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박쥐', 다들 어디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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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박쥐', 다들 어디 갔나?
  • 편집국
  • 승인 2006.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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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국장이 '황우석 사태와 의료시장화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이다.내용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황우석이라는 말만 들어도 머리가 아프다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그래도, 황우석에 대해 다시 한번 이야기해야겠다. 진짜 반성할 사람들의 반성이 도통 없기 때문이다.

한국사회가 황우석 사태로 전국민적 혼란을 겪을 때 정부가 보여준 태도는 어떠했나. 진실을 규명하려는 언론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서 짜증을 냈고, 윤리문제는 없다고 했고, 검증은 필요 없으니 이만 덮자고 했다.

정부가 한 일은 처음에는 황 교수의, 나중에는 서울대 조사위의 '입 바라보기'가 전부였다.

황우석 사태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그야말로 무책임과 무능력 그 자체였다. 인도의 소설가이며 반신자유주의 활동가인 아룬다티 로이가 "현대 정부들의 공통적인 위기관리술"이라고 말한 '위기가 지나갈 때까지 깔고 뭉개기' 기술의 진수를 우리 정부는 보여준 셈이다.

정부는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사회 양극화가 불가피하고, 노동자가 아니라 1%의 천재들이 사회를 먹여 살린다"며 황우석을 '부강한 선진한국'의 아이콘으로 내세워온 장본인이다. 그가 속한 정부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과학기술위, 의료산업선진화위를 비롯해 10개가 넘는다.

그에게 아무런 검증 없이 수 백 억 원의 국고를 지원한 정부 관료나 10개가 넘는 국가 주요 위원회에 임명한 자들은 지금 다 어디로 숨었나?

황씨와 함께 "10년 뒤 한국사회는 무엇으로 먹고 사나"라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주문을 따라 외던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과 그 답으로 "바이오, 바이오"를 외치던 박기영 보좌관, "아이티(IT)와 비티(BT)의 융합"으로 마무리를 하던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의 그 유명한 '황금박쥐'는 지금 어디서 또 무슨 일을 하고 있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황우석 실험실에서 나왔다는 소문에 개떼처럼 모여들었던 권력과 자본은 이제 그 파산 소식에 쥐떼처럼 흩어졌다. 이들이 도망친 자리에 남은 것은 피해자들과 약자들이다. 정작 반성해야 할 자들은 사라지고 반성의 알맹이는 빠진 채 "우리사회 전체가 반성해야 한다"는 공허한 책임론이 난무한다.

과학자들이 나서 학계의 풍토를 반성하지만, 정작 돈 되는 곳에만 예산을 지원하고 기초과학은 외면해온 과학·산업정책의 책임자들은 반성의 자리에 없다. 과학자들에게 주어져야 할 것은 과학정책의 변화이건만 실제 주어진 것은 "한국과학을 살렸다"며 젊은 과학도들에게 건넨 40만원짜리 '명예훈장' 뿐이다.

난치병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줄기세포허브가 아니라 환자들의 반 이상이 파산을 겪을 만큼 과중한 의료비의 해결, 즉 의료보장의 강화다. 그러나 지금 이들에게 정부가 위로랍시고 하는 말은 '우리 생명공학'은 여전히 튼튼하며, 이를 근거로 병원을 주식회사로 만들자는 '의료산업화론'이다.

황우석과 노성일, 줄기세포허브의 서울대병원장, 김병준, 박기영, 과기부총리 등이 위원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는 황우석 마피아임에도 여전히 건재하고 "의료산업화가 올해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현 정부의 발표에도 변화는 없다.

황우석 사태는 이제 끝이라고 정부는 말한다. 그러나 황우석이 쓸고 간 황무지에는 우리 사회의 약자들만 남아 있다. 권력과 자본은 이미 새로운 황우석을 찾아 떠났다.

정부는 아마도 자신의 위기 관리기술 중 '깔고 뭉개기' 기술 이외의 또 한가지 특기인 '한가지 실정을 다른 실정으로 덮기' 기술을 발휘하여 이 위기를 타개할 것이다.

그러나 반성할 사람들이 반성하고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지 않는 한, 황우석 신화에 기반한 정책들이 고쳐지지 않는 한, 황우석 사태는 끝나지 않았고 끝날 수도 없다.

우석균(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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