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위기와 촛불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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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위기와 촛불혁명
  • 안재현
  • 승인 2016.12.12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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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안재현 논설위원
▲세월호 희생자를 의미하는 구명조낑 위에 촛불을 놓는 시위 참가자

올해 공식적인 통계에 의하면 비정규직은 650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32.4%라고 한다. 실제로는 비정규직은 이미 8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대략 노동자의 절반 가까이 비정규직이란 말이다. 기업은 고용 유연화라는 미명하에 화이트칼라, 블루칼라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비정규직을 늘이고 있다. 비정규직은 임금차별뿐만 아니라, 항상 해고 위험에 시달리고 무엇보다도 불안전한 신분으로 부당한 대우에도 참고 살아야 한다.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가 파괴되고 있다.

청년들은 경제적 이유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 시대에 산다고 한다. 회사에 다녀도 박봉과 불안정한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아 미래의 위협이 두렵다고들 한다. 또한, 결혼과 거주비 마련 비용도 부담스럽고 육아 비용과 사교육비가 걱정스러워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을 포기한다고 한다.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행복을 한국의 청년들은 포기하고 있다.

대부분의 한국 노인들 역시 편안한 노후는 기대하지 못하고 있다. OECD는 65세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이 한국이 세계 최고라고 한다. 평생을 사회 발전에 기여해온 노인의 상대적 삶의 수준이 최악이란 뜻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1위로 부유한 나라에 속하지만, 올해 하위 10% 빈곤층의 가처분 소득은 71만 7천 원으로 작년보다 16%가 감소했다고 한다. 빈부격차는 날로 증가해 전체자산 중 상위 10%가 66%를 차지하는 반면 하위 50%는 1.7%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저소득층은 소득이 더 줄고 있지만 고소득층은 소득이 늘고 있다.

부의 고착화는 부가 바로 신분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 버렸다. 대입 입시에서도 부모의 돈이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학생들은 10대부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20, 30대는 삼포시대에 살고 있다. 40대, 50대는 아이들의 사교육비와 해고의 위협에 시달리며 고단한 생활을 하고 있고 60대 이상의 노인들은 저소득층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렇게 빈부 격차가 심해지면서 부는 세습되고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계층 상승은 거의 사라져 버린 사회가 됐다. 국민 90%의 미래가 정체하고 하락하는 길로 한국 사회는 질주하고 있다.

결국, 한국은 OECD 평균의 2배가 되는 자살률과 최하위의 출산율 국가가 돼버렸다.

빈부격차가 심해지면 사회가 혼란해지고 더 격심한 경우 대중은 혁명을 선택한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라면 당연히 빈부격차를 줄이고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모든 힘과 지혜를 다 모아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오히려 특권층과 재벌들의 권한을 더 강화하고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악화시키는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노동자의 해고를 쉽게 하려고 시도했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봉급생활자들을 무한 경쟁에 몰아넣고 있다. 심지어 국민의 노후를 뒷받침하는 국민연금을 이용해 손실을 무릅쓰고 재벌을 도와줬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많은 노인에게 전부이기도 한 돈으로 수조 원의 돈을 가진 재벌을 돕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국가권력이 했다. 또한, 빈부격차가 늘고 있는 데도 정부는 서민과 중산층의 세금은 더 거둬들이면서도 대기업과 부자의 증세는 오히려 결사반대해왔다.

특권층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박근혜 정부는 언론을 장악했고 정보기관을 사유화하고 정부의 부당한 압력에 저항하는 세력이나 인사는 철저하게 응징해 왔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정당한 절차와 정의보다는 소수와 개인의 이익 중심으로 국가권력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과정의 연장선으로 생각된다. 최순실을 비롯한 최측근의 비위(非違)가 감춰져 올 수 있었던 것은 특권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국가권력의 독재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는 2년 전 세월호를 잊지 못한다. 아이 잃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죽음을 부여안고 진상만이라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최초의 한국 여성 대통령에게서 따뜻한 인정을 기대했지만, 정부는 진상규명을 거부하거나 방해해 자녀 잃은 부모들이 거리에서 시위하고 단식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정부는 세월호 가족을 불순분자 취급하였고 지금도 세월호 가족들은 차디찬 거리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민주주의는 죽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차갑고 비정한 정부에게 사람들은 이미 분노를 감추고 있었을지 모른다. 90%의 국민 생활을 차별과 절망의 상황으로 몰고 가면서도 특권층의 이익을 더 대변하는 정부를 보면서 시민은 분노를 참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광화문 광장에 앉아 촛불을 든 시민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비정상적 특권층 옹호와 독재화의 극단적 단편이다. 시민은 분노했다.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90%가 넘는 시민이 완전히 하나가 됐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촛불 행진이 45일간 이어지고 수백만의 시민이 평화의 촛불로 민주주의에 앞장섰다. 촛불이 새누리당을 무너뜨리고 일부 눈치 보던 야당을 흔들리지 않는 민주주의 역사 앞으로 이끌었다.

마침내 촛불은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했다. 물론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최고 권력자의 범죄를 적확하게 처벌하여 후대의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를 절망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가는 모든 적폐를 척결하라고 명령하고 있다.

촛불은 단순히 대통령 한 명을 탄핵하고 구속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촛불은 명예혁명을 완수하는 엄청난 에너지이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해지는 나라를 바꿔야 한다. 극심한 불안과 고통에서 우울증과 자살의 나라가 된 사회를 바꿔야 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특권을 무너뜨려 신분에 따른 차별을 없애야 한다. 생명과 존엄 앞에 종북 딱지를 붙이고는 죄악을 감추는 정치를 바꿔야 한다.

촛불은 피를 흘리지 않는 시민혁명이다. 명예혁명은 그 사회를 근본에서부터 바꿔야 성공한 혁명이다. 대통령 한 명의 구속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끝이 아니다. 시작이다.

절망과 총체적 위기로 달려가는 한국을 멈추게 하고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촛불은 거리에서도 SNS에서도 마음속에서도 꺼지지 않고 정치를 바꾸고 사회를 바꾸고 경제구조를 바꾸어 민주주의의 완성으로 나아가는 대장정이어야 한다.

 

(현대치과 원장,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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