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는 6월” 승부수 던지는 한미FTA 저지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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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는 6월” 승부수 던지는 한미FTA 저지 싸움
  • 편집국
  • 승인 2006.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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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포럼] ② 한미FTA 반대 투쟁과 대안 사회운동의 재구성

불온한 상상이 시작됐다. 한미FTA 본 협상을 앞두고 공대위들이 하루에도 수개가 발족하더니 이제는 사회운동을 재편성하고 대안 세계화를 향한 밑그림을 제기했다.

‘논쟁이 돌아온다’ 2006년 한국사회포럼의 ‘대안과 연대’를 모색하는 색션 토론으로 지난 23일 오후 7시에 열린 '한미FTA와 사회운동 재구성'이란 토론자리에서는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고갔다. 토론장의 분위기는 평가, 솔직, 화기애애, 신중, 진지, 과제 찾기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토론장의 자리는 시작도 전에 가득 찼고, 보충 의자 수개가 추가 설치될 만큼 관심이 집중됐으며, 참석자들은 '지침이 없다', '한미FTA가 한국 사회운동의 결집을 촉진하니 고마워해야 하냐', '돈이 되야 연대도 된다'는 등 진지한 평가를 바탕으로 농을 걸며 서로의 생각들을 쏟아냈다.

이날 토론을 통해 다수의 참가자들은 본 협상이 시작되는 6월 전에 승부수를 보는 싸움들을 총력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공론을 모았다. '걸음의 차이는 있으되 버리고 가진 말자', '총력을 다 하되 과정을 버리고 가지 말자'는 등 활동의 주문도 이어졌다.

미국중심의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세계 곳곳의 대안세계화를 향한 조류에 조응하고, 생산-생태문화적 네트워크의 원칙 속에 사회운동을 재편하자는 제언까지, 조직상황을 솔직히 밝히고 서로를 격려하는 ‘힘 받고 힘주는’ 한미FTA반대 범국민운동본부 출범 직전의 토론회였다.

의혹투성이 한미FTA 협상 개시 선언

토론회의 시작은 심광현 교수학술공대위 대외협력위원장(대협위원장)의 '한미FTA 저지투쟁과 한국 사회운동의 새 지평'에 관한 발제로 시작됐다. 발제 내용은 한미FTA를 둘러싼 정치적 분석과 더불어 향후 사회운동이 어떤 방향을 향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제언이었다.

▲ 심광현 교수공대위 대협위원장
심광현 대협위원장은 △워싱턴 개시 선언 장소 △협상 일정(미국 무역촉진법 만료기한으로 한정한) △공식화 절차 △사전 4대 주요쟁점 합의 등을 포함한 협상 내용 △협정 필요성에 대한 대국민 설득 태도 △미국의 강압적 태도와 무리한 요구 등을 들며 “비정상적이고 굴욕적 협상”으로 “100년 전 을사늑약과 쌍둥이 꼴”이라 평하며 발제를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4개 선결 과제로 광우병 쇠고기수입, 약값 동결, 스크린쿼터,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 완화를 포함해 외환송금 자유화, 제주도 특별자치도법 국회통과, 비정규 법안 환노위 통과 등 한미FTA 협상에 준하는 개방과 국내 정책(법) 정비가 아주 ‘신속하게’, ‘주(week)’ 단위로 사전정비 작업 격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미국은 오히려 ‘반덤핑 보복조치에 대한 불변’, ‘미국 제품 서비스에 맞게 한국 법률 개정 하게 하겠다’는 식의 보도가 역으로 전해졌고, 로버트 포트만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한국 내 반미감정을 촉진시키고 반작용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니 원만한 협상을 위해 조기 노력을 다하자”고 주문하며 “한미FTA가 안될 경우 한국과 미국과의 정치 경제 군사적 동맹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협박도 서슴치 않고 있다.

92년 걸프전, 94년 NAFTA 출범, 94년 미국 북폭 위협, 95년 WTO출범, 97년 동아시아 경제위기와 한국 IMF 외환위기, 2001년 911 사태와 WTO DDA 뉴라운드 출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한국의 이라크 파병 등 해를 꼽아 보면 미국의 군사 재편 전략이 한국의 정치 경제적 수레바퀴와 맞물려 돌아갔음을 알 수 있다.

