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노협은 범국본에 왜 가입하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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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노협은 범국본에 왜 가입하지 못했을까
  • 편집국
  • 승인 2006.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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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문제제기 속 차기 회의로 미뤄져

함께 싸우자던 말은 빈말이었나?

▲ 민주노총 공문
지난달 28일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출범에 앞서 진행된 대표자 회의에서 다소간의 언쟁이 오고갔다. 특별한 이견이 있어서가 아니라 온 국민을 포함해 한미FTA 저지 싸움의 중심 축이 되겠다는 범국민운동본부의 가입 원칙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가입 확답을 받지 못한 전국병원노동조합협의회(병노협)의 문제제기로 논쟁이 촉발됐다.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 개별 참여도 열어 놓고 있다던 범국민운동본부는 민주노총의 이의 제기를 이유로 병노협의 범국본 가입 결정을 유보했다. 그러나 이날의 대표자회의에서 가입 원칙을 확인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엇갈린 주장 속에 결정은 차기 회의로 넘겨졌다. 그러나 민주노총 소속 단위 중에 참여 의사를 밝힌 후 범국민운동본부에 명기 되지 못한 단위는 병노협 뿐이어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병노협 이름 명기가 왜 빠졌는가?

대표자회의 안건을 논의하던 중 이장우 병노협 조직위원장은 발언을 요청하고, “병노협은 범국본 분담금도 냈는데 참가단체 명기에 빠져있다. 오기인갚라며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사회를 맡은 박석운 집행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참여방식에 대한 입장을 밝혀와 현재는 보류해 놓은 상태”라고 답했다.

▲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이장우 병노협 조직위원장(사진 김성진)
이에 이장우 조직위원장이 손을 들고 다시 발언을 신청하자, 박석운 집행위원장은 “대표자들에게만 발언 기회를 주겠다”며 발언 기회를 차단했고, 곳곳에서 “뭘 얘기하려 했는지 들어보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박석운 집행위원장이 의견을 묵살하고 강행 안건을 처리 하려 하자, 심지어 양기환 영화인대책위 대변인이 발언권을 신청하며 “왜 발언기회를 막냐, 그러면 오해가 생긴다. 의견을 얘기하게 하자”고 의견을 피력했으나 결국 발언권을 얻지 못해 자리에 다시 앉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산하 조직 내부의 문제이고, 오늘 중앙위원회를 통해 한미FTA 저지 투쟁에 나설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그 안에서 어느 연맹은 들어가고 어느 연맹은 갈라지고 하는 형태가 아니라 민주노총의 참여 방식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답하며 민주노총 내부 논의를 통해 결정하게 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최인순 보건의료단체연합 집행위원장은 “현재 범국민운동본부에 참여하고 있는 단위들은 지역별로 따로 가입한 조직도 있고, 전국 조직에서 결정해 참여한 조직도 있다. 전국조직에서 참여를 결정했다 해도 지역별로 가입하겠다 하면 그 자율권을 침해할 이유가 없다”고 의견을 밝히며 “범국민운동본부 활동에 동의하는가, 열심히 할 것인가의 원칙을 확인해야지 자기조직 우선 원리를 관철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김세균 교수학술공대위 공동대표도 “이 자리가 대표자 회의인 만큼 지침을 여기서 정할 수 있는 거 아니겠냐”고 반문하며 즉각적인 논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박석운 집행위원장은 “민주노총에서 이견을 제출해 와 이 이견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오늘 보류 하고 다음 차기 회의에서 논의해 결정하자”며 다음회의 처리를 제안했다.

주장이 오고가는 가운데 범국민운동본부의 참여 원칙과 위상에 관한 논쟁으로 확장됐다.

계속 발언권을 얻지 못하던 이장우 조직위원장은 일어서서 “한미FTA에서 보건의료와 관련한 부분에서 병원노동자들이 나설 문제이다. 범국민운동본부의 참가 원칙이 뭐냐?”라고 되물으며 “도대체 내부 결정이 어떻게 된 것이고, 이견이 어떻게 도출되고, 이름이 빠지게 된 경위가 어떻게 되고 어느 단위에서 이것을 결정하게 된 것인갚라며 해명을 요구했다.

