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대한 정부의 새빨간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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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 대한 정부의 새빨간 거짓말
  • 보건의료단체연합
  • 승인 2006.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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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한미 FTA와 보건의료 ③

 

다) 싱가포르는 영리병원의 천국인가?

정부는 싱가포르가 영리병원이 허용되어 외국환장치를 통해 돈을 많이 벌어들이고 있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와 완전히 사정이 다르다.

첫째 싱가포르에서는 1차 의료의 80%는 민간 개업의에 의해 제공되고 있는 반면 비용이 많이 드는 2, 3차 병원의료의 경우 상황이 역전되어 85%가 공공부분에 의해 제공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공공의료기관비율이 9%가 안 된다. 공공병원에 대한 국고지원도 2000년에 이미 8300억 원으로 우리나라에 비해(인구비율로 보면) 1인당 지원금이 무려 60배나 된다. 이런 높은 정부 부담에 의해 포괄적 기초의료가 공공병원이나 정부의료기관에 의해 제공되고 있다.

▲ 싱가포르의 공공병원비율 및 의료이용점유율(2003년)-Ministry of health of Sigapore, Health Facts 2004

예산면에서도 정부세출 중 보건의료예산이 우리의 경우 4000억 원 정도로 전체 일반회계 예산의 0.5%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싱가포르는 2002년에 정부예산 중 5.6%인 1조원이 보건의료에 쓰이고 있어 우리 예산의 11배 이상을 쓰고 있다.

이 결과 싱가포르의 의료비 지출은 현재 43억불로 GDP의 3.2%를 쓰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GDP의 약 6%를 의료비로 쓰면서도 싱가포르보다 의료시스템이나 보장성이 훨씬 뒤떨어지고 있다.

둘째 2002년 한 해 동안 20만 명 이상의 해외환자가 진단 및 치료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그러나 이 중 대부분이 동일 언어권이고 싱가포르와 육로로 1시간 거리인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 육안으로 보일만큼 좁은 해협을 사이에 둔 인접국 인도네시아가 전체 해외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병원이 부족해 싱가포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사정도 존재한다. 그러나 최근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자체에 병원들이 많이 생기면서 싱가포르의 해외환자 유치는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과 중국이 동일언어권이 아님은 물론 가깝지도 않다. 또한 중국은 이미 해외유명병원이 많이 진출해 있다.

한마디로 싱가포르는 강력한 공공의료체계를 바탕으로 자국민을 진료하는 병원을 통해 언어사용이 같은 주변국의 해외환자를 유치하고 있는 형태의 의료허브로 한국과는 완전히 상황이 다르다. 한국에서 싱가포르를 벤치마킹하려면 공공병원비율 80%를 먼저 도입하여야 할 것이다.

3. 무엇이 대안인가?

어떤 사람은 개방이 대세이고 쇄국정책은 세계화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한다. 교육이나 의료개방, 그리고 교육기관과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가 대세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며 현실적이지도 않다.

공공의료기관이 70% 이상이 되고 의료보장률이 70-90%가 되는 나라들에서 이미 의료는 상품이 아니며 개방의 대상이 될 수도 없기 때문에 이러한 나라들에서는 의료문제가 WTO DDA(세계무역기구 도하개발아젠다)나 FTA의 협상의제에 오르지도 않는다. 개방은 대세가 아니며 영리법인화도 대세가 아니다. 특히 의료부문에서 개방은 대세가 아닐뿐더러 오히려 공공성의 유지 및 비상업화, 비개방이 대세이다.

유독 미국과의 FTA에서만 서비스 개방, 즉 공공 서비스의 시장화와 사영화가 요구되며 한국정부가 한국의 삼성생명-삼성병원, 현대캐피탈-현대병원 등의 보험-금융자본과 병원자본의 요구를 받아들여 한-미 FTA를 빌미삼아 의료시장화, 즉 병원 영리법인 허용, 민간의료보험 확대와 공적건강보험의 축소를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돈을 바라보고 하는 제한된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진료가 아니라 적정한 진료를 모든 시민에게 제공하는 공공의료의 강화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 상업화된 의료를 더욱 상업화해 최소한의 고삐조차 풀어버리자는 병원/약국의 영리법인화를 막아내야만 한다. 또한 현재 공적 건강보험보장률 50% 남짓의 쪽박조차도 깨버리자는 민간의료보험 도입시도를 막아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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