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지배체제 포섭이냐, 독립적 시민운동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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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지배체제 포섭이냐, 독립적 시민운동이냐"
  • 편집국
  • 승인 2006.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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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포럼] ① ‘한국사회운동, 위기인가?’ 개막특별토론회


(편집자 주) ‘한국사회포럼 2006’이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렸다. ‘논쟁이 돌아온다’는 타이틀 하에 2박3일 동안 각 부문별 토론들이 진행된 한국사회포럼의 주요 토론의제들을 ‘민중언론 참세상(www.newscham.net)’에서 제공한 기사들로 연재해 본다.

논쟁은 시작되었다. ‘논쟁이 돌아온다’라는 기치로 40여개 단체 600여명의 활동가가 참여, 이틀간 총 25개의 토론을 진행하는 한국사회포럼이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열렸다. 한미FTA, 황우석 게이트, 여성, 반전평화, 무상교육, 정보운동 등 각 부문 운동 의제, 즉 각론적 논쟁에 앞서 운동주체들 스스로 이야기 하는 위기의 실체에 대한 ‘한국사회운동, 위기인가?’ 라는 총론적 논쟁으로 ‘논쟁’의 서막을 열었다.

한국사회포럼2006 조직위원회는 “변화하는 정세 속에서 민주, 진보운동이 새로운 화두와 담론을 찾기 위한 문제의식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것이 한국사회운동 위기인가라는 물음으로도 나타나고 있다”며 첫 개막 토론에 대한 취지를 밝혔다.

이날 첫 토론회는 김윤자 한신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홍석만 참세상 사무처장 및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 허성우 대전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진중권 시사평론가, 정대연 전국민중연대 정책위원장, 김어진 다함께 활동가 등이 발제와 토론을 맡았다.

“신자유주의 체제에 포섭된 시민운동의 동반위기”, “위기 당사자 개혁세력으로 한정 될 필요 없어”

‘위기다’, ‘위기가 아니다’ 혹은 ‘위기는 곧 기회다’ 등 위기에 대한 해석 역시 분분한 가운데 과연 위기는 누구의 위기이며, 어떤 위기인가?

▲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한국사회가 전환적 위기를 맞고 있으며 우리가 느끼는 전환이라는 것은 양극화, 동맹구조의 해체와 재편, 주체의 퇴조와 새로운 대안의 지체 등등의 위기를 수반하고 있다”며 “그러나 위기의 당사자를 진보 혹은 개혁 세력으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이태호 협동사무처장은 “그동안 시민사회가 외면해왔는데 지난 87년 이후 유보해왔던 논쟁에 대해 점검해볼 시졈이라는데 동의하며 “시민사회의 지향을 점검하고 상에 대해 논의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홍석만 참세상 사무처장은 “사회운동 위기 이전에 한국사회의 위기, 신자유주의 재편에 따른 지배체제의 위기를 먼저 짚지 않을 수 없다”며 “현재의 위기는 시민운동의 위기 이전에 신자유주의 지배세력의 위기이며, 이러한 국면에서 신자유주의 지배체제에 포섭되어 있는 시민운동이 동반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홍석만 참세상 사무처장
홍석만 사무처장은 “오늘날 한국의 시민운동은 지배세력으로 확실히 편입될 것인가 아니면 독립적 사회운동으로 나올 것인가 하는 기로에 서있다”고 꼬집고 “독립적인 사회운동으로서 시민운동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 전략 기조에 대한 비판과 이를 철회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시민운동진영에 날을 세웠다.

홍석만 사무처장은 정치적으로 자유주의 개혁 운동의 의제가 성공적으로 달성되었으나 반면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응이 부족했다는 조희연 교수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면서 “현실에서 자유주의 개혁운동과 신자유주의 운동은 동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홍석만 사무처장은 ‘워싱턴컨센서스’의 예로 들며 “반공발전주의에 기초한 수구보수세력을 허물고 신자유주의 체제에 맞는 자유주의적 개혁정부의 창출은 신자유주의 교과서로 불리는 ‘워싱턴컨센서스’가 요구한 정치체제 바로 그것이었다”고 주장했다.

