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공성 강화운동은 '땅따먹기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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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공성 강화운동은 '땅따먹기 운동'
  • 편집국
  • 승인 2006.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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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포럼] ③ 사회공공성 강화 운동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 23일 여성플라자 세미나실에서는 '한국사회포럼2006' 행사 일환으로 ‘시장 대 공공, 사회운동의 대안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공공부문 사유화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그간 이에 대응해왔던 노동·사회운동의 한계점과 이를 넘어서는 운동적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우석균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이 사회를 맡았고, 이해관 전 KT 노조 부위원장, 나상윤 공공연맹 정책실장, 박한종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오건호 철도정책연구센터 정책위원, 김인식 다함께 운영위원 등이 발제자로 나섰다.

“기간산업 사유화반대 투쟁이 존재한적 있는가?”

▲ 이해관 전 KT노조 부위원장
첫 발제를 맡은 이해관 전 KT노조 부위원장은 “민간부문의 구조조정 반대투쟁과 구별되는 노동자들의 기간산업 사유화반대 투쟁이 존재한 적이 있는가? 또 노사 혹은 노정간 단체협약을 넘어서는 공공성에 관한 사회적 요구가 존재한 적이 있는갚라는 질문을 던지며 발제를 시작했다.

이해관 전 부위원장은 스스로의 질문에 대해 “그간 국가기간산업 사유화 그 자체를 반대하는 분명한 이데올로기 전선은 사실상 제대로 세워지지 못했다”며 한국 노동운동의 이데올로기적 취약성과 국가기간산업과 공공부문 형성 및 발전 과정의 특수성을 설명했다.

그는 “국가기간산업 사유화의 출발점인 노태우 정권 당시 노동자들은 민영화를 노동자 재산 증식의 계기로 기대하거나 혹은 민주화의 흐름 속에 관치경영에 대한 반발로 (민영화에)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며 “이에 따라 해당 노조들은 오히려 자율경영과 관치의 원천인 규제철폐를 요구하기도 했고, 이러한 요구를 군부독재 잔재를 청산하는 민주화로 이해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해관 전 부위원장은 “한국의 공공부문은 계급투쟁 과정에서 발전한 것이 아니라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 전략의 효율성을 위해 급성장 할 수 있었으며 이러한 성장을 바탕으로 관료적 관치가 매우 극심했다”며 “상대적으로 노사관계는 안정적이었지만 누적된 관치에 대한 불만이 문민개혁의 바람을 타고 높아지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사유화가 추진되어 초기 사유화에 대한 노동자의 반발이 높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공공부문의 특수한 역사적 조건 속에 그간의 사유화 저지 투쟁은 ‘재벌특혜 민영화 반대’, ‘졸속 해외매각 반대’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국가기간산업의 공적 소유 옹호하는 이데올로기 필요”

이어 이해관 전 부위원장은 “1천억 규모였던 KT의 매출이 사유화 이후 2조원 규모로 증가했지만, 설비투자와 연구개발비는 오히려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과거에는 KT의 예산이 조금만 남아도 국회에서 전화료 내리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지금은 2조원을 벌어도 그런 얘기가 안 나온다”며 기간산업 사유화가 초래한 부정적 결과를 강조했다.

그는 국가기간산업 사유화를 저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졸속 민영화 반대’ 등의 실용적인 이데올로기를 넘어서서 국가기간산업의 공적 소유를 옹호하는 이데올로기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해관 전 부위원장은 △노동운동 차원에서 공공성 확장 투쟁의 주제 형성 △시민사회와의 광범위한 연대 등이 요청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발제를 맡은 나상윤 공공연맹 정책실장은 IMF이후 전개된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의 특징을 △인력감축 위주의 노동자 희생 △해외매각 등 공공부문의 축소 △절차에 있어서 노동자와 노동조합 배제 등으로 정리했다.

“사유화 저지투쟁, 기업별 노조 체계에서는 한계 있어”

▲ 나상윤 공공연맹 정책실장
특히 그는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주된 목표로 설정된 인력감축에 대해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최단 기간 내에 최대 규모로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상윤 정책실장은 “김대정 정부는 당시 2001년 말까지 총 14만2천6백여 명을 감축하는 목표를 내세웠는데, 이 과정에서 공무원 8만 여명과 공기업노동자 6만 여명이 정리해고를 당했다”며 “이것은 공공부문 종사 인력의 18.3%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나상윤 정책실장은 이같은 유례가 없는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공기업 사유화의 여파로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극심한 고용불안과 노동 강도의 강화로 인해 산업재해에 시달리게 되었고, 그 서비스의 수준과 질이 현저하게 저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였다”고 지적했다. 또 이와 함께 국민경제의 초국적자본에 대한 종속성 강화와 공적서비스 질의 양극화가 초래되어 왔다고 덧붙였다.

