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분야의 고용상 성평등 향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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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분야의 고용상 성평등 향상을 위해
  • 이상윤
  • 승인 2017.03.0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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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이상윤 책임연구위원

매년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그간의 여성의 권리 보장과 증진을 자축하며, 향후 남은 과제를 위한 투쟁을 결의하는 국제적인 날이다. 여성 혐오와 폭력 문제, 임신중단권 등 여성의 성 및 재생산 권리 보장 문제를 두고 2016년 한 해 동안 활발한 활동과 논의가 있었던 한국이기에 이 날은 더욱 뜻 깊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은 다양한 혐오와 폭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경제위기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도 여성들에게 더 집중된다. 여성들의 임금 수준이 더 낮고 여성의 일자리는 더 불안정하다. 어느 분야건 여성이 정책을 결정할 만한 고위직에 오르는 비율은 낮고, 여성의 일이라 여겨지는 돌봄 노동 때문에 경력 단절의 위험도 크다.

이러한 문제는 보건의료 분야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보건의료 분야의 여성경제활동 참가율 자체는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추세이다. 보건의료 분야는 전통적으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상대적으로 여성 인력이 많은 분야다. 하지만 전체 인력 중 여성 인력의 비중이 크다고 해서 고용상 성 평등 수준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

보건의료 분야 고용상 성 평등 향상 및 차별 해소를 고려함에 있어 중요한 개념은 성별에 따른 직종 분리 현상(Occupational Segregation)이다. 보건의료 분야는 특정 직종에 특정 성별이 많이 종사하게 돼 직종별 차별과 배제를 낳는 경우가 흔하다. 보건의료 분야는 이러한 성별에 따른 직종 분리 현상에 기반해 성별 임금 격차 등이 발생하게 된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성별에 따른 직종 분리 현상이 고착화됨에 따라 그 안에서 직종 간에 위계관계가 형성되고, 이것이 또다시 성별 위계에 영향을 끼치는 방식으로 불평등과 차별이 구조화돼 있다.
 
의사 중 여성 의사의 비율이 낮고, 간호사 중 남성 비율이 낮은 것이 대표적이다. 의사의 성별 분포 불균형의 문제는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보면 여성 의사의 전문 분야는 특정 과에 몰려 있다.

미국의사협회 내과학 저널(JAMA internal medicine) 2017년 2월호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여자 의사에게 치료받는 환자들이 남자 의사에게 치료받는 환자에 견줘 더 오래 사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미국의 65세 이상 환자들을 대표하는 샘플로 조사해 본 결과,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더라도 남성 의사에게 치료받은 환자에 견줘 여성 의사에게 치료받은 환자들이 더 오래 살고 재입원율도 낮았다는 것이다. 여성 의사들이 더 근거에 기반 한 진료를 하고, 임상 가이드라인에 따른 진료를 하며, 환자와 의사소통도 더 잘 하고 더 공감적이라는 과거 연구로 미루어 볼 때 이러한 요인들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여성 인력이 받는 차별이 여성 의사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다.

최근 들어 보건의료 분야의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간호사의 경우 이직률이 높아지고 있고, 지방의 중소병원의 경우 만성적 간호사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보건의료 인력의 수, 분포, 역량 등을 강화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보건의료 분야 고용상 성 평등 향상은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하지만, 보건의료 분야 성별에 따른 직종 분리 현상 혹은 정책 결정을 내리는 고위직에 여성 비율이 낮은 것은 다양한 사회, 문화적 이유가 있다. 보건의료 분야의 교육, 훈련, 업무 과정에서 오랫동안 형성돼 온 문화, 환경, 의식 등에 영향을 받으며, 정책의 효과가 발생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므로, 보건의료 분야 고용상 성 평등 수준을 몇 가지 정책만으로 획기적으로 상승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므로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관련 자료를 모니터링하고 연구를 진행시켜 나가며 중장기적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몇몇 연구에서 효과가 있다고 밝혀진 지표들을 중심으로 이를 모니터링하고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건의료 분야 여성 관리직 비율, 보건의료 분야 여성종사자의 이직률, 보건의료 분야 비정규직의 성비, 보건의료 분야 종사자의 남녀 임금격차 등이 그러한 지표에 해당한다.

 

이상윤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책임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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