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로 인한 약가 상승, 건보재정 악화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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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로 인한 약가 상승, 건보재정 악화 초래
  • 편집국
  • 승인 2006.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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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한미FTA가 국내 제약산업에 미치는 영향

(편집자 주) 다음은 LG경제연구원 고은지 연구원이 지난 7일 발표한 글이다. 글의 요지는 한미FTA 협상을 대세로 인정한 상태에서 이에 대비한 국내 제약회사들의 구체적 대응책 수립을 촉구하는 형태인지로 본지의 편집방향과는 일정 정도 다름이 있으나, 나름대로 한미FTA가 국내 제약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잘 분석하고 있다고 생각해 이 글의 전문을 싣기로 한다.

한미FTA의 협상은 의약품 관련 정책의 변화를 촉발하면서 제약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관련 업계와 정부는 이번 FTA 협상이 가져오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FTA 협상을 통해 국내제약산업이 보다 발전적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철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의 추진 배경

지난 2월 우리나라와 미국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reeTrade Agreement : 이하 FTA)의 본격적 개시를 선언하였다. 2008년 협정 발효를 목표로 진행되는 이번 FTA 협상은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가 최초로 참여하고 있으며, 한미 간 무역 자유화를 통해 국내 경제 시스템의 선진화뿐 아니라 대외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선 FTA의 핵심은 관세를 철폐하는 데 있으므로, 수출국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주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FTA를 통해 상대국에 대한 수출 증가 및 시장 확대를 기대할 수 있으며, FTA를 맺지 않은 다른 수출국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수입 측면을 고려할 때는 문제가 달라진다. 현재 국내에서 FTA와 관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협상국보다 취약한 경쟁력을 가진 산업의 경우 관세 폐지에 의한 혜택보다는 각종 제도와 관련된 비관세 분야 장벽 철폐에 의한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하면서, 외국 기업에 의해 국내 시장이 단시간 내 장악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미 스크린쿼터제 축소, 쇠고기 수입 재개 등 한미FTA 4대 쟁점 현안 중 일부 과제는 협상이 타결되는 등 어느 정도 그 윤곽이 드러나고 있으나, 의약품 분야는 아직 그 협상 내용이 구체화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관련 업계에서도 명확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못한 상태라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한미 FTA로 예상되는 의약품 관련 제도 변화

의약품 분야와 관련하여 아직 뚜렷한 협상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한미 FTA 협상을 통해 미국 측이 주장하고자 하는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약품 보험 급여 제도의 변화를 통해 자국 기업의 고가 오리지널 의약품 처방을 증대시키고,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권을 강화함으로써 제네릭 의약품의 출시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다국적 기업들의 유통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 변화를 촉구하는 등, 결과적으로 자국 기업의 국내 시장 침투가 용이하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질 것으로 보인다.

● 약가 관련 제도 개정

우선 한미 FTA를 계기로 미국 측은 현재 신약 약가 산정 기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전망이다. 현재 오리지널제품의 약가 산정은 선진 7개국의 평균 가격과 유사 효능 제품의 가격을 비교하여 낮은 쪽을 채택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 신약 가격이 선진 7개국 가격의 약 50%대로 낮게 책정되어 있으며, 약가를 높게 받을 수 있는 혁신적 신약의 범위 자체가 제한되어 있다. 이러한 약가 정책에 대해 다국적 제약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해 온 것이 사실이어서, 이번 FTA협상을 통해 원래 기준에 맞게 약가를 바로잡아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우리 정부가 심평원 등을 통해 그 동안 추진해 왔던 약가 인하를 위한 각종 제도들(참조가격제, 포지티브 약가 제도 등)에 대해서도 재검토를 요청할 것으로 보여 약가 정책 전반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동시에 미국은 현재 오리지널 제품의 80%까지 약가를 보장하고 있는 국내 제네릭 의약품 가격 책정 제도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어, 이와 관련된 부분도 이번 FTA에서 주요 의제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의약품 가격 산정과 관련된 주요 제도>

약가 재평가 제도 : 2002년 건강보험의 재정 악화를 타개하고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해 도입되었다. 현재의 약가 재평가 제도는 3년마다 선진 7개국(A7: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태리, 스위스, 일본)의 평균 도매 약가에 일정한 유통 이윤을 붙인 ‘A7 조정 평균값’이 국내 약가보다 내려갈 경우 이에 맞춰 인하하게 되어 있다.