나상윤 정책실장은 공기업 사유화와 구조조정에 대해 노동조합이 적극 대응을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선 기업별 노조 체계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기업별 노조 체계에서는 지도부가 연대의식을 갖고 사유화 문제에 대응을 하지만, 만약 기업별 노조의 개별적인 이해관계가 걸리면 그 연대는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노동자들이 현재처럼 기업별 노조 체계에서 ‘사유화 저지’라는 거대담론을 수행하기는 한계가 있다”며 산별노조로의 조직체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유구조’보다 ‘지배구조 민주화’를 전략적 고리로 설정해야”

이와 함께 나상윤 정책실장은 공공부문의 사유화 저지와 사회공공성 강화 운동의 핵심적인 매개 고리를 ‘공적 소유’보다는 ‘지배구조 민주화’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중적으로 공공부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 있었는데, 이것이 사유화를 정당화해주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작동되어 왔다”며 “기존의 공공부문에서 부정적인 문제의 근본 원인은 소유의 문제가 아니라 지배구조의 문제임에도, 노동자들은 국가소유가 문제라는 식의 인식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소유의 측면에서 공공부문은 국가 또는 사회적 소유가 되어야 하지만, 현재의 조건에서는 ‘지배구조 민주화’가 더 설득력 있는 전략적 고리가 될 수 있다는 게 나상윤 정책실장의 주장이다.

나상윤 정책실장은 ‘지배구조 민주화’를 쟁점으로 설정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지배구조 민주화는 당면시기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시급한 현안인 만큼 투쟁동원전략 측면에서 유효하고, 지배구조 민주화 투쟁을 통한 공공서비스의 생산과정에 개입해 공공부문의 민중적·민주적 통제구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중적 정서에 기반한 시장이데올로기 급격히 팽창”

의료와 교육부문을 중심으로 발제를 진행한 박한종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교육과 의료 시장화가 “새로운 이윤 창출의 시장을 필요로 하는 독점화된 거대 자본의 요구에 추동되고 있다”며 “대중의 교육과 의료에 대한 불만족을 기반으로 다양한 수요와 시장적 경쟁에 의한 그것의 충족, 그리고 시장의 효율에 의한 진보라는 이데올로기적 공세로 정리될 수 있다”고 밝혔다.

▲ 박한종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박한종 정책국장은 대중적 정서에 기반한 시장이데올로기의 급격한 팽창에 반해 운동진영 은 “미래적 시제의 사회 해체를 경고하는 이른바 ‘공포환기의 전술(협박의 전술)’ 등의 수세적 전술 외에 별로 가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공포의 환기’라는 수세적 전술 뿐만 아니라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라는 적극적 전술을 현실화 시킬 수 있는 민중적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발제자로 나선 오건호 철도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과 김인식 다함께 운영위원은 사회공공성 운동과 사회주의 운동의 관계 설정, 공공성과 시장의 갈등 관계 등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다소간의 시각차를 나타냈다.

“운동진영, ‘쟤네들 나쁘다’는 식의 비판 그 자체에 안주”

오건호 철도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쟤가 왜 저러나’라는 얘기도 나올 수 있겠지만, 논쟁을 붙인다는 의미에서 발제를 하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 오건호 철도정책연구센터 정책위원
오건호 연구위원은 “신자유주의 시장화가 얼마나 나쁜지 모르는 사람이 있는가? 우리 민중들이 현재 양극화의 문제점을 모르는갚라고 물으며 “그런데도 운동진영은 신자유주의는 나쁘다는 식의 자본주의 비판운동에만 몰두하고 있으나, 대중들은 신자유주의 시장화가 양극화를 얼마나 심화시켜주는지 보여주는 것으로 싸우지 않는다”고 신자유주의 대항운동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운동진영이 성명서를 내면 그 중 95%는 노무현 정부의 나쁜 점을 얘기하고, 5%는 ‘투쟁 열심히 하자’로 끝난다”며 “그런 식으로 ‘쟤네들 나쁘다’라는 얘기만 강조해서 저쪽이 힘을 잃으면 좋겠는데, 오히려 힘이 더 세지고 있다”며 자본주의 비판에만 매몰되고 있는 운동방식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현재의 신자유주의 대항운동이 ‘자본주의 모순론· 붕괴론적 경향’ 혹은 ‘선험적 대안론(구호뿐인 사회주의) 경향’ 등 비판 그 자체에 안주하고 있다는 게 오건호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강령적 운동 아닌 개량적이라도 실사구시적 운동 필요”

