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태와 과학의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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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사태와 과학의 발전
  • 서대선
  • 승인 2005.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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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과 인문학 가로 지르기...



말 많고 탈도 많았던 황우석 사태가 터진지 벌써 한달 가까이 되어간다. 서울대 자체 조사연구팀에서는 황우석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모두 허구라고 발표했다. 세간에는 세계 최대의 “과학 사기극”이라고도 한다. 이번 황우석 교수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진위 때문에 벌어진 우리사회 정치, 문화, 언론, 과학계의 문제점과 의료산업화을 기치로 내건 현 정권이 의학을 대하는 태도 등에 대해서 많은 담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점 배후에 깊숙이 암전해 있는 이번 황우석 사태와 과학의 발전이란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이 어떻게 다르며, 이번 사태에 각각 어떻게 개입했고, 우리는 어떻게 이 사태를 지켜볼 것인가.

학문은 크게 자연과학과 인문학으로 나눌 수 있다. 자연과학은 [사실판단]을 목적으로 한다. 반면 인문학은 [가치판단]을 목적으로 한다. 예술, 정치, 경제, 사회학, 철학, 법학 등. 이 모든 것들이 인문학이 다루는 주제이다.

이들 인문학은 [가치]를 다루는 분야이다. 과학은 일반적으로 [과학적 방법론]을 말한다.과학적방법론이란관찰->가설->실험->검증을 통해서 자연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사실판단]을 하는 일련의 논리적인 자연법칙에 대한 과학적 언어로의 설명이다.

즉, 좋고, 나쁨을 연구(가치평가)하는 학문이 아니라 옳고(true),그름(false)을 따지는 학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과학적 진리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수많은 반증가능성을 물리친 과학이론(포퍼)의 누적적 발전(쿤 이전 귀납주의자)과 쿤의 혁명적 발전이 동시적으로 일어나는 분야이다.

쿤의 과학발전론에 대해서는 필자는 약간 회의적이다. 과학의 혁명적 발전에 동의하긴 하지만 과학적 진리가 당대의 과학자 그룹 내부의 “합의의 결과물”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이것을 동의하는 순간 우리는 [지적 상대주의]에서 벋어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과학은 호, 불호, 좋고, 나쁨을 따지는 학문분야가 아니라 자연현상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옳은가 그른가를 따지는 학문이다. 앞에서 과학은 곧 과학방법론을 말한다고 하였다. 그러한 과학방법론 속에는 좋고 나쁨을 판단할 방도가 없다.

혹자는 과학은 가치중립적인가? 라고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학은 가치판단(좋고 나쁨)을 내릴 방법론 자체가 없다. 가치평가는 주로 인문학자들의 몫이다. “과학의 가치 중립성”이라는 말속에는 이미 과학 자체에 대한 가치평가가 들어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과학은 오로지 객관적 사실에 대한 인과관계를 실험과 관찰을 통해 검증함으로서 참, 거짓으로 판단할 뿐이다. 과학의 가치중립성이라는 말은 과학의 내부에서는 언급 불가능하며 이 말은 과학의 외부에서 과학을 바라볼 때 “가치중립적으로 보인다”는 말로 해석된다. ‘평가 할 수 없다’와 ‘중립적으로 평가된다’는 말은 다르다.

과학은 엄밀한 과학언어로 자연의 질서를 [설명]하고 [이해]하며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자연에는 이러저러한 사실이 있다, 없다, 를 판단한다. 그것이 가치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에 대한 가치평가는 대부분 인문학자들 몫이다. 과학은 쿤의 말처럼 <합의되는 것 designtimesp=12411>이 아니고 <합의시키는 것 designtimesp=12412>이다. 과학자들은 인문학자들이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과학적 증거를 제출할 뿐이다.


반면, [가치판단]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분야가 인문학 전반이다. 예술, 미학, 철학, 사회학, 정치학, 정책학, 역사학, 특히 윤리학 등, 모든 인문학의 목표는 개인이나 공동체의 호, 불호, 좋고 나쁨 등, 가치평가를 목표로 한다. 근대과학이 태동되기 이전에는, 그리고 우리나라 해방 전 조선시대의 선비들이 공부했던 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유학이라는 인문학을 가지고 가치를 판단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선비정신을 강조하는 것은 인문정신을 강조하는 것이며 당대의 윤리적 판단은 주로 이들 선비들의 몫이었다. 상대적으로 과학자축에 드는 사람들은 주로 중인계급이었고 사회적으로 낮은 신분인 "~쟁이"취급만 받았을 뿐이다.

