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의료 게이트와 의료인, 의료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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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의료 게이트와 의료인, 의료기관
  • 이상윤
  • 승인 2016.11.2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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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이상윤 논설위원

박근혜 대통령의 ‘의문의 7시간’과 맞물리며 ‘의료 게이트’에 대한 관심과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그 누구도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 박근혜 대통령이 줄기세포 시술, ‘영양 주사’ 처방 등을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받아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뇌물죄, 공무상 비밀 누설죄 등 현행 법 위반 행위와 별개로,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당일 7시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다른 불법 행위 혹은 집무 시간에 받기에 ‘부적절한’ 의료 처치를 받았다면, 이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치명적이다.

여러 언론이 이 사실을 밝히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결정적인 단서가 나오지 않고 있다. 여러 가지 단편적 사실들을 근거로 한 ‘합리적 추론’만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 수사로 추가적인 사실관계가 파악되거나, 핵심 당사자의 내부 고발이 있지 않는 한 미궁에 빠져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관련 증거를 은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간에 제기되고 있는 다양한 가능성에 다른 가능성을 추가할 생각은 없다. 이 부분은 7시간과 관련된 핵심 당사자가 국민을 위해 사실을 말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특히 관련되어 언론에 언급되고 있는 의료인들은 환자의 ‘비밀누설 금지 의무’라는 직업윤리보다 더 중요한 사회적 가치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국민들의 궁금증에 답해야 할 것이다.

정작 필자가 하고 싶은 얘기는 따로 있다. 이번 의료 게이트가 폭로되며 드러난 한국 의료 및 의료인의 민낯을 어찌할 것인가?

돈 있는 사람들이나 권력자가 부르면 비밀스런 방법으로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야매’ 치료를 일삼는 이들이 버젓이 의사 자격증을 가지고 진료를 하고 있다. 의료 행위인지 미용 행위인지 애매한 경계 영역에서 ‘항노화’를 내세우며 돈벌이에 나서고 있는 의료기관들이 버젓이 ‘의원’ 혹은 ‘병원’ 간판을 달고 영업을 하고 있다.

규제를 완화하고 때로는 불법적인 방식을 동원하여 안전성조차 입증되지 않은 줄기세포 시술을 행하는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있다. 이를 어찌할 것인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약장수’ 혹은 ‘돌팔이’들은 횡행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러한 ‘약장수’ 혹은 ‘돌팔이’들을 거르는 전문직종의 자기 규제와 사회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것이 작동하고 있다면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돌팔이들의 등장을 해프닝으로 끝낼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되고, 전문직종의 신뢰는 땅에 떨어져 국민들에게 버림받게 된다.

여러 가지 논란이 있지만, 근대의료는 이러한 돌팔이들을 비판하며 자기 규제의 내실을 다짐으로써 대중의 신뢰를 얻었다는 역사를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의료인 중앙회는 작금의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분노와 실망과는 별개로, 이번 의료 게이트를 통해 한국 의료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잘 헤아려야 한다.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향한 대중의 분노와 실망은 언제든 박근혜 대통령에 ‘부역’한 의료인과 의료기관으로 향할 수 있다. 땅에 떨어진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협회의 대대적인 ‘근대화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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