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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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책 읽는 즐거움
  • 송학선
  • 승인 2017.01.0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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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밝 송학선의 한시산책 33] 사시 독서락四時讀書樂 사계절 책 읽는 즐거움 / 주희朱熹(남송南宋1130~1200)
(ⓒ 송학선)

사시 독서락四時讀書樂 사계절 책 읽는 즐거움 / 주희朱熹(남송南宋1130~1200)

산광조함수요랑山光照檻水繞廊 산 빛은 난간을 비추고 물은 행랑을 둘러 가는데

무우귀영춘화향舞雩歸詠春花香 비 오라 춤추고 노래 부르며 돌아오니 봄꽃도 향기롭다

호조지두역붕우好鳥枝頭亦朋友 가지 끝 예쁜 새도 또한 벗이요

낙화수면개문장落花水面皆文章 물위에 떨어진 꽃도 다 무늬요 글이구나

차타막견소광로蹉跎莫遣韶光老 하릴없이 봄 풍광 쇠하는 것을 그냥 보내지 말고

인생유유독서호人生惟有讀書好 인생에는 모름지기 독서라는 좋은 것이 있나니

독서지락락여하讀書之樂樂如何 책 읽는 즐거움이 어떠한 즐거움인가

녹만창전초부제綠滿窓前草不除 창밖이 초록으로 가득해도 풀을 뽑지 않는다네

무우영귀舞雩詠歸 ; 자연을 즐기는 쾌락을 이름

차타蹉跎 ; 1. 미끄러져 넘어짐 2. 시기를 잃음 3. 이룬 일 없이 나이만 먹음

견遣 ; 보내다, 놓아주다

소광韶光 ; 화창한 봄 경치, 아름다운 풍광, 풍류와 풍광
 

신죽압첨상사위新竹壓簷桑四圍 새로 돋은 대나무가 처마를 누르고 뽕나무가 사방을 둘렀는데

소재유창명주희小齋幽敞明朱曦 작은 서재는 높고 그윽해 붉은 햇빛에 환하다

주장음파선명수晝長吟罷蟬鳴樹 낮은 길어 읊조림을 그치니 매미가 나무에서 울고

야심등락형입위夜深燈落螢入幃 밤 깊어 등잔 꺼지니 반딧불이 휘장으로 든다

북창고와희황려北窓高臥羲皇侶 북창에 베개 높이고 누워 복희씨 때를 벗함은

지인소임독서취只因素稔讀書趣 다만 책 읽기 좋아하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네

독서지락락무궁讀書之樂樂無窮 책 읽는 즐거움은 끝없는 즐거움이라

원금일주래훈풍援琴一奏來薰風 거문고 당겨 한 번 연주하니 따뜻한 바람 불어온다

유창幽敞 ; 높고 넓고 그윽한

주희朱曦 ; 붉은 햇빛

고와高臥 ; 베개를 높이고 눕는다는 뜻으로, 벼슬을 버리고 세속을 벗어나 사는 것을 이르는 말

희황羲皇 ; 복희伏羲씨 때의 태평성대

소임素稔 ; 평소부터 익히 알고 있음

래훈풍來薰風 ; 중국의 삼황오제三皇五帝 신화 가운데 오제五帝의 마지막 군주인 제순유우씨帝舜有虞氏, 또는 중화씨重華氏라는 순舜 임금이 금琴을 연주하며 ‘남풍지훈혜南風之薰兮 가이해오민지온혜可以解吾民之慍兮 남풍지시혜南風之時兮 가이부오민지재혜可以阜吾民之財兮 남풍의 따스함이여, 우리 백성의 근심을 풀 것이로다. 남풍이 불 때 재물을 풍성하게 할 수 있구나.’라는 「남풍南風」 시를 노래했다는 전고典故에서 따온 말