이어 박석운 집행위원장은 “분담금이야 계좌번호가 나와 있으니 알아서 납부했을 것이고 범국본 누구도 가입 여부를 확인해 준 바가 없다”고 잘라 말하며, “현재 범국본 참가단위는 부문별 공대위를 통해 가입하거나 범대위를 승계하는 형태로 가입됐다. 병노협에 참가여부를 확인해 줬다는 사실은 금시초문이고, 분담금 여부도 아직 확인이 안됐다”고 답하는 과정에 청중석에서 “상황실장에게 분담금입금 확인의 연락을 받았다”는 사실 확인 항의가 이어지자 오히려 “말하는 중에 왜 자꾸 말을 끊냐”며 화를 내기도 했다.

말은 이은 박석운 집행위원장은 “내부 조직의 참가방식과 관련해 민주노총에서 정식 공문으로 의견을 내왔고, 병노협과 관련해서도 이전 회의 단계에서 참가 신청이 확인된 바 없고, 보고된 바도 없다. 상급 단체에서 이의를 제기하는데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지 않냐. 내부적으로 민주노총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하며 “소속 단체들의 이견을 존중해 결정해야 하니 회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석운 집행위원장이 병노협 가입의 문제를 범국민운동본부의 가입여부 문제가 아닌 민주노총 내부 문제로 소급시키자, 최일붕 다함께 대표는 “기자회견에 얼굴 비추러 온 것도 아니고, 여기는 범국민 대표자회의 자리다. 범국본 대표자 회의인 지금 이 자리에서 결정하면 되지 않겠냐”고 주장해 주최 측에 즉각적인 원칙 결정을 요구했다.

이어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문제는 민주노총 내부에서 해결하면 될 문제”라고 말하며 “이 자리에서는 참가 여부 결정을 당연히 열어놓고 간다는 원칙만 확인하면 된다”라고 말하자, 박석운 집행위원장이 반색을 하며 “그래 열어 놓고 가기로 하고 다음 안건을 논의하자”고 말을 돌려 서둘러 다음 안건을 상정했다.

그러나 청중석에서 “병노협이 가입되기로 한 거냐? 열고 간다는 게 정확히 어떻게 정리 된 거냐?”라는 질문이 제기되자 박석운 집행위원장은 “열고가자는 것에 동의하고 일단 보류해서 추가 논의해서 결정하자고 자신은 받아들였다”며 두루뭉실 다음 안건을 상정했다.

왜 병노협의 가입이 문제 되는가

전국병원노동조합협의회(병노협)는 지난 2004년 보건의료산업노조의 이른바 제10장 2조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보건의료노조의 관료적이며 비민주적인 조직운영을 문제제기 하며 보건의료 산별을 탈퇴했다. 이후 이들은 민주노총 산하 공공연맹에 가입했다. 이 과정에서 보건의료노조와의 진통이 있었던 것.

사실 민주노총은 2006년 2월 14일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통해 병노협의 '산별노조 집단 탈퇴 무효'를 결정한 바 있다. 이 결정에 병노협과 병노협의 상급 단체인 공공연맹은 즉각적인 반박에 나섰고, 이 논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민주노총은 공문을 통해 “3월 28일(화) 14시에 개최되는 제3차 중앙위원회에서 ‘민주노총 한미FTA 협상 저지 특별위원회’ 설치를 결의할 예정”이기 때문에 “조직 내 논의가 우선이므로 중단 혹은 유보해 주시기 바란다”는 공문을 범국민운동본부 측에 보내왔다.

그러나 범국민운동본부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이 민주노총의 사업 결정과 상관없이 범국본의 참가 조직으로 명기되어 있다.

또한 민주노총의 공문에는 ‘병노협’이란 구체 단위를 언급한 것이 아니라, “범국본 참여 방식에 대한 입장”이란 제목으로 내부 논의가 있을 것이고, 조직내 논의를 우선 할 것이라는 내용만 명시되어 있을 뿐이다. 왜 병노협만 제외 됐는가에 대한 의문이 당연히 제기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관련해 주제준 범국민운동본부 상황실장은 “이 문제가 빨리 풀리기를 원한다. 원칙을 지켜 나가면 되지 않겠나 싶다"라며 "참여 못하게 하지 않을 것이니 내부 논의가 필요한 시간만큼만, 조율할 시간을 좀 갖자는 취지인 만큼 좀 기다려 줄 것”을 병노협 측에 요청했다.

병노협의 범국민운동본부 참가 여부 결정은 범국민운동본부 차원에서 결정되어야 할 부분이다. 어느 단위는 되고 어느 단위는 안 된다는 결정을 내릴 만큼 닫혀 있는 조직이 아니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 제기된 논점을 보면 민주노총이 지난 중앙집행위원회에서처럼, 병노협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조합원들의 결정을 뒤집는 상황을 반복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당연히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참세상 라은영기자(hallola@jinbo.ne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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