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6개월만에 실종된 '문재인 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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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6개월만에 실종된 '문재인 케어'?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7.11.0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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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건강보험보장 영역·국민개인건강정보 민간보험사에 허용하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가이드라인 발표…시민사회 '우려'

의료비 걱정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의료민영화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건강관리서비스'와 동일한 내용의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시민사회가 반발에 나섰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연합)은 오늘(2일) 성명서를 내고 "건강보험 하나로 의료비 걱정 없는 나라 만들겠다는 '문재인 케어' 공약은 어디갔나"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지난 1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건강보험 보장영역인 건강관리, 질병예방, 사후관리 등을 민간보험회사에 넘기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민간보험사가 '당화혈색소'와 같은 질병진료내용, 건강검진 수치, 예방접종 여부 같은 의료정보를 상시적으로 수집할 수 있게 했으며, 식습관과 같은 개인 일상 생활정보도 감시·수집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이런 정보를 보험사가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수집 처리할 경우 개인에게 이를 안내할 의무도 없다는 것.

이에 보건연합은 "이는 개인질병정보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는 내용"이라며 "아울러 건강관리, 질병예방, 사후관리 등을 건강보험 보장영역에서 제외시키며, 민간보험사와 IT, 통신재벌의 숙원사업을 합법화 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또 보건연합은 "금융위는 마치 이번 가이드라인이 보험료 인하와 건강증진을 위한 조치인 것 처럼 포장하고 있으나 사실 이렇게 축적된 정보와 데이터는 보험사와 통신사의 새로운 상품 개발을 위한 허용에 지나지 않는다"며 "실질적으로는 보험금 지급 거절 사유를 만들고, 사후 건강관리를 핑계로 보험금을 인상하는 민간보험사의 도덕적 해이를 합법화 하는 '안내서'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가이드라인에서는 '보험사가 건강관리 등급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하는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고 예시를 들고 있다.

즉, 가입자가 질병에 걸리거나 건강이 악화되면 보험료를 올리거나 가입을 거절할 수 있다는 근거라는 것.

보건연합은 "실제 이명박 정부가 지난 2010년 추진한 '건강관리서비스법'을 보험사들이 자신의 이윤 증대를 위해 민간보험 가입자들의 개인의료정보를 손에 넣으려고 관련 법 로비를 벌이고 적극적 지지자 역할을 했다"며 "이를 문재인 정부가 모를 리 없다"고 지적했다.

보건연합은 이번 가이드라인이 지난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발표한 '문재인 케어'와 대척점에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금융위 가이드라인은 민간보험회사가 환자 진료내역을 통제해 의료기관과 계약을 맺는 것은 미국식 병원·보험회사 결함(HMO)형 의료민영화 체계로 향하는 안내서"라며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민간보험회사가 의료기관 뿐 아니라 심평원, 건강보험공단과 계약을 맺을 수 있고, 보험사가 계약자와 계약을 맺고 파기할 권한까지 갖게 되는 등, 미국식 의료민영화를 꿈꾸는 보험사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건강관리서비스'란 이름으로 추진된 건강관리 민영화 정책은 시민사회의 반발과 국민의 반대여론으로 무산된 바 있다.

특히 보건연합은 "부도덕하고 부패한 정권조차 법개정으로 해결하려던 이런 심각한 의료민영화 정책을 집권 6개월만에 '박근혜식 가이드라인'으로 추진한다는 것은 부정부패한 정권이 아니면 있을 수 없다"고 꼬집으면서 "촛불항쟁으로 당선된 문재인 정부가 절차와 국민 여론을 무시한 행정으로 추진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맹비난 했다.

이어 이들은 "현행법과 불일치하는 금융위의 이번 가이드라인을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보건연합은 우리나라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를 '불평등의 해소'라고 보고, 이번 가이드라인 조치가 건강관리와 질병예방이라는 국가책임을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사회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미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조금이라도 평평하게 만드는 사회정책을 펼치길 바라는 기대감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당선시킨 사람들에게 이번 가이드라인은, 이들을 차가운 절벽으로 내모는 안내서에 다름 아니다"라며 "모두의 건강을 위한 사회 공동체 회복 방향이 아닌 소득에 따른 건강격차를 심화시키는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의료민영화 조치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끝으로 보건연합은 "당장 금융위의 가이드라인에 대한 보건복지부와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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