그럼 인문학의 목표인 올바른 가치평가는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 바로 [합의]를 통해 가능하다. 합의 시스템의 최정점이 정치 분야이다. 특히 과학적 사실판단을 기초로 한 윤리적 가치판단에는 철학자들 특히 생명윤리학자들이 큰 몫을 차지한다. 가치평가 결과가 개인의 가치관을 존중하자는 쪽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사회를 자유주의적 사회로 부른다면, 개인의 가치관 보다는 사회공동체의 가치관을 존중하는 쪽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공동체주의적 사회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잊지 말자. 자연과학의 목표은 자연질서를 기술한 특정 과학이론에 대한 [검증]를 목표로 하고, 인문학의 목적은 특정 가치에 대한 [합의]를 목적으로 한다는 사실.

이를 토대로 이번 황우석 사태에 대해서 분별력 있게 사고할 필요가 있다. 과학적 사실판단에 대해서는 그 분야의 생명과학 전문가들이 맡아야 한다.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가 있는지, 없는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조작인지, 사실인지에 대한 사실판단은 그 분야 생명과학 전문가들의 몫이다.

반면에 이번 황우석 사태가 가져온 정치 문화적 사태,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를 통한 인간 질병의 치유에서부터 생명복제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대한 정치, 사회, 문화, 윤리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여러분야의 인문학자들이 좋은지 나쁜지를 가려야 한다. 즉 올바른 가치평가를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황우석 사태로 이해 붕괴된 가치들에 대해 어떤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는가, 의 문제에 자연과학자들도 당연히 참여 할 수 있다. 가치평가 현장, 소위 정치의 현장에는 여러 분야의 인문학자들과 자연과학자, 일반시민, 사회단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다.


최근의 황우석 사태를 보면서 필자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1. 과학은 스스로의 오류수정 능력이 있음으로 황우석 사건(정치적 사건)이면에 존재하는 생명공학 과학연구기술의 발전에 반면교사가 되었으면 되었지, 생명공학의 퇴보로 나타나진 않을 것이다.

2, 황우석 사건을 들추어내는 데에 과학외부의 사회적 시각, 즉 언론과 생명윤리학자들의 문제제기가 큰 역할을 하였다. (일부 과학사회학자, 과학철학자등, 쿤 패러다임 신봉자들은 이 부분에서 대부분, 쿤의 패러다임론이 옳다, 즉 체세포복제기술은 사이엔스지 마저 인정한 과학자그룹내부의 "합의의 결과물"이다. 며 환호할 것이다.)

3. 그러나 정작 문제를 제기한 것은 블릭으로 불리 운 국내 소장 생명과학자들이었다는 사실, 이것은 과학적 오류는 내부에서 스스로의 오류수정 작동 매카니즘이 있다는 뜻이다. 포퍼의 과학발전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시행착오(반증가능성)를 거쳐 발전하는 과학발전론을 보았을 것이다.

4. 황우석 사건에 대한 과학적 검증은 누구에게 맡길 것이가.
검증작업은 독립적인 다른 생명공학 과학자들이 맡아야 한다. 정부가 맡아서도 안 되고, 특정 대학이 맡아서도 안 된다. 브릭과 같은 회의주의로 무장된 과학자 그룹에 의해 옳고 그름이 재검증되어야 한다.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황교수는 체세포복제에 대한 재현가능성을 보여 주어야 한다. 예측, 설명 가능성만 있고 재현가능하지 못하면 체세포복제기술은 거짓이 된다. 이번 사태에 대해 세계의 다른 생명공학자들도 검증에 참여해야한다.

5. 과학적 검증 이외의 정치적, 경제적, 상업적 목적에 대해서는 정치계와 언론과 과학사회학자들이, 특히 생명윤리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생명윤리학자들이 그 타당성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과학발전에 있어서 이번 황우석 사태에서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의미는 포퍼가 말한 [반증가능성]이다. 회의주의적 시각으로 기존에 성립된 과학이론에 대해 비판적으로 임하는 것, 반증의 증거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 젊은 과학도들이 회의적 시각으로 황우석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 성공에 대해 끈질기게 검증과 반증을 이루어낸 것, 바로 이런 것. 과학발전의 내적 동기인 검증가능성과 반증가능성을 우리 과학계 내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이번 황우석 사태가 우리 사회와 과학계에 던져준 중요한 교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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