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강정보의 과거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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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강정보의 과거와 미래
  • 편집국
  • 승인 2006.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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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보보호위원회 참가를 기원하며
최근 구성된 건강정보보호위원회(이하 위원회)에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표로 참가하고 있는 김영진 원장이 건치를 비롯한 시민사회·보건의료단체들의 위원회 불참 방침을 비판하는 글을 기고했다. 본지는 글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 김영진 원장

의료정보보호의 중요성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폭돼 가고 있다. 더구나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보건의료 정보화 계획은 전국의 의료기관을 네트워크로 묶어서 언제나 어디서나 자신의 진료정보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의료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질병관리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하여 앞으로 4년간에 걸쳐 의료정보화를 포함한 공공보건의료 확충에 4조 3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2005년 12월에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진료정보 공동 활용에 대비한 기반조성 연구를 위해 04년 12월부터 보건의료정보표준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운영 중에 있으며 05년 12월부터는 법률안 검토를 위한 워킹그룹을 가동하고 공청회를 개최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2010년까지는 국민 모두가 건강정보시스템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질 높고 편리하면서도 효율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이제 제 1단계 추진목표였던 보건의료정보화에 대한 인프라는 구축됐다. 서울이 세계 제일의 인터넷정보화 도시로 선정됐듯이 세계 제일의 보건의료정보화를 이룩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앞으로 시행될 제 2단계는 공공보건의료기관에 표준 및 EHR(Electronic Health Record) 핵심기반기술을 미리 적용하여 검증과정과 보완단계를 거침으로써 민간의료기관으로의 확산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리고 2008년부터 시작될 제3단계로 전 국민의 전자건강기록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한 다음 2010년부터 전국적으로 모든 의료기관에서 건강정보시스템을 활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보건의료의 정보화로 환자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투약이나 검사과정의 중복이나 오류를 감소시킴으로써 환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표준 진료지침 준수율을 높이면서도 의료비를 절감시킨다.

즉 의사는 어디서나 환자의 과거 진료정보를 쉽고 정확하게 검색하고 이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불필요한 반복검사나 투약을 축소해 우리나라 의료보험 총 진료비의 약 10%, 즉 연간 약 4조원의 의료비 절약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정부의 지원으로 정보공유에 대한 기반이 마련되어 가고 이에 따른 의료업무의 편리성이나 효율성 제고의 이면에는 열악한 의료기관 경영조건이 개선돼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그렇지 않아도 물가상승율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의보수가에 허덕이고 있는 대부분의 의료기관들의 경영압박이 더욱 가중될 우려가 크다. 즉 정보화로 얻어지는 연간 4조원의 의료비 절감이 이유야 어떻든 의료기관의 수입에서 빠져나가는 것만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의료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수준과 질병관리능률이 향상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지만 건강보험 수가의 현실화도 뒤따라야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개인건강정보의 유출에 대한 우려이다.

환자의 모든 병력이나 가족력, 심지어 유전정보까지도 유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반적인 개인정보의 누출은 경제적인 문제로만 국한되는 경우가 많지만 신체적 또는 정신적인 건강정보가 유출되면 앞서 이야기한 생명보험에 연관된 문제와 같은 경제적인 손실뿐만 아니라 진학, 취직, 결혼, 심지에 대인관계에 이르기까지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소지가 높아진다.

더구나 정보관리담당자 또는 해킹에 의한 의료정보의 대량누출이 이뤄진다면 사회전반에 미치는 그 악영향의 깊이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워진다.

또한 정보의 공유로 인해 먼저 진료를 담당했던 의료진의 방사선검사나 병리검사, 그리고 진단과 치료가 합리적이었는지, 검사과정이나 투약 등이 부족하거나 과다하지는 않았는지 등 진료정보의 노출 역시 불가피하게 됨에 따라 이와 같은 진료 권리의 보호도 동시에 병행돼야 한다.

즉 의료법에 명시된 대로 의료인의 의료행위는 누구에 의해서도 간섭받지 않을 권리가 보장돼야 하는 것이다.

한편 공중보건의 보호나 의료분야의 연구, 보건의료정책의 기획이나 평가, 신물질의 임상시험이나 효능평가 등을 위해 개인의료정보를 공공목적으로 활용하거나 취합하는 경우도 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수사기관에서 범죄수사의 목적으로 개인의료정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 즉 보건의료 정보의 보호라는 것은 양날의 칼이며 뫼비우스의 띠와도 같은 이면 성을 지닌다.

이토록 중요한 건강정보의 보호를 위한 원칙은 첫째, 모든 의료정보는 건강증진의 목적으로만 공개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둘째는 모든 개인의료정보는 해당 환자의 동의 없이 공개돼서는 안 되며 의료정보를 획득한 자는 반드시 비밀을 지켜야할 의무를 진다는 것이다.

셋째로는 자신의 의료정보를 열람하고 수정할 권리를 가지며 어떠한 목적으로 자신의 정보이용을 필요로 하는 경우 이에 대한 통보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다.

넷째는 의료정보를 부당하게 취급하는 자는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1996년 8월 21일에 건강보험의 이동성과 책임에 관한법령(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 of 1996; HIPAA)을 제정해 개인건강정보의 사용과 노출은 물론 자신의 건강정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보건의료정보화 사업의 진행에 따라 지난 3월 보건의료정보의 보호를 위한 전담조직으로써 각계 대표들로 구성된 (가칭)보건의료정보보호위원회를 구성하고 운영하고 있다.

4월 11일과 12일에는 '개인의 권리와 의무' 담당분과(분과장 홍승권 서울대 교수)와 '건강정보 취급기관의 권리와 의무' 담당분과(분과장 김동수 숭실대 교수)로 나누어 위원회 명칭을 '건강정보보호위원회'로 일시 개칭하고 앞으로 제정될 관련법령을 위한 토의에 들어갔다.

이제 보건의료정보화의 시행은 기정사실화 되었고 우리는 국민의 건강관리 및 건강정보보호와 효율적인 정보관리를 위해 초석을 쌓고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 되었다.

그러나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를 비롯한 진보적 보건의료, 시민사회단체들이 통합정보시스템의 구축으로 인한 정보유출의 개연성이 크다고 '건강정보보호위원회'에 불참하면서 의료정보화 사업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 글의 앞머리에 기술했듯이 건강정보의 누출에 의한 폐해가 심각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물론 위원회라는 조직이 미리 정부기관에 의해 준비된 내용들을 심의하고 추인하는 거수기라는 비난을 들어온 것 역시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의료보험이 처음 시작될 때 의료인들이 관성에 젖어 간과했던 사사로운 내용들이 아직도 의료계의 현실을 짓누르고 있듯이 보건의료정보화 사업 역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지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혜안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한다.

그리고 비합리적인 내용은 뜯어고치며 사명감을 가지고 참여하고 감시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의무이다.

안경알의 도수가 너무 높거나 낮다고 렌즈를 빼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엽총 탄알이 빈 하늘로 날아가 버린다 해서 산탄총을 쏘지 않으면 꿩을 잡을 수 없다.

건치를 비롯한 진보적 시민단체들에게 우문을 던졌으니 현답을 바랄 뿐이다.

김영진(영진치과의원 원장)

필자 김영진 원장은 현재 '건강정보보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한구강악안면방사선학회 이사, 대한노년치의학회 이사, 대한치과의사 문인회 이사, (사)열린치과의사회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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