참조가격제 : 동일 성분 내에서 일정 가격 가이드라인을 설정, 초과 가격에 대해서는 환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로 의약분업 이후 고가 오리지널 의약품의 처방이 급격히 증가하자 이를 억제하기 위해 고안되었으나 아직 실시가 유보되고 있다.

포지티브 약가 제도 : 제약 기업이 보험 급여를 신청한 제품 중 약효와 경제성을 평가하여 선별적으로 보험 급여대상에 포함시키는 제도. 역시 궁극적으로는 오리지널 품목의 약가 인하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 의약품 특허권 강화

약가에 대한 문제 제기와 더불어 한미 FTA 의약품 분야협상에서 주로 다루어질 사안 중 하나로 예측되는 것은 의약품 특허 강화에 대한 것이다. FTA 협상에서 다루게 될 의약품 특허 강화 의제로는 지금까지 자료 독점권(Data Exclusivity), 식약청-특허청 연계, 특허 기간 연장, 제네릭 의약품 개발 예외(Bolar Exception) 불인정 등의 4가지가 알려지고 있다.

그 중 자료 독점권의 경우는 신약의 판매 허가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이미 제출된 자료에 대한 불공정한 상업적 이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이 제네릭 제품을 허가받기 위해서는 이미 제출된 유효성 및 안전성 자료를 활용할 수 없으며, 자체적으로 관련 자료를 다시 준비해 제출하도록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국은 칠레, 싱가포르, 호주 등과의 FTA 협상에서 자료 독점권의 기간을 허가일로부터 5년까지 보장하는 조항을 포함시킨 바 있다. 특허 기간 연장은 의약품 허가를 받기 위한 활성, 안전성 시험에 장기간이 소요될 경우, 발생된 지연 기간을 특허 기간에 포함시켜 3~5년의 기간을 연장시키는 것으로, 이 역시 미국이 싱가포르나 호주와의 FTA 체결당시 요구했던 규정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FTA를 통해 오리지널 제품의 권리를 보다 강화하는 동시에 제네릭 의약품의 허가에는 엄격한 규정을 추가하도록 할 것으로 보여, 향후 국내 기업들이 제네릭 의약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좀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FTA가 몰고 올 파장

▲ 다국적 기업의 국내 시장 점유율
한미FTA 협상을 통해 이와 같은 미국 측의 요구가 대부분 관철된다고 가정한다면, 그 동안 제네릭 의약품개발을 주로 해 온 국내 제약 기업들의 입지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들의 고가 정책으로 의약품 비용 부담이 증가하여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초래할 수 있고, 경쟁력이 취약한 국내 제약 기업들에게 대체로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미국 측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존의 의약품 제도가 가진 허점을 개선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 FTA 협상에 의한 제약산업 전반의 변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다국적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 강화

의약품 시장조사 전문 기관인 IMS Health Korea에 의하면, 2005년 국내 의약품 시장은 전년대비 15% 가량 성장하여 7조 9천억 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으며, 그 중 전문의약품 시장이 77%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제약시장이 연평균 8% 성장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이와 같은 성장률은 괄목할 만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의약 시장 내 다국적 제약 기업의 점유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전문의약품 상위 품목 또한 다국적 제약사의 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의 상승세는 최근 국내 제네릭 의약품들의 선전으로 잠시 주춤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한미FTA가 체결된다면 유리한 제도 변화로 인해 다국적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 강화는 다시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영세한 국내 기업들의 생존 기반 약화

다국적 기업들의 경우와 달리 국내 제약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FTA로 인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은 극소수 상위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제네릭 개발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제네릭 의약품의 개발 환경이 까다로워질 경우 기업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제품 출시 지연 및 수익 구조 악화 등 일정 부분 타격을 입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관세 철폐에 따른 수출 증가 효과 또한 의약품 분야에서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제약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과거에 비해 향상되고 있다고는 하나 실제 우리나라에서 미국 GMP(Good ManufacturingPractice) 생산 기준을 확보한 기업이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 진출을 통한 수출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FTA에 의한 긍정적 효과에도 주목해야

