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성공했으면, 10석 어림없다” VS “시민운동 할 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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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성공했으면, 10석 어림없다” VS “시민운동 할 일 없다”
  • 편집국
  • 승인 2006.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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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포럼] ④ 시민운동과 진보정당의 관계설정, 어떻게 볼 것인가①

“말은 국가와 시장과 다른 제3의 영역이라고 하지만, 참여연대를 필두로 시민운동진영은 너무나 친정부적이고, 친여당적이다.”

“한민자(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의 거사가 성공했다면, 과연 민주노동당이 국회에서 10석을 확보할 수 있었겠는가?”

“그 당시 바람직한 운동의 방식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고, ‘너희도 당선됐으니 잘된 것 아니냐’는 식의 논리가 더 옹졸한 것 아닌가? 정당한 비판은 정당하게 받아들여라.”

“민주노동당은 사람을 동지적 관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위계적인 관계로 보기 때문에 지역 시민단체와 당과의 벽이 생겨나게 된다.”

지난 24일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진행된 ‘시민운동과 진보정당의 관계설정, 어떻게 볼 것인갗 토론회에서 민주노동당과 시민운동진영을 대표해 참석한 발제자들은 2004년 총선과 탄핵국면에 대한 평가, 진보정당과 시민운동진영의 관계, 시민운동진영의 ‘친여당성’ 논란 등을 놓고 격렬히 충돌했다.

‘한국사회포럼2006’의 부문 토론으로 마련된 이날 토론회에서 참여연대, 초록정치연대 그리고 정대화 교수까지 합세한 ‘시민군’은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에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역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시민운동진영을 몰아세웠다.

이날 토론회는 김상곤 한신대 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채진원 민주노동당 의정정책실장, 김민영 참여연대 합동사무처장, 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정대화 상지대 교수가 발제자로 나서 약 3시간가량 열띤 토론을 벌였다. 또 토론회가 열린 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꽉 채워졌고, 참가자들은 발제에 이어진 청중토론에서 적극적으로 각자의 주장을 펼치며 토론회의 열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참여연대를 필두로 한 시민운동진영 친정부, 친여당적”

▲ 채진원 민주노동당 의정정책실장
첫 발제는 채진원 민주노동당 의정정책실장이 맡았다. 채진원 의정정책실장은 발제의 시작과 함께 “말은 국가와 시장과 다른 제3의 영역이라고 하지만, 참여연대를 필두로 시민운동진영은 너무나 친정부적이고, 친여당적”이라고 참여연대를 정조준하고 포문을 열었다.

채진원 의정정책실장은 곧바로 2004년 탄핵국면과 17대 총선 그리고 현재의 비정규직 문제에 이르기까지 시민운동진영이 가져왔던 그간의 행보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우선 “탄핵국면에서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운동진영은 정치권의 구태행위와 도구적인 정치행위 그 자체를 규탄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국민들과 유권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민주수호’의 틀로 제한시켰다”며 “결과적으로, 참여연대가 보여준 ‘친노무현 대통령과 친열린우리당’ 태도는 자신의 행위가 가져올 결과에 대해 ‘정치적 판단’을 하지 않고, 판단불능상태에 빠졌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제 시민단체 할 수 있는 일 없다”

이어 채진원 의정정책실장은 “탄핵국면에서 시민단체의 판단오류가 2004년 4월 총선과정과 그 후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한 이후 현재까지 반복되고 있다”며 “17대 총선에서 총선연대는 낙선대상에 탄핵에 동참했던 의원은 포함시키고, 이라크파병에 동참한 의원은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낙선운동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채진원 의정정책실장은 황우석 사태와 관련해서도 “시민운동진영은 소극적이었다”고 평가한 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시민운동진영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양극화의 핵심인 비정규직문제와 관련해 기간제노동자의 사용제한을 포기한 열린우리당의 비정규직법안을 지지하는 아이러니한 행태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제 시민단체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 한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인 뒤 “이런 상황에서 진보정당과 시민운동진영이 바람직한 관계를 맺기란 힘들 것”이라고 밝히며 발제를 마무리 했다.

