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문직의 위기와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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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전문직의 위기와 대처
  • 김경일
  • 승인 2017.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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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치과의사 전문직업성의 재구성-전문직업성 논의의 필요성

본지는 총 4회에 걸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 구강보건정책연구회 김경일 연구원의 원고를 기획 시리즈로 연재한다. 이번 글에서 김 연구원은 치과계 내에서 전문 직업성의 논의가 필요한 당위성에 대해 설명한다. 

- 편집자 - 

근대 이전, 치아와 구강과 관련한 치료 행위의 많은 부분이 치통에 효과가 없는 약을 처방하는 내과의사나 무능력하거나 사기꾼인 발치사, 사혈을 행하는 이발외과의 등에 의해서 이뤄졌다. 20세기 초까지도 서커스나 쇼의 절정에 발치 쇼를 하는 치과의사들이 존재했었다.

Jan Steen(1651) A Tooth-Puller

현대의 치과의사를 표현하는 치과 진료실, 흰색 가운, 환자의 수동적 태도와 의사의 권위적 태도, 언어소통의 결여 등은 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사회적 요소의 변화가 현대 치과의사의 탄생에 관여하였고, 질병과 의료와 관련된 권위가 환자에게서 의사로 넘어 갔음을 보여준다.

20세기 중반, 서구의 의료 전문직은 많은 사회학자들의 관심에 대상이 되었으며, 여타 직업군의 이념형을 제공하였고, 근대사회의 표상으로 여겨질 만큼 최고의 순간을 보냈었다. 의료 전문직은 고도의 교육과 수련, 높은 도덕성, 직업규범 등을 갖춘 것으로 여겨졌으며, 이를 통해 질병을 관리하고 그 대가로 높은 자율성과 사회 경제적 지위를 부여 받았다고 여겨졌다. 과학의 발달, 제도화, 치과 교육의 대학화 등과 더불어 대중의 신뢰가 전문직의 형성과정과 강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의료계의 환경은 많이 변했다. 대중의 높아진 교육수준, 전문지식의 일상화, 소비자주의의 발전, 병원조직의 성장과 기업에의 고용, 3자 지불방식으로 인한 정부와 보험회사의 개입 심화 등이 의료전문직의 자율성을 손상시켰다. 인류의 수명연장에서 의료의 역할이 크지 않았다는 사실도 충격으로 다가왔으며, 의료비의 지속적인 증가와 집중적인 의료스캔들은 더 이상 전문가에게 부여된 특권인 자율규제(self-regulation)를 용인하기가 어렵다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의사에게 부여한 권위에 대한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었고, 대중의 신뢰는 하락했다.

의료계는 이러한 위협에 맞서 전문직업성을 재정립함으로써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였다. 전문가들이 가진 특권은 의료계와 사회간의 사회 계약에 기인한 것으로 보았으며, 사회가 변하면 전문직업성도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도덕적 요소를 중심으로 전문직업성을 정의하고자 노력하였으며, ‘환자복지의 우선 원칙’, ‘환자 자율성의 원칙’, ‘사회 정의의 원칙’의 3가지 원칙을 천명한 2002년 의사헌장으로까지 이어졌다.

영국의 왕립내과의사회는 의사의 전문직업성을 환자와의 동반자 관점에서 보며, 대중이 의사에게 갖는 신뢰를 뒷받침하는 가치(value), 행위(behavior), 관계(relationship)의 총합으로 정의하였다. 특히 전통적인 개념인 정통함(mastery), 자율성(autonomy), 특권(privilege) 등의 개념은 버려야 하며, 환자와의 동반자관계나 상호존중의 개념을 새로이 추가하였다. 또한 자율규제 개념은 적절한 거버넌스와 감독 및 보고 등에 기초한 현명한 책무성(intelligent accountability)과 결합한 공동규제(shared regulation)로 대치되었다.

치과의료계는 다소 다른 경로를 통해 전문직이 되었고, 전문직업성 논의에서도 상업주의적인 면에 대하여 좀더 경계하는 입장의 차이는 존재하나 대부분의 논의가 의과의 논의를 따라가고 있다.

국내 의료계 역시 유사한 문제들에 직면한 데다, 의료제도가 국가주도로 설립되어 의료인 스스로가 전문직업성을 발전시킨 경험도 없기에 상황은 더욱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지난 수년간 상업주의의 범람은 치과계에 큰 시름을 안겨주었다.

국내 치과계는 상업주의 외에도 치과전문의제도, 치과의사법, 한국치과의료 융합산업 연구원, 청년치과의사 문제, 동료평가 등의 다양한 이슈가 산적해 있다. 이들 대부분은 치과의사의 전문직업성과 관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논의는 매우 미미하다. 일부 선각적인 연구자들의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2006년 의사헌장을 기반으로 한 치과의사 윤리선언이 발표되었지만 논의가 소수에 집중되었고, 실천적인 변화를 불러 일으키지도 못했다.

역사적인 첫 직선제가 마무리 되고 있다. 아직 평가는 이르지만, 이번 직선제를 통해 회원들의 협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이 성과라고 할 것이다. 선거기간 많은 논의가 있었고, 현실을 반영한 공약들이 많았다. 그러한 공약이 잘 이행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미래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

건치는 이번 선거가 ‘치과의사의 전문직업성’문제를 전면에 제기하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하였으며, 전문직의 근간이 되는 사회와의 ‘신뢰회복’과 치과계에 시급하고 중대한 ‘상업주의 규제’가 그러한 두 축이 되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구체적인 방안으로 ‘전문직업성 특별기구(연구소)’의 설치를 제안했다. 이러한 주장과 제안은 선가 이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에 관련 내용을 본 졸고를 포함해 총 4회 연재하여 논의의 장이 넓혀지기를 희망해본다.

 

이 글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 (편집자)

 

(건치 구강보건정책연구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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