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참여정부 집권 2기! ‘의료개혁’의 본질은 무엇인가?
상태바
[커버스토리] 참여정부 집권 2기! ‘의료개혁’의 본질은 무엇인가?
  • 편집국
  • 승인 2004.06.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대되는 강력한 ‘개혁’ 의지

상반기 노무현 대통령 탄핵으로 촉발돼 17대 총선으로 이어진 혁명과도 같은 급변적 정치투쟁의 기나긴 터널을 뚫고 노무현 정부 ‘집권 2기’라는 새로운 질이 창출됐다.

지난 2000년 6월 15일 역사적인 남북공동선언 발표 이후 범국민적으로 촉발된 통일운동 분야에서의 ‘개혁’ 흐름이 사회 전 분야로 양적 팽창을 거듭한 끝에, 결국 ‘탄핵정국’을 깃점으로 새로운 질적 도약으로 거듭난 셈이다.

탄핵정국과 17대 총선의 결과를 두고 ‘진보정당의 원내진출’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평가들이 분분하지만, 온갖 ‘장벽’을 허물고 ‘개혁’의 기치가 용광로와도 같은 거대한 흐름으로, 범국민적·시대적 대세로 자리잡았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는 점에 대해 반론할 여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젠 심지어 한나라당조차 안정적 ‘개혁’을 운운하며 대표적인 반시대적 악법 국가보안법의 개정과 이라크 파병 재검토를 외치는 마당이니, 더 이상 비상식적·반개혁적 행태나 제도적 틀이 자리잡기 힘든 분위기가 형성된 셈이다. 또한 그간 “대통령 못해 먹을” 정도로 ‘변명’(?)의 근거로 충분했던 거대 야당 같은 강력한 안티세력 또한 사라진 셈이다. 결국 이제 남은 건 무소불위의 힘을 갖고 재탄생한 노무현 정부가 ‘집권 2기’ 과연 “진정 국민이 열망하는 참다운 ‘개혁’을 실현해나갈 수 있을 것인갚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진,  집권 여당에서 적극적인 ‘개혁’을 표방하는 천정배·신기남 지도부가 구성되는 등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 추진에 별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의료개혁도 ‘청신호’?

고건 전 총리의 ‘제청권 행사’ 거부로 ‘소폭 개각’이 이달 중순경으로 미뤄졌지만,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의 교체는 기정 사실화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새로운 복지부 장관에 누가 임명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더 본질적인 측면은 ‘장관 교체’ 그 자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울산 의대 조홍준 교수는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 정책을 펼치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집권 2기’ 구상에 김화중씨는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는 판단이 선 것같다”고 분석하고, 그러나 “누가 되든 자신의 소신보다는 정부의 의료정책 의지에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화중 장관은 작년 11월 ‘포괄수가제 전면 시행 유보’와 ‘의료기관평가제 병협 위탁’ 등 당면한 의료개혁 현안을 의료계의 압력에 굴복해 왜곡시켰다는 이유로 시민사회단체로부터 강력한 퇴진 압박을 받기도 하는 등, 임기 내내 “과연 ‘의료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이냐”는 의구심을 받아왔다.  때문에 강력한 ‘개혁’ 의지를 표방하고 있는 노무현 정부가 ‘친의료계’ 성향의 김화중씨를 복지부 장관에 그대로 둘 리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시민사회단체나 진보적 보건의료단체들에서는 ‘환호성’을 지를 만 하다. 그러나 속사정은 그리 간단한 것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보건연합 박한종 정책위원은 “의료개혁에 청신호가 켜진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 ‘내용’이 무엇이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집권 2기 의료개혁의 ‘본질’

그렇다면 노무현 정부가 향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의료개혁’의 내용에 대해 잠깐 짚고 넘어가 보자.

지난 4월 30일 사회보험노조 사무실에는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 등 진보적 보건의료단체 핵심 간부들과 보건의료노조, 사회보험노조 지도부, 건강세상네트워크 조경애 대표 등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모인 가운데 ‘보건의료개혁 과제 도출을 위한 긴급 내부토론회’를 진행했다. 건치 김의동 연대사업국장에 따르면, 이날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향후 노무현 정부가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료정책 방향에 대한 진단과 함께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의동 국장은 “공약사항인 만큼 보험급여화 확대, 본인부담상한제 등 여러 의료개혁 과제들의 입법화와 공공의료 30% 확충을 위한 노력을 적극화할 것”이지만, “노무현 정권이 ‘개방’과 ‘효율’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의 통계적 공공의료 확충 이후 영리법인 허용을 현실화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즉, “어느 정도의 공공의료체계 수립과 건강보험 보장성 추진을 전제로 시장개방을 비롯한 의료의 상업화를 가속화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공공의료 강화와 의료시장 개방 시민사회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의료시장 공대위) 박주영 위원도 “정부는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불만족과 경제논리를 이용해 시장개방의 불가피성을 역설하고 밀고 들어올 것”이라며, “그 수순은 경제특구 내 내국인 진료 허용, 영리법인 허용, 민간의료보험 도입, 의료시장 개방의 단계를 밟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노무현 정부는 작년 경제특구 강행 이후, 내국인 진료 허용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으며, 지난 4월에는 복지부가 ‘의료기관에 대한 자본참여 활성화 방안’이라는 미명아래 ‘영리법인 허용’ 추진 뜻을 밝히고 나서는 등 공대위가 예상한 수순을 차근차근 밞아나가고 있다.

