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검진의 의미와 미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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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검진의 의미와 미래 전망
  • 정세환
  • 승인 2017.07.3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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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강릉원주대 예방치학교실 정세환 교수

 

최근 수년간 구강검진에 대한 치과계의 관심이 뜨겁다. 국가 구강검진에 구강파노라마 촬영 추가에 대한 범 치과계의 요구에서부터 디지털 검사와 유전체 검사를 활용한 구강검진이 치과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치과계의 새로운 블루오션이라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필자는 구강검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의 이유를 찾아보고 구강검진이 갖는 의미와 미래 전망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왜 구강검진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가?

우선 동네치과의 위기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한국의 치과의료 부문은 임플란트 보철의 대중화에 힘입어 2000년에 2조원 규모에서 2016년에 9조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고가 진료에 의한 성장은 과잉경쟁과 소수 치과로의 집중화 경향을 보이며 동네치과의 위기를 초래했다.

구강검진, 홈메우기, 스케일링 등 검진과 예방 항목의 건강보험 급여화에도 불구하고 동네치과를 찾는 시민들은 그다지 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동네치과에서 그동안 외면해왔던 건강보험 진료와 국가 구강검진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고, 그 중 하나가 국가 구강검진에 구강파노라마 촬영을 추가하자는 요구로 표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4차 산업혁명과 연관하여 치과분야의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에 대한 가능성을 들 수 있다. 2016년에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세기의 바둑대결이 인공지능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촉발시켰다면, 의료계에서는 이미 2012년부터 인공지능 암 진단 체계인 왓슨이 상용화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5년 연 초에 정밀의료계획을 발표하며 가까운 미래에 유전체 정보까지 포함하여 보다 정밀하게 환자 각 개인을 분류하고 이를 고려해 최적의 맞춤형 의료(예방, 진단, 치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할 정도이다.

한국정부 역시 2016년 8월에 미래를 책임질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의 하나로써 정밀의료를 통한 개인 맞춤의료 실현을 선정하며 적극적인 투자를 공언했다. 이러한 흐름은 의료분야야말로 4차 산업혁명으로 지칭되는 새로운 변화의 중심에 놓여 있고 주된 내용이 정밀의료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치과분야에서 정밀의료라는 방향성에 공감하며 그 핵심 기술에 해당하는 검사와 진단법의 개발과 실용을 촉구하는 흐름은 어찌 보면 필연적이라 할 수 있겠다.

구강검진의 의미는 무엇인가?

세계보건기구(WHO)는 1968년에 ‘질병에 대한 검진 원칙 및 실행(principles and practice of screening for disease)’ 보고서에서 ‘검진은 인지되지 못한 질병이나 결손을 추정하여 발견하는 것’으로 정의하며 질병의 조기발견이 목적임을 밝혔다. 최근에는 비감염성 만성질환과 그 위험요인에 대한 지식과 기술의 향상에 힘입어 검진의 목적을 질병의 조기발견뿐만 아니라 위험요인의 발견과 예방·관리 및 합병증 예방까지를 모두 포괄하는 것으로 본다.

한국에서도 2008년에 제정된 건강검진기본법에 ‘건강검진의 목적이 건강상태 확인과 질병의 예방 및 조기발견’이라고 밝히고 있어 ‘검사’ 중심에서 ‘질병 예방·관리’ 중심으로의 전환을 도모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구강검진 역시 일반건강검진과 동일한 발전과정을 따르고 있다. 치아우식증과 치주질환으로 대표되는 구강질환이 전형적인 만성질환의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구강검진은 인지되지 못한 치아우식증과 치주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최근에는 과거병력, 생활환경 및 습관, 세균활성 등의 정보를 토대로 위험군을 발견하여 예방·관리 과정까지를 포함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09년에 구강검진기관 지정제 도입과 내원검진 중심으로의 변화를 도모함으로써 질병의 조기발견에 초점을 맞춘 ‘검사’ 중심에서 위험군을 발견하여 ‘예방·관리’ 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와 괴리가 있지만 구강검진기록부와 지침서에 따르면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구강검진의 현실은 어떠한가?