심광현 대협위원장은 이런 “미국주도의 신자유주의 지구화가 중국의 급부상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경제협정과 군사 안보적 정치적 흐름이 급속도로 압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한미FTA가 체결될 경우 미국은 경제적 실익만 아니라 전략적 유연성 합의 등 중국 견제라는 정치 군사적 실익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심광현 대협위원장은 “노무현 정권은 남북경협과 정상회담 재개 등 남북 긴장완화와 경협을 통한 흡수통일로 보이는 제1단계 전진의 역사적 과업을 남기고 이를 통해 정권 재창출을 기도”할 수 있게 되고, “자본은 북한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게 되는 상호관계성을 주장했다.

미국 중심 세계화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대안의 상상력을 펼쳐야

이어 심광현 대협위원장은 한국이 합의한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은 중국의 고립을 야기해 동아시아 군사 재편과 연계, 3차 대전을 예측할 최대의 위기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새만금 개발처럼 한반도 생태계 전체를 파괴할 가능성 높은 사업들이 역으로 들어오게 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역무역협정 체결과 관련한 외교통상부의 자료를 보면 미국이 체결한 FTA의 규모는 전체 무역협정 규모 중 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심광현 대협위원장은 "한미FTA에서 미국식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분쇄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며 ”미국과의 FTA 대세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 다양한 FTA 종류가 있고, 비미국식 통상 협상도 많이 있다"면서 다양한 대안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그동안 공허한 담론에 빠져 우리 운동을 개혁으로 한정해, 참여정부의 틀 안에서 놀아난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현 정부와 보수 양당에 대한 기대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대안적 세계화를 위한 사회운동의 재편성, 각국의 문화주권, 공공서비스, 농업을 유지하며 보호조치를 상호 인정하고, 여타의 서비스를 개방적으로 교환하는 정책을 승인하게 만들자"며 "흩어진 사회세력의 연대와 결집이 필요하고, 다양한 운동 정파별 이념을 극복해 보자"고 강변했다.

다양한 파트너쉽을 갖는, 입체적인 피드백 관계로

한편 심광현 대협위원장은 "진보와 개혁의 관계를 좀 더 솔직하게 접근해 보자"고 말을 던지며 "자본국가동맹은 노동-농민-미디어-환경-영화-여성-소수자-자연생태계 등을 포섭하려고 최대 노력하고 있는 만큼, 범국민운동본부는 모든 부문들이 호혜적 네트워크를 갖고, 입체적으로 톱니바퀴식 다중네트워크를 구성해 장기전에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운동은 '생태문화적 성격'을 전제로, 자본의 상품화된 조건을 네트워크 양식으로 바꿔내야 한다'며, "6월 본 협상 개시 이전에 투쟁을 격상시키고 장기 투쟁의 저력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회운동 어떤 지향으로 새 지평을 열 수 있을까

▲ 민동욱 전농 대협국장
토론자로 참석한 민동욱 전농 대외협력 국장은 △느닷없는 협상 개시 선언 △협상 과정에는 아무도 모르고 언론을 통해 간간한 소식만 전해진다 △결과 발표되면 내용이 황당하고 양보할 수 없는 것만 가득하다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할 때쯤이면 합의가 드러난다 △이면합의 이후 정부가 여론에 밀리기 시작하면 대외경쟁력, 국제신인도, 효율성의 논리가 판을 치면서 전체이익을 위해 농업부문의 희생이 불가피 하다고 주장하기 시작한다면서 FTA협상의 일반 공식을 제기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

민동욱 대협국장은 “‘지금 싸우지 않으면 당장은 좀 참을 수 있겠지만 후대들의 미래를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란 위기감이 들고, 더욱 투쟁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절실해 진다”며 11월 대규모 농민 싸움을 준비하고 있는 사업을 소개하면서 “학생들의 동맹휴업, 노동자 파업 등 시기를 맞춘 대규모 투쟁을 조직해 한미FTA 저지를 위한 거대한 파고를 만들어 낼 계획을 같이 준비하자“고 제안했다.