“민주노동당 지구당 간부들, 양아치 정치낭인”

참여연대를 위시한 시민운동진영에 대한 채진원 의정정책실장의 날 선 비판이 마무리되자 다음 발제자인 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이 입을 열었다. 이때부터 민주노동당에 대한 집중포화가 시작되었다. 우석훈 정책실장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비판은 채진원 의정정책실장의 참여연대에 대한 그것보다 더 수위가 높았다.

풀뿌리 정치와 관련된 민주노동당의 맹점들을 주로 언급한 우석훈 정책실장은 ‘양아캄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지역에서 본 민주노동당의 지역 간부들은 그야말로 정치낭인”이라며 “현실적으로 한나라당의 당 간부들보다 정신과 문화면에서 낫다고 할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에서 민주노동당이 환영받는 데가 거의 없다”며 “지역 시민단체들과 반목이 생긴 것은 2002년 지방선거 때부터인데, 당시 민주노동당은 지역에 낙하산 인사로 후보를 출마시켰고, 처음 보는 사람이 지역에서 출마하겠다고 하니, 반목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중앙화된 위계체계  남성적 패권주의 ‘아빠정당’”

▲ 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이어 우석훈 정책실장은 민주노동당을 ‘아빠정당’이라고 비유하며, 민주노동당이 중앙화된 위계체계와 남성적 패권주의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노동당 지역 지구당 사람들을 만나보면 ‘중앙에 정파가 이렇다, 저렇다’라는 얘기를 아직도 한다”며 “지역의 조그만 현실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통해 점차 무엇이든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중앙당에서 의사결정해 밑으로 뿌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민주노동당의 중앙집중적 의사결정방식을 비판했다.

우석훈 정책실장은 또 부안의 예를 들며 “부안 분들이 민주노동당에 대해 ‘우리 이용하려고 한 것 아니었냐’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민주노동당은 사람을 동지적 관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위계적인 관계로 보기 때문에 지역 시민단체와 당과의 벽이 생겨나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우석훈 정책실장은 “개인적으로 민주노동당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답이 없다. 이런 것(중앙화된 위계체계, 남성적 패권주의)이 더욱 강화되면, 강화되었지 분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만약 당이 위기라고 생각한다면, 중앙의 큰 단체와 얘기할 게 아니라 지역에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소통해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른 운동 성장으로 자기운동 잠식당했다는 평가 무슨 의미 있냐”

이어 민주노동당 채진원 의정정책실장이 ‘파이팅 파트너’로 직접적으로 언급한 참여연대 김민영 협동사무처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김민영 협동사무처장은 채진원 의정정책실장이 제기한 총선과 탄핵국면에서 보인 시민운동진영의 행보 그리고 ‘친정부적’이라는 제기를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 김민영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김민영 협동사무처장은 우선 “이미 2000년 총선과정에서 비슷한 논쟁이 한 차례 있었다”고 설명하며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활동이 신자유주의 반대를 위한 진보적 계급연대전선을 무력화했다는 조희연 교수의 평가가 있었고, 또 다른 측면으로 총선시민연대가 국민적 쟁점을 제기하다보니 변혁적 쟁점이 무마되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2000년과 2004년 총선과정에서 시민운동 진영에 대한 문제제기의 내용을 요약했다.

이어 김민영 협동사무처장은 “최근 뉴라이트 운동이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런데 뉴라이트 운동이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에 참여연대의 운동이 잠식당했다는 평가가 가능한갚라고 반문하며 “다른 운동의 성장으로 자기 운동이 잠식되었다는 평가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총선과 관련된 채진원 정책실장의 제기를 일축했다.
“한민자 거사 성공했다면, 민주노동당 10석 확보했겠냐”

김민영 협동사무처장은 탄핵과 관련한 채진원 의정정책실장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한민자(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의 거사가 성공했다면, 과연 민주노동당이 국회에서 10석을 확보할 수 있었겠는갚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그는 “시민운동이 개량적이고, 자유주의적이라는 비판은 가능하다. 그러나 ‘노무현 살리기’, ‘열린우리당 살리기’라는 지적은 또 다른 얘기”라며 “대다수의 시민들이 탄핵국면에서 ‘옳다, 그르다’를 논했던 시점에서 여전히 남의 다리 긁는 운동이 과연 옳은 일이었겠는갚라고 따져 물으며 역으로 탄핵국면에서 민주노동당이 취했던 태도를 비판했다.

