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광장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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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광장을 돌아보며
  • 김형성
  • 승인 2017.06.1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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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김형성 논설위원

 

지난해 10월 29일 첫 촛불집회에 3만 명이 모였다. 지난 12월 3일 232만이 모여 탄핵을 가결시켰다. 연인원 1700만 명이 촛불을 들었고 박근혜는 탄핵됐다. 정당과 사법부가 갈지자 행보를 보일 때마다 주말 촛불은 횃불처럼 타올랐고 최순실, 김기춘, 이재용을 구속시켰다. 좀비처럼 살아 돌아온 수구세력의 우두머리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한참 촛불이 타오르던 어느 주말, 과연 탄핵이 가결될 것인가를 두고 논쟁을 벌이던 뒷풀이 자리에서 나는 새로운 한 세대가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는 정치적 승리의 경험을 시작한 것으로 이미 우리는 이겼다라고 주장했다. 말 그대로 4·19세대, 87년 민주화세대처럼 직접 민주주의의 승리를 경험한 촛불세대가 탄생했다. 이 승리의 세대 탄생 전과 후는 무엇이 다를까.
 
문재인 정부가 시작됐다. 취임 일주일 만에 단행한 공약이행 조치들은 매우 신속하고 과감했다. 41%의 표를 받은 그의 현재 지지율은 80%를 넘어섰다. 탄핵을 찬성했던 80%의 국민이 모두 그를 지지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궁금한 점이 생겼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한미 FTA를 강행하며 벌어진 촛불정국은 왜 승리의 세대로 자리매김되지 않았을까. 효선-미순의 희생이 불러온 촛불집회 문화가 새로운 대중의 직접민주주의 참여방식으로 확산된 첫 ‘촛불세대’말이다. 시발점은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반대여론이었지만 집회가 계속되면서 한미FTA를 중심으로 의료, 교육, 철도, 전기 등 공공부문의 민영화에 대한 저항,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져 다양한 저항운동의 씨앗을 뿌리고 있었다.
 
탄핵정국에도 자유발언과 다양한 의제가 광장을 메웠지만 2008년 촛불집회가 그 다양성과 반신자유주의 저항이슈들로는 훨씬 폭발적이었던 기억이다. 뿐만 아니라 당시 내각은 강부자·고소영 내각이라 불릴 만큼 도덕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웠으며 4대강 삽질이나 BBK같은 비리사건 등으로 이명박 정권은 무능·부패·비리 라는 본질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은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어냈고, 그 박근혜는 탄핵에 이르렀다. 이 둘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걸까.
 
어쩌면 박근혜 정부가 저지른 실정의 축적이 임계점에 도달했을지도 모르겠다. 최순실-비선실세라는 사건이 워낙 비상식적이고 퇴행적이라서 우리 사회가 인정할 수 있는 합의된 민주주의 상식을 깨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박근혜와 이명박 그 둘을 향한 촛불의 차이를  일종의 ‘게임의 법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과거 직접행동은 정의라는 목적으로 군부독재의 법을 깨뜨리는 직선제 개헌과 그 후속조치로의 정의로는 제도의 확립과정이었으며 이것은 지킬만한 규범들이 합의되는 과정이다. 그리고 민주정부 이후의 직접행동은 두 가지 선을 넘지 않는 정도에서만 대중적 직접행동이 실천됐다. 그것은 반공(혹은 반북)과 준법이다. 이명박에게는 있고 박근혜에게 없었다면 그것은 이러한 ‘게임의 법칙’에서 얼마나 벗어났는가가 아니었을까. 

그런데 문제는 군부독재와 같은 정치적 권위가 사라진 자리에 게임이 법칙에 들어서는 동안  게임은 자본의 게임, 시장의 게임에 종속됐다는 점이다. 정치적으로 승리할 수는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더욱 철저히 자본에 종속되는 방식의 룰을 넘어서지 못한다.
 
한편 흥미로운 것은 한때 ‘군부독재 타도’와 ‘민주정부 수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정의로운 세대는 새로운 촛불세대에게 더 이상 권위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소하게는 아직도 활동가들의 희생을 전제로 움직이려는 많은 조직들이 겪고 있는 ‘세대차이’ 갈등에서부터 사회전반에 있어서는 여혐논란과 한경오 논란 등 예사롭지 않은 탈권위 현상을 솔직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잘 모르겠다.

게임의 법칙은 시장의 힘을 그대로 둔채 그 대항마는 바닥부터 무너지고 있는 느낌이다. 나만의 문제라면 다행이겠지만, 아니라면 건치를 비롯한 사회의 진보와 운동을 고민하는 공간에서 이제 새로운 세대의 출현을 심사숙고하며 준비를 해야할 때가 아닐까.

이 글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 (편집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사업1국장,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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