▲ 허성우 대전여민회 공동대표
한편 허성우 대전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지역, 여성의 입장에서 현재 제기되고 있는 사회운동 위기론을 재구성했다. 허성우 공동대표는 “한국사회운동 위기론의 중앙중심성과 남성중심성을 재해석해야 한다”며 “여성운동, 지역운동의 측면에서 보면 위기는 오래된 위기”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허성우 공동대표는 “위기론 극복의 대안으로 ‘포용적 연대의 정치학’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은 “한국 사회에 새로운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사회운동 내에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며 “패러다임이 바뀌고 소통방식이 달라지는 과정에서 자발적 대중이 등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패러다임의 변화로 주체가 변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운동진영이 새로운 감각으로 대중과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져야함에도 그렇지 못한데서 오는 위기, 즉 소통방식과 대안의 위기라는 것이 지금종 사무총장의 주장이었다.

“개량적 고민 부족했다”, “프랑스 최초고용계약에 대한 청년들의 투쟁을 보라”

홍석만 사무처장의 시민운동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자 이태호 협동사무처장은 “오히려 민중운동 진영의 개량적, 개혁적 고민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며 “이러한 고민 없이 대중동원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홍석만 사무처장은 “프랑스의 최초고용계약제에 대한 청년, 학생들의 투쟁과 여성의 빈곤화에 맞선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은 그럼 무엇이냐”고 되묻고 “신자유주의 의제만으로도 대중 동원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반공개발주의”, “아니다 신자유주의 지배체제”

그렇다면 현 국면에서 극복해야 할 한국사회 모순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45년 냉전체제 혹은 분단체제의 성립과 해체 혹은 재구성을 남한 내부의 민주개혁 과정과 연관 지어 파악할 것인가는 매우 논쟁적인 주제”라고 지적하며 “87년 체제 이후 20년간 개혁의 결과로 투명한 계급사회가 되어왔다는 지적은 경청할 만하고 그간의 한국시민사회와 사회운동이 발휘한 역동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치적 개혁과 민주적 권리의 확대 이면에서 경제사회적 불균형과 양극화 심화라는 신자유주의 재편이 가속화되어 왔다는 것이 이태호 협동사무처장의 인식이다. 또한 이는 여전히 45년 반공개발주의 이데올로기가 시민사회가 타개해야할 극복의 대상으로 존재하며, 87년 6월 항쟁 이후 20년간 자유주의적 개혁의제의 달성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측면에서의 신자유주의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재, 시민운동이 이에 대한 대응을 적절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데서 온다는 위기 인식이다.

이에 대해 홍석만 사무처장은 “1987년 이후 자유주의 세력과 민중운동 진영의 분화, 즉 87년 이후 20년간의 과정은 사회운동의 분화와 해체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며 “87년 10년 후인 97년 IMF를 거치면서 급진적, 변혁적 사회운동이 몰락, 신자유주의화 되어 가는 것에 대해 전체운동이 시민운동과 소통하고자 했으나 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한 점이 있다”며 당시 소통의 부재에 대해 지적했다.

홍석만 사무처장은 또 “YS, DJ와 다르게 노무현 정권은 보수세력과 적극적인 단절을 통해 정치적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자유주의 정부를 구성하였다”며 “97년 이후 형성된 신자유주의 지배체제가 주요 모순이며 극복대상”이라고 밝혔다.

반면 정대연 민중연대 정책위원장은 “한미동맹과 분단체제에 꽁꽁 묶여 있는 조건에서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을 지향하지 않은 자유주의적 개혁운동의 한계가 분명이 있었다”며 “여전히 수구세력을 제압, 청산하는 과제는 성공한 것이 아니라 실패하였고 민주주의 진전은 이로부터 제약 당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탄핵국면에 대한 성격이 도마에 올랐다. 홍석만 사무처장은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로 갈 것이 뻔히 드러난 결과에 대해 시민운동이 결합했어야 했느냐, 이후 정치적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이었냐”고 못 박고 “사회운동진영이 당시 독자성을 갖고 결합했어야 했다”고 시민운동이 체제에 포섭되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 시민운동으로 나아갔어야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대연 정책위원장은 “당시 수구세력들이 준동하고 있는 시기에 이를 막기 위해 나서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진보진영, 현실사회보다 더 낙후됐다"

한편 진중권 시사평론가는 진보진영이 낡은 패러다임 속에서 소모적이고 낡은 논쟁을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중권 시사평론가는 "정보사회의 패러다임이 NL은 30년대 농경사회로, PD는 60년대 상업사회로 만들어 버렸다"며 "이 사회의 진보는 문자문화의 낡은 패러다임 위에 서 있고 오히려 이들이 수구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참세상 조수빈 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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