“시민운동 배경으로 ‘제2의 진보정당’ 탄생할 수 있다”

이어 그는 시민운동이 ‘친정부적’, ‘친여당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노무현 정부 초창기에 시민운동이 헷갈려했던 것이 사실이나, 3년이 지난 지금 과연 ‘친노’적인 시민운동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박하며 “시민운동 일반을 놓고 ‘친노’라는 딱지를 붙이는 게 민주노동당에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갚라고 쏘아붙였다.

시민운동진영에 던져진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공세를 퍼붓던 김민영 협동사무처장은 “민주노동당이 일찍이 반신자유주의 운동을 전개해왔다면, 자신의 우군으로 시민운동을 어떻게 포섭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충고한 뒤 “민주노동당의 실험의 성패 여부와 무관하게 90년대 성장한 시민운동을 배경으로 ‘제2의 진보정당’이 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묘한 여운을 남기며 발제를 마쳤다.

"노동 시민운동이 정치 외곽에 존재하는 것이 문제"

민주노동당, 초록정치연대, 참여연대를 대표하는 참석자들의 주발제가 끝나고 정대화 상지대 교수가 이어 받았다.

▲ 정대화 상지대 교수
정대화 교수는 우선 “현재 한국 사회의 정치구조가 사회구조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정치․ 사회 구조의 이원화를 강조하며, 그 원인을 ‘정치의 외곽에 존재하는 시민운동과 노동운동’으로 요약했다. 그는 “87년 이후 분출된 운동적 에너지가 집중되어있는 시민운동과 노동운동, 즉 양대 운동이 정치의 외곽에 존재하고 있고, 이로 인해 한국 사회의 정치가 사회와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거나 사회적 요구를 통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정대화 교수는 이 같은 진단의 연장선에서 ‘개혁정부의 실패’를 바라봤다. 그는 “우리 사회 양대 동력이 현 정부의 외곽에서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고, 그 반대편에는 수구보수 세력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상태”라며 “정치가 그 내부에 동력을 가지지 못하는 진공상태이기 때문에 양쪽에서 압력을 가하면 찌그러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시민 노동운동의 사회 정치적 연대는 모범답안”

정대화 교수는 정치구조와 사회구조가 이원화되어 있는 현실 속에서 진보정당의 정치적 역량 강화와 시민운동의 정치적 참여 확대 등 양자의 관계설정과 관련해 △정책연합 △정치적 연대 △시민운동의 정치세력화를 통한 이차적 연대 등 3가지를 방안을 제시하며, 정치사회적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정대화 교수는 “‘민주노동당만이 유일한 진보정당인갗라는 고민과 넓은 의미에서 ‘반드시 민주노동당과 연대해야 하는갗, 또 ‘민주노동당과 연대하는 것이 당에 입당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며 “일단 시민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치적 흐름을 이어 나가고, 일정정도 지난 다음에 두 개의 정치세력으로 공존할 수도 있다”고 앞서 김민영 합동사무처장이 언급한 ‘제2진보정당 창당’과 맞물리는 ‘시민운동의 정치세력화’ 방안에 힘을 실었다.

마지막으로 정대화 교수는 “시민운동과 진보정당이 사회정치적 연대를 형성하는 것은 사회진보를 위한 거역할 수 없는 모범답안이라고 생각한다”며 “답안은 이렇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지 않다”며 사회정치적 연대를 위한 보다 활발한 토론을 요청하며 발제를 끝마쳤다.

'시민운동과 진보정당의 관계설정, 어떻게 볼 것인가②'로 이어짐

참세상 김삼권기자(quanny@jinbo.ne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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