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 여건 고려해 우선은 보험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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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 여건 고려해 우선은 보험방식으로”
  • 편집국
  • 승인 2006.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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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장기요양보장제도④ 서비스공급체계의 공공성 확보가 관건

 

4. 장기요양서비스체계 개편의 쟁점

가. 보험인가, 조세인가?

사회복지제도가 발달한 서구 선진국에서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장기요양서비스를 국가에서 조세로 시행하는 서비스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에서는 조세방식으로 제도를 시행하는데 몇 가지 난관이 있다.

첫째는 최근 양극화 문제가 심화되면서 이를 완화하기 위한 사회복지예산의 투입이 요구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조세방식으로 갈 경우 대규모 재원투입이 불가피한 장기요양문제가 예산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제도 시행 자체가 어려울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둘째, 조세방식으로 시행할 경우 대상자가 저소득층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될 가능성이 크고, 점차 확대한다 해도 수혜계층을 넓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장기요양서비스는 제공되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대상자가 사망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제공되어야 하기 때문에 저소득층만으로도 재원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세방식으로 실시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쟁점이 형성될 수 있다. 그럼에도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고 재분배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하여 조세방식이 타당하다는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우선은 현재 실현 가능한 접근방법으로 장기요양보험을 포함한 장기요양체계를 구성하고, 일정하게 인프라가 갖추어진 후 단계적으로 조세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나. 건강보험으로 통합인가, 별도의 장기요양보험인가?

일부국가는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을 통합,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것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현재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매우 취약한 상황에서 장기요양서비스가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을 경우 상당수 항목이 급여 범위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고, 현재 건강보험의 급여 확대가 지연되는 논리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급성기서비스와 장기요양서비스의 경계가 모호하고 유사한 욕구가 두 제도로 분리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고, 현재 건강보험에서 장기요양 수가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아급성 재활을 포함한 재활요양서비스와 호스피스서비스 등은 보장성의 사각지대에 남아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두 제도가 통합,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이다.

다. 판단기준에 관한 쟁점

새로운 장기요양보장제도에서 포괄해야 할 대상은 질병, 장애, 노령 등으로 인하여 만성적 혹은 적어도 6개월 이상 신체적 혹은 정신적 기능 저하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워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노인수발보험은 연령에 기초해 서비스의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또한 급성기서비스와 장기요양서비스의 필요도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방문결과 의학적 문제가 더 많았을 때, 6개월 이내 치료가 가능한 경우와 재활이 필요한 경우 의료보험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고, 재활을 통해 회복의 가능성이 있다면 6개월 이상 치료기간이 필요하더라도 수발 등급을 판정하지 않고 있는데, 이러한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라. 저소득계층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우리나라 의료재원체계는 현재 저소득층과 그 외 계층을 분리하여 의료급여제도와 건강보험제도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분리 운영되면서 의료급여대상자에게 차별이 발생해 상당한 불만이 제기되었다. 예를 들어 정신질환 수가가 의료급여와 건강보험이 다르면서 환자를 차별해 받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노인수발보험의 경우 이러한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 공공부조와 보험방식을 동일한 제도로 설계하고 있다. 즉, 의료급여대상자의 경우 발생하는 급여비용을 국가 및 지자체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기존의 의료급여가 가지고 있는 범위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단지 의료급여대상자라는 소수의 저소득층(전체인구의 3%)만 국가의 책임으로 제한하고 있다.(2005년 4월 기준 급여혜택을 받을 수 없는 3개월 이상 보험료체납자는 197만세대로 지역가입자 중 22.8%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과 함께 장기요양서비스는 급성기서비스에 비해 가격탄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기 때문에 저소득층은 보험료체납이나 서비스 이용욕구를 더 억제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개호보험을 실시한 후 책정된 10% 본인부담으로 인해 서비스 이용률이 더 떨어지는 결과 발생했다.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범위를 더 넓게 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마. 서비스공급체계의 공공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현재 노인복지법에 따라 존재하는 요양시설이나 재가서비스제공기관은 주로 국가나 지자체 소유면서 위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장기요양의 새로운 재원이 확실해지면 장기요양서비스시장의 규모가 커질 것이며, 이에 따라 민간시설의 수가 대폭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도한 민간 비중으로 인한 공급체계의 왜곡현상을 유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공급자로서의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지역별, 인구별로 국가와 지자체가 일정 수준 이상의 공공기고나을 확보해 다른 공급자를 선도할 수 있는 기능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민간부문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한 통제 기전을 확보하고, 적절한 서비스의 질과 비용을 유지할 수 있는 지불제도 및 규제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만약 장기요양서비스시장에서 민간부분의 비율을 통제하지 못하면 공급자에 대한 통제 권한을 발휘하지 못해 결국 의료체계처럼 고스란히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서비스의 질이 저하되고 해당 종사자의 근무여건이 악화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므로, 외국의 사례를 면밀히 검토해 예상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제도 시행 초기부터 강구해야만 할 것이다.

임준(가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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