오건호 연구위원은 이 같은 신자유주의 대항운동의 현재의 흐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량적이더라도 실사구시적인 운동이 필요하고, 지금이 그 전환적 시졈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사회공공성 운동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강령적 상에 대해 활동가 수준이 아니라 대중이 수용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것은 대중들을 더욱 멀어지게 할 것”이라며 사회주의적 강령을 전면에 내세운 신자유주의 대항 운동방식과 거리를 둔 뒤 “중요한 것은 시장원리가 아니더라도 훨씬 효율적이고, 평등한 시스템이 가능하다는 것을 하나하나 대중에게 검증시켜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즉 신자유주의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넘어서는 새로운 ‘원리’에 대한 대중적 검증이 필요하고, 그 단초가 바로 사회공공성 운동에 있다는 것이다.

“사회공공적 원리에 의한 시스템 가능하다는 것 증명해야”

오건호 연구위원은 “최소한 시장에서 넘보지 말아야하는 영역이 있는데 이미 많은 부분을 빼앗겼다”며 “그러나 다 빼앗기지는 않았고, 그것을 하나하나 빼앗아야 한다”며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사회공공성 운동을 ‘땅따먹기 운동’이라고 언명하기도 했다.

오건호 연구위원은 사회공공성 운동의 역사적 의의에 대해 “물, 통신, 의료 등 해당 산업 영역에서 시장을 넘어선 사회공공적 경제운영을 실험하고, 이 성과를 사회적 담론으로 확장하는 운동”이라며 “이를 통해 시장원리가 아니라 사회공공적 원리에 의해서도 산업이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이 과정을 통해 자본주의에 비판적인 주체들을 형성해 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규제된 자본주의, 자본주의 결함 치료할 수 없어”

오건호 연구위원이 신자유주의적 모순을 극복하는 사회운동 모델과 관련해 사회공공성 운동을 언급하며 ‘땅 따먹기식’ ‘실사구시적’ 접근을 강조했다면, 이어 발제자로 나선 김인식 다함께 운영위원은 사회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급진적 사회 변화 운동(급진적 해방 프로젝트)‘에 방점을 찍었다.

▲ 김인식 다함께 운영위원
우선 김인식 운영위원은 “신자유주의는 자본주의를 규제하기 위해 가해진 제약들을 제거한 보다 순수한 형태의 자본주의”라며 자본주의 체제가 가지고 있는 모순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보다 규제된 자본주의로 회귀하려는 시도가 자본주의의 결함을 치료할 수 있는갚라고 물으며 “현 체제의 개혁을 위해 싸우는 것은 옳지만, 반신자유주의 운동이 표방하는 정의·효율성·민주주의·지속가능성 등의 가치는 자본주의와 공존할 수 없다”며 사회공공성과 자본주의, 공공성과 시장의 양립불가능성을 강조했다.

“대안적 사회 논리로 ‘사회주의’ 표명해야”

김인식 운영위원은 ‘대안적 사회 논리의 수립’을 강조하며, 그 상으로 ‘민주적 계획 경제’를 기반으로 한 사회주의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스탈린주의 재앙 때문에 사회주의라는 말이 평가절하된 것은 사실이나, 부시정부가 날마다 민주주의와 자유 같은 말을 더럽힌다고 해서 그 단어를 버릴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주의란 말을 버릴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인식 운영위원은 이어 “현실에서 민주적 계획경제는 근본적인 사회 변혁을 뜻한다”며 “급진적 해방 프로젝트가 다수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와 전쟁에 맞선 세계적 저항과 일상적 투쟁을 결합시키고, 체계적으로 운동과 조직 노동계급을 연결시키고, 선거 정치에 연루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참세상 김삼권기자(quanny@jinbo.ne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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