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세포핵이식의 기술적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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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세포핵이식의 기술적 문제들
  • 강신익
  • 승인 2006.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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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과 줄기세포 연구의 담론구조⑦

체세포핵이식을 통해 줄기세포의 추출과 배양에 성공했다는 사실은, 같은 기술을 통해 생산된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켜 개체를 출산케 한 사건(복제양 돌리와 복제소 영롱이)에 비하면 별로 대단치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전자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포를 만들어냈을 뿐인 반면 후자는 생명체 전체를 생산한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대상이 인간이라는 데 있다.

이 기술은 젊은 여성에게 여러 차례 주사를 놓아 과 배란을 유도하고 그렇게 생산된 난자를 채취하며, 인위적으로 그 난자들의 핵을 제거한 다음 체세포 공여자에게서 얻은 핵을 그 속에 넣고 전기자극을 통해 융합시키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아직 치료적 성과는 전혀 없지만, 이 모든 과정은 오로지 공여된 체세포의 주인이 앓고 있는 병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이 기술은 맞춤의학의 대표적 사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맞춤의학이란 것이 아직은 희망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된다.

이 연구의 주체를 포함한 유전자 결정론자들의 논리에 따르면, 그 체세포 공여자(환자)의 핵 속에는 건강한 유전자가 아닌 그 환자가 가진 질병의 유전자를 갖고 있을 것이 분명한데, 그런 병든 세포를 가지고 그 병을 치료한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모순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연구를 통해 그 질병의 유전적 발병과정을 알아낼 수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종류의 연구라면 배아를 만들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척추 신경 손상과 같은 후천성 장애의 경우는 맞춤의학의 개념이 무리 없이 적용될 수 있다.(이식된 체세포의 핵은 병들지 않은 정상적인 것이므로) 하지만 만들어진 줄기세포를 신경세포로 분화시키고 그것을 병소부위에 이식하여 신경으로 자라나게 할 수 있는 기술이 아직 없는데 조직거부반응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줄기세포를 만들어서 어디에 쓸 것인지 궁금하다.

질병치료의 실질적 성과들은 이런 영웅적인 연구에서가 아닌 보다 더 소박한 세포분화기술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그렇다면, 얼마 전 서울대 팀이 추출과 배양에 성공한 체세포핵이식 줄기세포는 그 의미가 크게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이 연구는 선천성면역결핍증, 당뇨 등의 만성병과 척추신경 손상 환자를 목적으로 하고 '숭고한 인간애의 발로로 고통과 위험을 무릅쓰고 난자를 제공한' 여성들을 수단으로 한 잘 기획된 한편의 드라마다. 물론 자진해서 수단이 된 여성들이 겪은 고통과 위험이 실질적 질병치료로 이어질 가능성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이 기술이 소위 맞춤의학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이것 말고도 넘어야 할 산들이 무척 높고도 많다. 그 중 하나가 미토콘드리아에 존재하는 DNA의 문제다. 체세포핵이식으로 만들어진 줄기세포의 핵은 공여자와 똑같은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공여자와 줄기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 들어있는 DNA는 전혀 다르다.

세포분화기술이 발달해서 이 기술을 직접 임상에 적용할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물론 이것은 이론적인 문제이고 실질적으로 이 문제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고안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 우리는 이렇게 다른 미토콘드리아 DNA가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조차 알지 못한다.

이 밖에도 줄기세포를 이식했을 때 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든지, 초급성조직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든지 하는 문제들이 있으며 이들 또한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강신익(인제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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