한국에서 국가 구강검진은 1951년에 학교 신체검사의 일부로써 제도화되었다. 이후 건강검진 제도와 함께 발전하며 영유아, 학생, 일반, 생애전환기 등 전 생애에 걸친 국가 구강검진제도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수검률 30%가 말해주듯이 국가 구강검진제도의 현실은 참담하다. 일반 건강검진의 수검률이 70%정도임에 비추어보면 심각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시민들은 힘들게 치과를 찾았는데 짧은 시간 입을 벌린 것 말고는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구강검진에 대해 불만을 표한다. 치과의사들은 초진료의 절반수준인 구강검진 비용에 교육·상담까지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이렇듯 국가의 무관심과 무책임 속에 국가 구강검진 제도는 시민들과 치과의사들로부터 모두 외면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가 구강검진제도와 별개로 최근에 치과진료실에서 새로운 진단법과 디지털 검사법으로 위험군을 발견하여 예방·관리까지 연계하는 시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우식활성검사의 역사를 고려하면 꽤 오랜 경험이 축적된 세균활성 검사와 초기 우식증 검사를 위한 디지털 검사 등 기술개발의 뒷받침 속에 위험군 발견에 의한 예방·관리의 유용성에 대한 인식의 확산에 힘입은 결과로 볼 수 있다.

구강검진의 발전방향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비보험 영역이어서 사회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만이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근거에 기반을 둔 표준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위험군 발견을 위한 검사결과가 예방·관리가 아닌 고가의 치료를 유도하는 데에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구강검진의 미래는?

국가 구강검진제도의 미래는 구강질환의 조기발견을 위한 ‘검사’라는 개념을 넘어서 위험군을 발견하여 ‘예방·관리’하는 과정까지 포함하는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치아우식증, 치주질환, 구강암 등 구강질환은 다양한 위험요인에 의해 발생되는 만성질환이므로 과거병력, 임상검사 정보, 생활환경 및 습관 정보 등을 종합하여 위험군을 발견하고 그에 따른 교육상담과 전문가 관리(불소도포, 홈메우기, 스케일링, 치아청결술 등)까지를 포함하는 형태로 발전시킨다면 국가 구강검진제도의 미래는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부 치과진료실에서 시도된 성과들이 반영된다면 더욱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홈메우기와 스케일링에 대한 급여확대와 국가 구강검진제도를 연계시키는 것으로부터 출발해볼 수 있다. ‘예방·관리’의 주요내용인 교육상담, 불소도포, 치아청결술에 대한 급여확대까지 포함하여 국가 구강검진제도의 전면적인 재정비를 도모해볼 수도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일부 선진국에서 시행중인 치과주치의 제도 도입으로까지 발전시켜 환자 중심의 일차 치과의료 체계를 바로 세우는 핵심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국가의 책임성 있는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애 주기에 따른 구강검진체계를 일원화하고 적정 수가에 적정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치과계와 시민들의 동의와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 전산화에 의한 행정적 뒷받침과 구강검진 질 관리의 책임도 국가의 몫이다.

중장기적으로 구강검진은 정밀의료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지 모른다. 유전체 정보까지 포함하여 보다 정밀하게 각 개인을 분류하고 이를 고려해 최적의 맞춤형 의료를 제공하는 데에 주축의 역할을 담당하는 체계로써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구강검진과 그에 따른 예방관리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치과의료 체계가 도래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정부에서 정밀의료를 국민 건강향상을 주된 목적에 두지 않고 국가 성장산업으로써의 투자의 관점을 우선시 한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생명공학과 인공지능을 포함한 과학기술의 발전은 구강검진을 치과의사의 전문영역이 아닌 누구라도 접근할 수 있는 일반영역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충분한데 건강이 아닌 산업의 관점에서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치과계에서는 정밀의료가 접목된 구강검진 체계가 실용화되는 과정에 국민 구강건강향상을 가장 큰 잣대로 삼아 비판적인 참여와 관심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겠다.

이 글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 (편집자)

 

강릉원주대 예방치학교실 정세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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