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의협 30주년기념 국제학술대회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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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협 30주년기념 국제학술대회 참관기
  • 건치신문
  • 승인 2018.01.0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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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 나가세 후미오(長瀬文雄) 부회장

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이하 민의련) 나가세 후미오 부회장이 지난해 열린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 창립 30주년 기념식 및 국제학술대회 참가 소감문을 보내왔다. 번역으로 인해 어색한 부분은 감안해서 보시기 바랍니다.

- 편집자

지난해 11월 18일부터 21일까지 한국 인의협의 초청으로 인의협 30주년 기념식 및 국제 심포지엄에 야나기사와 부회장과 키시모토 사무국장, 요도가와근로자후생협회 우치다 전무이사와 함께 참가했습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창립 30주년 기념식 (ⓒ長瀬文雄)

인의협은 1987년 군사 독재정권 타파한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의사, 의대생에 의해 설립된 단체로, 현재 한국 의사의 0.7%인 약 700여 명의 의사 및 의대생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들의 행보는 ‘어려운 곳이면 인의협이 있다’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황화탄소중독 등의 산재투쟁, 노숙자, 이주 노동자, 빈곤지역 및 낙도 주민에 대한 의료지원, 이라크와 북한 어린이에 대한 인도적 의료지원, 피폭 2세의 구제, 반핵 평화운동,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 등 모든 인권 억압에 대한 투쟁 운동의 역사입니다.

뒤이어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보건의료 학생모임 ‘다리’ 등이 차례로 탄생하면서, 보건의료인들의 사회적 연대가 확대됐습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공장기기에 의해 발생한 만성 이황화탄소중독이란 산재 발생 사건을 계기로, 이와 같은 내용으로 싸우고 있던 구마모토 교토 민의련과의 교류가 이뤄지면서 인의협과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민의련과의 본격적 교류가 펼쳐진 것은 1999년 (구)녹색병원 발족부터입니다. 2002년 당시 녹색병원 양길승 병원장이 『민의련 의료』에 기고글을 냈고, 2003년 일본 아이치(愛知)에서 열린 학술운동교류 모임에 참가했으며, 2004년 민의련 총회에서 인의협과 우호협정제휴를 체결했습니다. 그 이후로 민의련은 ‘평화 투어’ 등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인의협 등 한국 측에서는 민의련의 JB총회, 원수폭금지세계대회 등을 통해 일본을 방문하면서 15년째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측에서는 민의련 50년의 역사를 담은 『무차별 평등 의료를 지향하며』, 『웃으며 죽을 수 있는 병원(笑って死ねる病院)』,  히다 슌타로 선생이 저술한 『생명의 증언(いのちの証言)』 등 몇 권의 책을 한국어로 번역키도 했습니다.

(왼쪽부터) 녹색병원 양길승 전 병원장, 요도가와근로자후생협회 우치다 전무이사, 민의련 키시모토 사무국장, 나가세 부회장, 인의협 우석균 공동대표(ⓒ長瀬文雄)

인의협 회원은 의대 교수를 비롯해 대학연구기관 관계자, 공공병원 의사, 노동산업재해 직업병의 싸움 가운데 탄생한 녹색병원이나 한국의료생활협동조합, 개원의, 그리고 의대생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1천만 서울특별시의 건강정책부문 책임자 등도 회원의 한 사람 입니다. 이번 방문에서는 기자회견을 비롯해 서울시건강정책국장 면담, 보건소 견학 및 의견교환 시간도 진행됐습니다.

인의협 30주년 기념식에서는 지금까지의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앞으로의 30년을 향해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료의 파수꾼이 될 것’, ‘모든 사람에게 장벽 없는 의료제도 실현’ 사회의 부정, 불평등에 맞서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전쟁정책을 반대하고 평화의 연대를 실현하자‘ 등의 내용을 담은 『인의협 30주년선언문』을 채택했습니다.

이날 기념식에서 나는 민의련 창설에 참여했으며 지난해 100세 일기로 돌아가신 히다 슌타로 선생(2013년 인의협의 초대로 강연을 펼쳐 깊은 감명을 주기도 했다)이 영화 『핵의 상처』에서 “자신이 ‘생명의 주인공’이 돼야한다”는 말과, 1917년 히다 슌타로 선생과 같은 해에 태어나 일본 유학 중 치안 유지법으로 체포돼 옥중에서 돌아가신 윤동주 시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수록된 「새로운 길」 이라는 시를 낭독하며 한일 의료인 간의 연대를 통해 생명이 빛나는 새로운 길을 함께 걸어가자고 축하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21일 인의협 주최 심포지엄에서는 한국, 일본 필리핀, 영국, 세계의사협회 마이클 마멋 전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불평등 시대의 의사의 역할’을 주제로 토론이 펼쳐졌습니다. 인의협 최초의 국제심포지엄이라는 데 의미가 있었습니다. 심포지엄에서 야나기사와 부회장은 일본의 격차와 불평등의 실태와 민의련의 역사, 철학, 성격에 대해 짚고 일본의 격차와 빈곤, 초고령사회에 직면한 민의련의 과제와 운동 및 실천 사항을 제시했습니다.

최근 십수년간 신자유주의적 사회정책은 한국 사회에도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신자유주의적 의료를 타파하는 것은 각국 공동의 과제이며, 각 나라의 운동과 함께 국제 연대의 필요성이 선명히 드러난 심포지엄이었습니다.

야나기사와 부회장(왼쪽)이 인의협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長瀬文雄)

심포지엄에서 야나기사와 부회장의 발표에 많은 관심이 모였으며 참가기간 동안 많은 분들로부터 "어떻게 일본사회에서 민의련이 운동단체이면서 사업이나 경영을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는가?”, “민의련에 대해 더 배우고 싶다”, “일본과 더 깊은 교류가 하고 싶다” 등의 제안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 영국 대표는 “일본은 공적의료보험제도가 가장 잘 정착된 평등한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발표를 듣고 놀랐다”며 “신자유주의와의 싸움은 각국의 공통과제다”라고 감상을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2018년 3월 결성을 목표로 이른바 ‘K-민의련(Korea 사회연대의료기관)’ 만들기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여기엔 녹색병원, 한국 의료생협, 개원의 등이 참가할 예정입니다. 여기엔 녹색병원장 및 부원장, 이보라 의사 등 중견 의사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행사 기간 동안 열심히 조직 본연의 자세, 규약, 대회 진행에 관한 질문과 상담도 있었습니다. ‘생명의 평등’을 공통과제로 한국과 일본의 민중연대의 필요성을 재확인 하는 인의협 방문이었습니다.

*번역 : 안은선

*본 기고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나가세 후미오(長瀬文雄, 全日本民医連副会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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