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연구와 윤리] 난치병 치료, 대안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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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연구와 윤리] 난치병 치료, 대안은 없는가?
  • 강신익
  • 승인 2006.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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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과 줄기세포 연구의 담론구조⑨

 

체세포핵이식을 통한 배아줄기세포의 추출이라는 기술은 과연 난치병 치료의 유일한 돌파구일까?

우리는 이미 골수나 조직을 이식했을 때 발생하는 조직거부반응을 피해갈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고 성공적으로 임상에 적용하고 있다. 지금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고 있는 장기이식수술은 바로 이러한 과학적 발전에 힘입은 것이다.

물론 장기의 기증희망자와 수혜자의 조직적합성이 일치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장기를 이식받으려면 수많은 기증 희망자와의 조직적합성을 따져 보는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바로 이것이 장기이식이 일반화되지 못하는 원인이며 동시에 체세포핵이식을 통한 줄기세포 연구자들이 윤리적 위험을 무릅쓰고 그 기술을 개발한 이유다. 이 기술이 성공적으로 적용될 경우 면역억제제를 쓰지 않고도 필요한 장기나 조직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기술 중 어느 것이 더 가능성이 큰지를 저울질하는 것이 그리 시급한 일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두 가지 측면에서 두 기술은 엄청난 차이를 가진다.

첫째, 면역억제를 통한 장기이식은 이미 임상에 적용되어 효과가 인정된 기술이지만 체세포핵이식 기술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앞서 논의한 바대로 가능성이나 안전성이 확인된 기술도 아니다.

둘째, 전자는 '서로 나눔'의 정신이 필수적인 쌍방향의 기술인 반면 후자의 경우는 그 편익의 흐름이 일방적이다. 전자의 경우 그 편익은 그 프로그램에 등록된 모든 사람이 골고루 나누어 가지지만 후자의 경우는 오직 목적으로 선택된 사람에게만 돌아간다. 전자가 어느 정도 공적인 기술이라면 후자는 철저히 사적인 기술이다.

이러한 성격상의 구분은 같은 줄기세포 연구 중에도 있을 수 있다. 현재 다양한 분화가능성을 갖는 줄기세포는 세 가지 경로를 통해 얻어진다.

첫째는 이미 실용화되고 있는 성체줄기세포다.

골수에서 채취하여 백혈병 치료에 이용되는 성인의 줄기세포, 태어난 아기의 탯줄에서 얻어지는 제대혈 줄기세포, 발거된 치아의 치수에서 얻을 수 있는 줄기세포 등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는 시험관 아기 시술을 위해 사용하고 남은 잉여수정란을 발육시켜 줄기세포를 얻는 방법이다.

셋째는 위에서 논의한 체세포핵이식을 통한 배아에서 얻는 방법이다. 둘째와 셋째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배아에서 얻는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전자는 정자와 난자의 결합에 의한 임의의 유전형을 가진 반면 후자는 핵 제공자와 똑같은 유전형을 가진다는 점이 다르다.

따라서 성체줄기세포와 잉여수정란에서 발육된 줄기세포는 유전적 특성의 측면에서 임의적인 것이며 체세포핵이식을 통한 줄기세포만이 유전적 특이성을 갖춘 맞춤의학에 적절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백혈병 환자에게 이식된 골수의 성체줄기세포가 이미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유전형이 일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치료에 성공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잉여수정란을 이용한 줄기세포연구나 성체줄기세포 연구는 체세포핵이식 기술보다는 윤리적 논란의 여지가 훨씬 적으면서도 실질적 효과를 보장할 수 있는 대안적 방법일 수 있다.

더구나 장기이식에서와 마찬가지로 은행을 설립해 성체줄기세포를 모으고 그 유전정보를 관리한다면 보다 더 많은 사람이 그 혜택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강신익(인제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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