으로 돌아가 다시 개원을 했어요. 그분은 현지 동업자와 같이 한 케이스인데, 동업자가 있다 해도 당사자가 직접 접근해야 하는데 간과한 거죠. 30억 법인으로 출자해서 들어왔다가 망하고 나간 치과도 있는데 마찬가지로 현지 사정을 모르고 한국식으로 공략했다가 안 된 케이스예요. 잘 됐을 때도 문제예요. 한국의 유명 네트워크병원이 중국에 투자를 했다가 세무조사를 맞고 나간 경우가 그래요. 중국은 자체 세무조사가 잦은 편이거든요. ‘세금 낼래. 아니면 지분 갖고 물러날래’ 해서 밀린 거죠. 중국의 사업가들은 철저하계 계산적이에요. 본인한테 가해지는 털끝만큼의 손해도 용납하지 않죠. 손익이 걸린 문제라면 형제자매도 끊을 수 있어요. 중간에 낀 외국인 투자자 하나쯤이야 감가상각 제하고 지분 돌려주면 끝이에요. 사실 협회 차원에서 중국진출 지원책을 내놔도 와보면 실질적으로 해줄 게 없는 실정이에요.”

해외진출 대상국가 중에 중국은 조금 특수한 환경이기도 하다. 영주권 자체가 없기 때문에 항상 불안정한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 교민 치과의사들에게는 가장 큰 리스크이다.

“여긴 영주권이 없어요. 명예시민권은 어쩌다 한두 명 있는데 거의 없다고 보면 돼요. 부르기도 ‘거주한국인’이라고 불러요. 우린 늘 공중에 붕 떠있는 기분이죠. 보장되는 건 없어요. 그래서 동문끼리 잘 뭉치고 학연지연이 잘 통하기도 해요. 얼마 전엔 한국인여성이 중국인에게 범죄를 당하는 사건이 있었어요. 중국 공안도 중국인의 잘못으로 판결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총영사관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분위기였죠. 교민 보호의 목적이 잘 지켜지지 않는 거죠.”

흉악 범죄 발생 빈도가 높다는 점도 교민 원장들의 불안감이 키운다. B 선생은 진료실 내의 치안 문제를 생각하면 한인사회의 범죄사건도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말한다. 얼마 전에는 한인타운에 상점을 냈던 한 교민이 장사가 잘 된다는 이유로 현지 상인들의 위협을 받으며 버티다 결국 집단린치를 당해 한국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현지 공안에서 절차를 밟아 조사를 받아야 하지만, 공황 상태에 빠진 피해자가 타국에서 법적 절차를 끝까지 마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살얼음판 위 교민사회…기업 진출 필요

개원 역시 한국인 단독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A원장도 수년 째 중국을 오가며 개원 자리를 탐색했지만, 목전에서 계약이 꺾어진 경우가 많았다. 중국 실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B선생은 여전히 중국에선 사업가가 단연 최고라고 말한다. A원장도 진료 보다는 투자를 꿈꾸고 개원을 생각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의료인이 아니어도 치과를 세울 수 있고, 실제로 의료인의 입지는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편이다. 현지 쭈안지아(전문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현지 치과의사들이 한 달에 벌어들이는 돈이 우리 돈으로 2~3백만 원 남짓인 게 현실이다.

“한 번은 중국평수로 5백 평, 우리나라로 치면 170평짜리 치과를 제안 받기도 했는데, 제안하는 쪽의 기대치가 너무 커서 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역세권 빌딩에 1천 평 병원 자리를 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기자재를 다 넣기로 합의까지 했는데, 중간에 소개해준 친구가 배신(?)을 하면서 잘 안 됐죠. 그 다음엔 고급빌라촌에 치과 자리를 하나 계약하려다 중국 브로커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이 무산됐어요. 그런데 웃긴 건, 그래서 사업이 엎어져도 중국인들은 그 관계를 끝내진 않더라고요. 꽌시(관계)가 정말 중요한 나라니까요.”

지금까지 A원장과 B선생이 언급한 경우는 대부분 개원과 투자로 접근한 케이스다. 현지 치과병원에 페이닥터로 근무하려는 경우엔 그래도 길이 열린 편이다. ‘아직은’ 말이다.

“간단히 건강검진 받고 국내 치과의사면허 인증을 받는 몇 가지 절차는 있죠. 지금은 중국에 의료진이 부족한 실정이라 비교적 진입이 쉬운 편이에요. 하지만 언제 바뀔지 모르죠. 여기서 진료를 하려면 일단 의사 허가증과 거주증을 받아야 해요. 한마디로 거주를 증명해서 취업비자를 받고 난 후에야 일 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이 허가증만 받아서 왔다 갔다 하며 진료를 했어요. 적법하진 않죠. 중국에서 어느 순간 제재를 걸면 진료 못하는 거예요.”

이들이 말하는 중국은 한마디로 '살얼음판'이다. 관행으로 처리되던 모든 일들이 하루아침에 법대로 ‘불허’될 수 있는 곳이 중국이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다시 관행대로 돌아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다면 성공적으로 중국에 진출하는 방법은 정말 없을까. 현지 원장들은 철저한 현지 실정을 파악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공을 들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기업 대 기업으로 중국 현지에 법인을 만들고 치과의사가 서브로 계약을 맺어서 들어오는 방식이죠. 개인이 하는 건 법적으로 보호가 안 되니까 이 방식이 가장 안전하지 싶어요. 중국정부에서 기업 대 기업이 하는 일은 그나마 보호를 해주니까요.

다만 누구든 투자에 대한 각오는 있어야 해요. 중국에서 10년씩 ‘떠돌이 치과의사’하는 사람도 많아요. 그분들이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가 투자를 하면 본전을 찾으려고 하기 때문이에요. 한국에서 병원 차리면 그 돈 회수하나요? 못하잖아요. 기업이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 이게 10년간 중국을 오가면서 내가 정리한 핵심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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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퇴진 2016-11-25 17:45:24
중국현지 인터뷰 기사를 통해서 생생한 정보를 전달해주셔서 감사해요.. 현지 치과의원의 진출과 애로사항외에도 중국의 의료제도나 통계에 대한 정보도 전달되면 좋겠어요. 한국,중국,일본등 가까운 나라들의 치과의료현황과 제도를 비교해보는 것이 의미있을것 같아요. 건치신문이 좀더 노력해주시기를...

바이칼 2016-11-24 19:43:09
의료한류다,과잉경쟁의 돌파구다 하며 해외진출의 장미빛 환상만 심어주는 무책임한 이들에게 냉정한 현실을 알려주는 기사네요...어디에서건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것...

건치정신 2016-11-24 16:22:41
의료 상업화 영리화 등을 비판하는 건치의 기존 분위기와 너무 어울리지 않은 내용들이네요. 내용이 첨부터 끝까지 돈돈돈... 돈 벌려고 의사하는 거 아니라는 게 건치 입장 아닌가요? 국민 보건 향상을 위해 중국 진출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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