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장기요양시설, 중산층도 못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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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장기요양시설, 중산층도 못 간다”
  • 편집국
  • 승인 2006.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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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장기요양보장제도② 월 250만원, 누가 낼 수 있나?
2. 장기요양서비스의 현황과 문제점

가. 보건과 복지의 분절적 접근과 낮은 서비스 충족률

앞서 말했듯이 의료체계나 복지체계나 장기요양영역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즉, 장기요양의 필요에 대응하여 제공되는 서비스는 거의 전무하고 급성기서비스의료체계에서 급성기질환으로 간주되어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고, 복지체계는 아예 작동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장기요양환자는 급성환자와 달리 의료행위의 제공 외에도 ‘돌봄’행위가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노인수발이라는 협의의 개념에 매몰된 채 포괄적인 장기요양서비스체계를 고려하지 못하고 있고, 단편적인 비용절감에 집중하면서 의료와 복지서비스의 통합제공이라는 당초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나. 장기요양서비스 공급의 부족

우리나라는 일부 농촌지역을 제외하고는 병원이 부족하다는 말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오히려 병상공급이 도시로 집중되면서 도시지역의 경우 과잉공급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급성기병상에만 해당되는 것이다. 제도가 장기요양을 외면하고 있었기 때문에 장기요양병상의 경우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장기요양 시설현황을 보면 요양병원 68곳(8,355병상, 2003년 기준. 이중 노인전문병원 22곳, 정원 3,119명, 2004년 기준), 무료요양시설 131곳(정원 9,384명, 2004년 기준), 무료전문요양시설 108곳(정원 8,539명, 2004년 기준), 실비요양시설 42곳(정원 2,310명, 2004년 기준), 실비전문요양시설 1곳(정원 1,564명, 2004년 기준), 장애인생활시설 225곳(2003년 기준), 장애인공동생활가정 226곳(2003년 기준)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추계(2001)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요양병상이 11,655개, 고전문요양시설병상 9,629개, 전문요양시설병상 207,549개, 2010년 기준으로 요양병상이 12,623개, 고전문요양시설병상 10,586개, 전문요양시설병상 220,932개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공급의 부족뿐만 아니라 있는 시설마저도 전혀 체계가 확립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즉 기존시설은 시설간 기능이 명확히 분화되어있지 않다. 예를 들어 상식적으로 장기요양 환자의 의료적 처치 필요정도나 중증도에 따라 병원-전문요양시설-요양시설로 환자가 입소할 것으로 예상되나, 실제는 재원이나 시설별 충원인원에 따라 환자가 분류되고 있다. 더구나 문제는 비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요양시설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소공급 상황에서도 유료시설의 경우는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건보 등에서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이 없고, 다른 사회복지제도 등에서 이용비용을 지원하는 방안도 거의 없기 때문에 유료시설에 대한 수요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유료시설의 경우 입소비용이 매월 100-250만원으로 장기간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장기요양환자의 경우 중산층에게도 과중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재가 장기요양서비스는 시설서비스보다 더 열악하다.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주간보호시설은 237곳(정원 4,245명, 2004년 기준), 실비주간보호시설은 41곳(정원 604명, 2004년 기준), 단기보호시설은 82곳(정원 1,177명, 2004년 기준)이 있으며,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주간보호시설은 90곳(2003년 기준), 단기보호시설은 25곳(2003년 기준)으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래서 이러한 시설은 주로 저소득층만 이용 가능하며, 입소를 위해 장기간 대기해야만 한다.

장기요양환자에게 중요한 재활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우리나라는 재활서비스체계가 거의 전무하다고 해도 무방하다. 재활병의원이 있기는 하나 일반 급성기병원의 연장선에서 의료재활의 일부만 제공되고 있으며, 의료재활조차 건보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사회심리재활이나 직업재활서비스가 통합적으로 제공되지 못하고 있고, 매우 분절적으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지역사회 내에서 의료재활을 담당하는 의료재활시설은 14곳(2003년 기준), 일부 재활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장애인복지관은 440곳(2003년 기준), 장애인체육관 15곳(2003년 기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다. 급성기 중심의 건강보험 구조와 공적 재원조달의 부재

장기요양서비스가 필요한 대상자는 많지만, 간병․방문간호․재활 등 장기요양서비스가 급여 범위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대다수 서비스 대상자는 미충족 필요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건강보험의 현행 보수지불방식이 행위별수가제에 기초하고 있어 장기요양서비스의 특성과 맞지 않는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간호 및 간병서비스와 의료재활 및 직업사회재활서비스의 성격상 하나하나에 가격을 설정해 보수를 지불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방식의 보수지불방식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급성기병원에 내원해 있는 장기요양환자가 급성기질환에 맞추어 책정된 기준에 따라 서비스를 받다보니 과다진료가 발생해 불필요한 비용이 지출되고, 이것이 장기요양의 특성상 장기간 누적되면서 가계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결론적으로 장기요양욕구는 현재 잠재적 수요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공급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유료시설을 설립해도 이용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계층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시설은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잇다. 자연히 추가공급도 원활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부양부담의 사회화를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에도 실제 시장에서 구매하는 수요의 파악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자 역시 시장에 진입하지 않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임준(가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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