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요양, 더 이상 가족에 맡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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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요양, 더 이상 가족에 맡길 수 없다”
  • 편집국
  • 승인 2006.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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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장기요양보장제도① 고령화와 가족구성의 변화

(편집자 주) 최근 정부가 ‘노인수발보험제도’를 추진하면서 그동안 우리나라의 의료․복지체계에서 전무하다시피 했던 장기요양제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지난 19일 민주노동당 주최의 ‘장기요양보장법(안) 관련 공청회’에서 가천의대 임준 교수가 발표한 ‘장기요양서비스체계 구축의 필요성과 정책방향’이라는 주제발표문의 주요내용을 4차례에 걸쳐 요약해 실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1. 공적 장기요양보장제도 왜 필요한가?

가. 노인인구의 증가와 질병구조의 변화

▲ 가천의대 임준 교수
최근 우리사회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고령화’이다. 경제활동인구가 부양인구보다 월등히 많았던 우리나라에서 노인인구가 급증, 오는 2050년을 넘어서면 세계 최대의 노인인구비율을 가진 나라가 될 것이라는 인구추계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고령화가 서구와는 달리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5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인구비율이 전체 인구의 9.1%지만, 2020년에는 15.7%, 2030년 24.1%, 2050년 37.3%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구 백 명 당 노년부양비도 2000년 10.1에서 2010년 14.9, 2020년 21.8, 2030년 37.3, 2050년 69.4로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노인들의 평균수명도 늘어나 2000년 75.9세에서 2010년 79.1세, 2030년 81.9세, 2050년 83.3세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노인인구의 급격한 증가는 만성질환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60세 이상 사망자의 사망원인은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당뇨병 등의 순서로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에 따라 장기요양의 필요성 역시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따른 의료비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예견될 수밖에 없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2004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의료비가 5조 1,09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9% 증가하였고, 전체의료비의 22.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의 분석에서도 노인급여비의 증가폭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매우 커 오는 2010년이 되면 노인급여비가 8조5천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나. 장애인의 의료이용 현황과 미충족 필요

장애인은 2003년 기준 의료급여 대상자가 전체 등록장애인의 18.4%로 비장애인 2.5%에 비해 7.4배 이상 많고, 건강보험가입자더라도 저소득계층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진료비 부담은 매우 클 수밖에 없는 형편인데,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총진료비가 3.9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건강보험의 21대 질병분류별 급여현황에서도 2-3개 질병을 제외하고 장애인이 건당 진료비, 건당 내원일수, 건당 진료일수, 내원일당 진료비, 진료일당 진료비 등 모든 지표에서 비장애인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높은 진료비를 부담하고 있으며, 건강상태도 매우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의학적 처치 및 수술적절률은 33.2%에 머물고 있어 장애인들의 건강상태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장애인은 적절한 재활요양서비스가 매우 중요한데, 전체 등록장애인 중 43.0%가 재활요양이 필요한 대상자일 정도로 재활요양서비스의 필요도가 높음에도, 실제 서비스 충족률은 10.4%(10명 중 1명)로 매우 낮아 미충족 필요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간병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을 추계해보면, 전체 장애인의 총 5.0%가 간병서비스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구체적인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지체장애인 중 3.7%, 뇌병변장애인 27.0%가 간병서비스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이를 2003년 말 기준으로 추정하면 지체장애인 29,758명, 뇌병변장애인 28,881명 등 총 58,639명이 간병서비스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 가족구성의 변화

과거에서 현재까지 장기요양환자를 돌보는 것은 언제나 가족의 몫이었다. 의료체계도 복지체계도 전혀 이러한 부양부담을 나누어질 수 있는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가족도 이러한 부양부담을 짊어지기에는 한계에 봉착했다.

가족부양이라는 인식의 변화도 있겠지만 물리적인 한계, 즉 가족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여성이 경제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하면서 가족 내에 더 이상 돌볼 사람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

물론 대가족에서 핵가족화되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변화가 아니다. 이미 1960년대 산업화 이후 꾸준히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변화는 단순히 3세대 이상의 대가족이 줄어든다는 의미가 아니가 1세대가구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한편, 가족 수도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1세대 가구비율은 1960년 7.5%에서 2000년 14.2%로 2배 증가하였으며, 이렇게 된 데는 고령자 독신가구의 증가가 큰 영향을 미쳤다. 결국 과거와 같은 가족 내 부양으로는 장기요양의 필요도를 해결하기가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가족의 책임으로 부양책임을 전가하기 어렵게 되었고, 따라서 사회가 그 부담을 떠맡을 때가 도래한 것이다.

임준(가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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