이와 같이 앞으로 본격 전개될 한미FTA 협상에서 미국 측이 관세 장벽보다는 비관세 장벽, 지적 재산권의 강화나 신약 가격 유지 등의 분야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제약 업계는 매우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미FTA의 협상 의제들을 달리 해석해 보면, 이번 FTA는 장기적으로 볼 때 국내 제약산업의 근본적 체질을 강화하는 데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선 미국 측의 요구는 의약품 관련 제도의 투명성 개선을 가장 강조하는 만큼, 과거 제약사와 병·의원 간 이루어진 불공정한 거래 관행 등 국내 제약산업의 오랜 병폐를 개선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간 국내 제약업체들은 제네릭 개발이 중심이 되다 보니, 다분히 영업력 확대 위주의 정책에만 주력했고, 선진 기업과 겨룰 수 있는 제품 개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향후에는 국내 의약 시장에서도 영업력뿐 아니라 R&D 역량 등을 두루 갖추고 확실한 중장기적 성장 모델을 보유한 대형 기업들만이 다국적 기업들에 맞서 생존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과거 제약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이 불분명한 영세 업체들이 난무하던 국내 제약산업 내 구조조정을 촉발함으로써, 본격적인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의약 시장의 질적 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미 FTA는 긍정적인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성공적인 협상을 위한 대응 필요

▲ 국내 처방의약품 상위 10개 제품
한미FTA의 다른 협상 분야에 비해 의약품 분야는 구체화된 세부 내용뿐 아니라 그 중요성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실제로 한미FTA 협상에 대해서는 이미 작년부터 수차례 언급되었음에도 국내제약업계나 관련 기관들은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비교적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미국 측은 자국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입장에서 기존 제도의 총체적 개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FTA 협상 과정에서 빚어지는 혼란을 최소화하고, 국내 기업들이 보다 준비된 태세로 FTA에 의한 각종 변화에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협상 관계자 및 관련 업계는 만반의 준비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선 정부는 향후 FTA 협상을 진행해 나가는 데 있어 냉철한 경제 원리를 바탕으로 보다 설득력 있게 협상에 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의약 시장은 과거미국의 FTA 협상 파트너였던 호주나 싱가포르, 바레인, 모로코 등과는 달리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제약산업 자체가 활발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이번 한미FTA 협상은 맹목적으로 미국의 의견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타 국가와의 협상과는 다른 모습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래도 현재 국내 제약 산업이 절대적으로 협상상대국인 미국에 비해 취약한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 정부로서는 국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 마련에 서둘러야 할 것이다.

업계에서는 FTA의 중요성을 충분히 감안하여 제약협회 등을 구심점으로 국내 제약업계의 실질적 요구사안을 수렴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미 주요 기업들을 중심으로 대책위원회 구성 등이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통상 전문 인력의 부족 등으로 원활한 정보수집 및 공유가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제약 기업들이 R&D 역량강화 등을 통해 다국적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 구축에 힘써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새로운 환경 변화의 시점을 맞아 부정적 측면만을 보고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보일 것이 아니라, 보다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국내 제네릭 전문 기업들이 해외에서 인증하는 GMP 시설을 갖추고 경쟁력을 키워 나간다면 이번 FTA 체결은 해외 시장 공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미 세계 제네릭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인도의 Ranbaxy와 같은 업체들도 비슷한 과정을 통해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였다. 국내 기업들도 이와 같은 사례를 면밀히 벤치마킹하여 이번 FTA 협상 자체를 충분히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 20여 년 전 신물질 특허 제도의 도입 당시에도 국내 제약산업은 준비 미흡으로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후 제약 기업들의 체질 개선 노력으로 슬기롭게 대처해 나갈 수 있었다.

한미FTA가 단기적으로 국내 제약산업의 위축을 불러올지는 모르지만 의약 시장전반의 성장세를 가로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관련 업계는 이번 FTA를 국내 제약산업이 세계 시장으로 도약해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고 근본적인 체질 강화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고은지(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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