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있는 자에게 붙어 밀어붙이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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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있는 자에게 붙어 밀어붙이기만 하면 된다?’
  • 이인문 기자
  • 승인 2006.02.13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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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민간의보 추진론자들의 ‘도덕적 해이’

 

지난 9일 의협 주최로 열린 ‘민간의료보험의 현재와 미러 토론회는 기자가 상당한 기대를 갖고 참가한 토론회였다.

의협에서 공식적으로 개최한 토론회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건치신문의 특성상 ‘민간의보’에 반대하는 편의 주장만 더 많이 들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비추어 이를 추진하는 쪽의 주장을 더 많이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실제로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기대대로 이번 토론회에서는 ‘민간의보’를 찬성하는 것은 물론, 이를 실제로 추진하고 있는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까지 지정토론자로 참여하고 있어 한편으로는 일방적인 ‘반대’ 주장에만 물들어 있을지도 모를 기자의 시각을 더 넓혀주는 구실을 한 몫 단단히 했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막상 토론회가 끝나고 났을 때 기자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이런 뿌듯함보다는 무언지 모를 답답함뿐이었다.

보건의료운동단체나 시민사회단체의 관련 토론회장에서는 항상 수세에 몰리기만 했던 복지부와 공단관계자들의 강한 질책은 기자의 눈에도 매우 신선한 모습으로 다가오기는 했지만, 이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날 지정토론을 통해 쏟아낸 민간의보 추진론자들의 발언 내용이었다.

지금까지 민간의보 도입과 관련된 논의 과정에서 관련 주무부서 중 하나인 복지부도 철저히 배제해 왔다는 토로 앞에서 복지부보다 더 힘이 없는 ‘민간의보 반대’ 시민사회단체들의 처절한 절규를 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 너무나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정부 내에서도 힘 있는 부서인 재경부와 금융감독원 등과만 결탁해 관련 부서인 복지부의 의견(민간의보의 도입은 필요하나 이의 도입을 위해서는 건강보험과의 관계 등 관련 정책들을 논의과정을 통해 수립해 나가야 한다)조차 들어보려 하지 않는 막부가내식 행태를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들이 정부의 정책수립 과정에 전혀 참여할 수 없는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 주장에 과연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지, 그것은 물어보나 마나의 수준이었던 것이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공개하고 있지 않은(심지어는 건강보험공단에서도 취합하고 있지 않고 있는) 개인병력 등을 담은 개인질병정보를 넘겨주어야만 민간의보가 적자상품으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차치한다 해도, 다음의 주장에 접했을 때는 그야말로 이들이 정말 조금의 생각이라도 있는 사람들인가, 하는 자괴감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민간의보의 도입은 저소득층의 가입을 저해해 의료이용의 양극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도입 반대’측의 주장에 이들은 “저소득층의 민간의보 가입을 위해서는 정부가 대신 돈을 내주는 바우처제도를 도입해 해결하면 된다”면서 “그 재원은 건강보험의 정부지원금 제도를 폐지해 이 돈을 민간보험회사에 직접 지원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세상에 ‘이익’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의 상품 판매를 위하여 공보험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을 당장 없애라니, 그리고 그 돈을 바로 ‘자기’들에게 내어 놓으라니, 이것이 정말로 ‘양식’ 있는 사람들의 주장일 수 있을까?

사실 민간의보의 보장성은 공보험에 비해 매우 떨어진다는 것이 전 세계적인 연구 결과를 보아도 ‘상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의 건강보험과 민간의보의 운영효율성을 비교 연구한 결과, 동일금액의 보험료를 수취했을 때 관리운영비를 차감한 뒤 금여비로 지급되는 비율은 민간보험이 62%에 그친 반면 건강보험은 94%의 수준을 보였다는 연구도 나와 있다.

정부의 입장에서, 나아가 국민의 입장에서 같은 돈(정부의 재정지원, 국민의 세금)을 들여 국민들이 받게 될 보장성 확대의 정도가 차이가 나게 된다면 당연히 더 많은 보장성을 확대할 수 있는 곳에 ‘투자’해야만 하는 것은, 이들이 그렇게나 중요시 하고 있는 ‘효율성’이라는 절대절명의 명제로 보아서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이것을 아주 떳떳하고, 당당하게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니 시민사회단체의 일각에서 ‘의료를 상품화하려고 한다’는 의구심을 함께 받고 있는 복지부 관계자도 “지난 1년 여 동안의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왜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는 발언을 쏟아 놓고 있는 것이 아닌가?

“민간보험의 도입을 무조건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 표명을 한 정부 내 주무부서인 한 부처의 의견조차 힘이 없다고 이렇게 판판히 무시하고 있는 그들의 ‘안하무인’격 태도를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만 할까?

기자는 매우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를 근본적으로 뒤바꿀 수도 있는 문제를 이렇게 힘의 논리만 동원한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에 맞서 과연 ‘힘없는 국민’의 한 사람이기도 한 기자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정말로 갑갑하기만 한 토론회 취재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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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수 2006-02-21 13:56:50
전문기자가 이렇게 느끼는데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의 민간의보 도입의도가 어디에 맞추어져 있는지 알것이다. 복지국가는 일부를 위한 국가인가, 아니면 모두를 위한 국가인가, 한번은 생각해 보아야한다. 공보험을 무너뜨리고 민간보험을 세우려는 단체, 조직은 과연 어느나라 국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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