염신규 민예총 정책기획팀장은 “영화계가 싸우니 연대해야 한다는 당위성 외에 지금도 문화예술계에 공공성과 다양성이 없다는 평가가 많은데, 한미FTA 이후 진행될 변화에 대해 시장경쟁력 논리가 더욱 파괴적으로 강화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도 존재하지 않는 공공성과 다양성이 이후에는 더욱 담보하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싸움이란 지점에서 지속적인 활동과 참여를 약속했다.

이철호 참교육 연구소 부소장은 그간 미국과의 서비스 협상 부문에서 초중등교육만 남은 상황임을 주지하고, 협상안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교육 테스팅 서비스’를 소개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지만 ‘새롭게 개방되는 부분’일 것을 미뤄 짐작하면 ‘교육 테스팅 서비스=미국학력 인정 시험’의 국내 도입일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이철호 부소장은 “미국 테스팅 서비스가 도입된다면 초중등 교육 시장 개방을 넘어 성인들이 토익, 토플 시험에 매달리는 것보다 더 심각하게 초,중학생들부터 그 시험에 매달리는 현상을 낳게 될 것”이라며 우려감을 표했다.

이 시험제도의 도입은 "학교의 공교육이 아닌 학교 밖의 사교육 산업을 대거, 더욱 육성하게 돼 한국 교육 자체가 무의미하게 될 것이고, 교육이 부와 불평등을 대물림하는 기재로 작동해 사회양극화를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 이윤주 공공연맹 정책부장
이윤주 공공연맹 정책부장은 노동사회운동에 대한 평가에서부터 토론을 시작했다. 이윤주 정책부장은 “기존에 이념이라 불리고, 사상이라 한 것의 좌초를 겪으면서 복원, 극복하지 못한 이유는 우리 운동의 자생력이 약했던 부분이 아닐까 싶다”고 반문하며 “이론만 남았을 뿐 운동, 과학으로 구현 체화하지 못했던 것”이라 평가하면서 각 계의 운동 진단을 제안했다.

이어 현재의 핵심적 처방을 “운동 작동의 원리, 체질 개선”이라 꼽으며 “민주노총은 지침 조직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각각의 위원장은 지침을 하달하고 조합원들은 그것을 수행하는 구조, 군사정권과 싸워 정권을 밀어냈는데 우리 안의 모습은 군사주의에 쩔어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 한미FTA 싸움 과정을 “투쟁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소중하다는 것- 과정을 통해 극복하는 작동원리를 새로 체험하고 체질을 개선할 기회로 삼자”고 주장했다.

지역대책위, 부문별 공대위, 범국본이 씨실과 날실이 되는 싸움

▲ 전규찬 시청각미디어 공대위 집행위원장
전규찬 시청각미디어 공대위 집행위원장은 “시청각 미디어 분야가 제외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지금 당장 포기해야 한다”며, 20개 단체로 구성된 공대위는 △문화다양성 △진화된 형태의 진보적으로 재구성되는 공영방송 △사회적인 규제의 개입 필요성의 내부 입장을 정하고 ‘방송개방 저지, 시청각미디어 개방 저지, 한미FTA 저지’ 등 투쟁의 방향을 소개했다.

전규찬 집행위원장은 “개혁적 성향의 운동했던 단체들도 결합시키고 진보적 단체도 하고, 방송위도 비판 타격 하되 원칙에 동의하는 한 견인해야 한다”며 “기존의 낙관론, 터무니없는 낙관론과 어쩔 수 없지 않겠냐는 패배주의 담론을 해체 시키는 작업들, 대항적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방송 프로그램을 통하거나 인터넷 기고와 기사를 통한 설득작업, 무능한 정부 바깥에서 작업할 것”이라며 '인터넷'의 전략적 활용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 토론자인 주제준 범대위 상황실장은 한미FTA 저지 싸움을 “거대한 시민사회 진영의 실험”이라고 평하며 “부문공대위와 지역대책위가 시줄과 날줄이 될 것”이라고 향후 과정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또한 “본협상이 시작되는 6월에 첫번째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한미FTA를 서둘러 쟁점화하고, 주요 단위들은 빠르게 태세를 갖추고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세상 라은영 기자(hallola@jinbo.ne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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