바야흐로 기존과는 질적으로 다른 ‘총체적인 위기상황’이 우리 앞에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전선, ‘의료의 시장화’

때문에 “단편적인 사항들에서는 진전이 있겠지만, ‘개방’과 ‘효율’을 강조하는 집권 2기 정책흐름에 일개 장관이 큰 힘을 발휘하긴 힘들 것”이라는 박한종 위원의 말처럼, “차기 복지부 장관이 누가 되느냐”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무현 정부의 커다란 정책흐름에 충실할 수 있는 인물이 복지부 장관에 임명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향후 ‘의료개혁’을 둘러싼 새로운 전선은 기존과는 다른 형태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의약분업과 건강보험 통폐합 및 재정안정화 등 기존의 의료개혁 과제를 둘러싼 대립지형은 어쩌면 기득권을 둘러싼 ‘밥그릇’ 성격이 강했다. 물론 향후에도 ‘기득권’을 둘러싼 의료단체들의 압력 등 파편적인 부분에서 의료계와 정부, 시민사회단체들간 갈등이 상존하겠지만, 이보다는 ‘의료의 시장화’를 둘러싼 정부와 국민간의 대립으로 전선의 중심축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복지부는 기존에도 그래왔듯 영리법인 허용 등 의료의 시장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할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박한종 위원은 “이는 시장화(자본화)에 따른 컨트롤 능력의 약화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지 진정 시장화에 대한 반대라 보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의료계 또한 정부의 ‘시장화’ 방침에 큰 걸림돌 역할을 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간자본이 병원시장의 9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병협의 경우 의료시장 개방과 영리법인 허용 등에 대해 적극적인 ‘찬성’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어느 정도의 타격은 있겠지만, 외국의 유명 병원이 들어와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협도 처음에는 시장개방에 대해 부분적인 찬성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4개 mode 모두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나마 치협은 시장개방 등에 대해 아직 반대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치협도 일정정도 이해타산이 맞으면 정부의 입장을 은근슬쩍 받아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된다.

결국 “의료 시장화는 국민의 힘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는 박한종 위원의 말처럼, ‘의료개혁’으로 포장된 집권 2기 노무현 정부의 위험천만한 ‘의료 시장화’ 도박을 막을 주체는 국민들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3마리 토끼 잡는 방법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지난 4월 30일 열린 내부토론회에서 결론 내린 집권 2기 보건의료개혁의 과제는 ▲의료시장개방(영리법인 허용, 민간의보 도입) 반대 ▲의료 공공성 강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압축된다.  이 3가지 과제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해 참가 단체간 입장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대체적으로 (가칭)의료연대회의를 건설해 범국민적인 대응을 벌여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건치 정성훈 공동대표는 “일부에서는 현 정부도 어느 정도 의지가 있는 만큼, 실현 가능한 공공성 강화에 힘을 집중하자는 입장도 있다”면서, 그러나 “총체적인 의료 시장화 공세가 시작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의료 30%가 무슨 힘을 갖겠냐”고 반문한다.

“일정정도의 의료 공공성·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미끼로 전면적인 의료 시장화를 획책하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의료시장 개방 반대’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정성훈 대표도 “공공의료 강화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대해서는 열린우리당도 호의적으로 나올 것이기 때문에 보다 탄력적인 대응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어디에 집중할 것이냐”라기 보다는 “어떻게 국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느냐”인 것으로 보인다.

김의동 국장은 “의약분업 등의 과정에서 의료계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불신이 증폭돼, 시장개방과 영리법인 허용에 대해서도 ‘기득권’을 위해 반대하는 것처럼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왜 영리법인 허용 등 의료의 시장화가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는지 설득할 수 있는 논리 개발에 주력할 필요가 있음”을 환기시켰다.

또한 김의동 국장은 “개혁과 개방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정부의 태도에서도 알 수 있듯, 의료시장개방 반대와 공공의료 확충은 상충되는 문제가 아니다”며, “서로 논리적으로 연결되는 만큼 전체를 하나로 통합하는 논리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시장’ 아닌 ‘복지’를 위해

여소야대, 힘없는 정부 시절 멈춰섰던 제반 사회 ‘개혁’ 작업이 17대 국회 개원과 함께 다시 재 가동되기 시작했다.

집권 2기 보건의료정책은 ‘개혁’이라는 기치 아래 ‘의료 시장화’를 향해 질주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 시장화’를 향해 가속 폐달을 밟으며 질주하는 폭주기관차가 결국 당도할 곳은 오로지 ‘돈벌이’를 위한 자본의 논리에 폐허가 된 의료체계와 눈덩이처럼 불어난 의료비, 그곳에서 고통받는 국민들의 신음소리가 들리는 낭떠러지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의료개혁!  ‘시장화’가 아닌 국민의 의료의 질 향상과 복지 향상의 궤도로 나아갈 수 있게, 의료인들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