작야정전엽유성昨夜庭前葉有聲 지남 밤 뜰에 나뭇잎이 소리를 내더니

리두화개실솔명籬荳花開蟋蟀鳴 울타리에 콩 꽃 피고 귀뚜라미 운다

불각상의만림박不覺商意滿林薄 숲 가득 가벼운 가을의 정취를 깨닫지 못해

소연만뢰함허청蕭然萬籟涵虛清 온갖 소리 쓸쓸하고 허공은 잠겨 맑은데

근상뢰유단경재近床賴有短檠在 상 가까이 짧은 등잔걸이 있음으로

대차독서공경배對此讀書功更倍 이를 마주하고 책 읽는 공이 배로 더하다

독서지락락도도讀書之樂樂陶陶 책 읽는 즐거움 기쁘고 기쁘게 즐겁고

기롱명월상천고起弄明月霜天高 일어나 밝은 달 희롱하니 가을 밤 하늘 높구나

 

실솔蟋蟀 ; 귀뚜라미

상의商意 ; 가을의 정취, 상商은 오음五音의 하나로 서쪽과 가을에 배당되어 비애悲哀 적료寂廖 등을 상징 합니다.

만뢰萬籟 ; 자연의 온갖 소리

함허涵虛 ; 물에 비친 허공, 물에 잠긴 하늘

뢰賴 ; 힘입다, 의뢰, 말미암음, 인因함, 이익, 선량함, 때마침 운이 좋아서

도도陶陶 ; 1. 말을 달리는 모양 2. 흐뭇이 즐기는 모양 3. 밤이 긴 모양

요요陶陶 ; 1. 양기陽氣가 왕성한 모양 2. 화락和樂한 모양 3. 따라가는 모양

상천霜天 ; 서리 내리는 밤하늘

목락수진천애고木落水盡千崖枯 나뭇잎 떨어지고 물 다하고 모든 기슭 말랐으니

유연오역견진오逌然吾亦見眞吾 나 또한 느긋하게 내 참모습을 보는구나

좌대위편등동벽坐對韋編燈動壁 주역을 마주하니 등잔불은 벽에 아롱거리고

고가야반설압려高歌夜半雪壓廬 소리 높여 읊조리니 한밤중에 눈은 오두막을 짓누른다

지로팽천연활화地爐烹泉然活火 화로에 샘물 끓이니 활활 타는 불이요

일청족칭독서자一清足稱讀書者 한 잔 맑음에 흡족해 독서가라 부른다

독서지락하처심讀書之樂何處尋 책 읽는 즐거움 어디서 찾는가?

수점매화천지심數點梅花天地心 몇 송이 매화에 천지 마음이 담겼다.

위편韋編 ; 책을 맨 가죽 끈, 공자는 만년에 '주역周易'을 즐겨 읽었으며 주역을 읽는 동안 죽간竹簡을 연결하는 위편이 세 번 끊어졌다는 위편삼절韋編三絶 고사가 전합니다.

‘지로팽천연활화地爐烹泉然活火 일청족칭독서자一清足稱讀書者’ 연聯이 ‘지로다정팽활화地爐茶鼎烹活火 사벽도서중유아四壁圖書中有我 화로에 차 솥 활활 타오르는 불에 끓이고, 사방 벽에 책이라 그 속에 내가 있다’로 된 판본도 있나 봅니다.

건치신문 창간 할 때 ‘건강한 사회’란 제호를 써 주셨던 무위당无爲堂 장일순張壹淳 선생님의 서화자료집書畵資料集을 뒤적이다가 이 주자朱子의 시를 발견하고 풀어 봤습니다. 8폭 병풍인데 가운데 4폭을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桃花原記로 채우고 앞의 두 폭에 사시독서락四時讀書樂 봄 여름, 뒤 두 폭에 가을 겨울 편을 넣은 작품이군요. 옛 선비들이 주자朱子를 얼마나 닮고 싶어 하며 공부를 했는지 어떤 사전을 뒤지던 모든 구절이 막힘없이 풀이 되어 있는 걸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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