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 연구로 실천적 지식인 길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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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연구로 실천적 지식인 길 찾아”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8.02.14 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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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이 만난 사람들] ㉑ 일산사과나무치과병원 김혜성 원장…“미생물 공부, 나와 병원을 바꾸는 힘”

2016년 『내 입속에 사는 미생물』에 이어 지난해 『내 안의 우주, 미생물과의 공존』을 잇따라 펴내며 미생물을 죽이는 ‘항생제’와의 전쟁에 나선 일산사과나무치과병원 김혜성 원장을, 아주 오랜만에 본지의 기획 인터뷰 코너 ‘전민용이 만난 사람들’에서 만났다.

김혜성 원장은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1992년에 졸업하고, 동 대학 대학원에서 1999년 치의학박사를 수료했다. 이후 콜롬비아대학교 치과대학원 과정을 밟고 콜롬비아대학병원 보철과에서 수련을 마쳤다.

그는 지난해 11월 과학기술논문색인지수(SCI)급 치과학저널인 『Acta Odontologica Scandinavica』에 자신의 치과에서 자체적 항생제 처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처방율을 43%나 줄인 사례를 연구논문으로 발표했다.

김혜성 원장은 ‘미생물’에 흥미를 갖기 시작하면서부터 밥벌이로만 생각되던 치과의사의 삶과 지식인으로서 삶, 자기자신의 삶이 일치되는, 그의 말을 빌리자면 “후련하다”는 완전한 느낌을 갖게 됐다고.

21번째 코너의 인터뷰이로 선정된 김혜성 원장을 만나 책 출간에 얽힌 이야기는 물론, 김 원장의 인생과 진료 철학 그리고 꿈에 대해 들었다.

이날 인터뷰에는 본지 전민용 대표와 김철신 편집국장, 그리고 경희대학교 치과대학·치의학전문대학원 류재인 교수가 함께했다.

- 편집자

김혜성 원장

전민용(이하 전) : 오랜만에 뵙는 것 같아요.

김혜성(이하 김) : 그러게요. 정말 오랜만이에요. 대학생 때 전민용 원장님 따라다니면서 학생운동 한 게 엊그제 같은데… 선배에게 인정받는 게 나름 로망이었는데, 이렇게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 (웃음)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해 볼까요? 지금까지 열정을 쏟은 것이 무엇이었나요?

김 :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하자면, 학생운동, 미생물, 학력고사입니다.

전 : 의외네요. 교합이라던지 치약이 있을 줄 알았는데.

김 : 돌이켜보니 전민용 선배 따라다니면서 학생운동하고 그 시절에 읽었던 사회과학 서적이 도움이 돼요. 사회 전반의 변화를 살핀다던지,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 그때 경험들이 도움이 됐어요.

전 : 학력고사는요?

김 : 학력고사라고 말은 했지만, 실제 하고 싶은 말은 ‘공부’에요. 생각해보면 공부는 늘 해왔던 것 같아요. 그 시작이 학력고사라 그렇지. 사실 중학교 때까진 공부를 정말 못했어요. 뭐 사실 대학 때도 학점이 좋았던 건 아니지만(웃음). 고등학생 땐 단순히 ‘서울대’를 목표로 공부했어요. (웃음)

나의 강점이 뭘까 생각하면서 내린 결론이 ‘학습을 통한 자기 혁신’이에요. 선배님도 아는 것처럼 학생운동 할 때 주로 쫓아다니는 입장이었고, 내 생각을 가지고 뭔갈 하진 않았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공부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을 무렵이었는데, 그때가 IMF 때였어요. 우연히 콜롬비아 대학원을 갈 기회가 생겼고, 미국에 가서 교합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했어요. 그러면서 치과의료의 의미랄지 그런 것들에 대한 고민도 그때부터 시작됐구요.

전 : 굉장한데요. 김 원장님에게 있어 공부는 어떤 의미인가요?

김 : 지금 바로 여기에서 나를 바꿔 간다는 의미에서 공부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지금 저에겐 미생물을 공부하는 거죠. 미생물과 생명과학에 관한 공부가 나를 바꾸고 또 우리 병원을 바꾸고 움직이는 힘이 되기 때문이죠.

전 : 그렇다면, 미생물은 어떤 의민가요?

김 : 학교 다닐 때, 전문가로서의 삶과 지식인으로서의 삶이 배치가 되는 건 아니었지만, 보편적 지식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고 그러면서 좀 더 진전된 삶을 위한 방향을 찾아가는 게 쉽지 않았어요. 삶과 활동이 다른, 분리된 것 같은 허전한 구석이 있었어요.

그런데 미생물을 공부하면서부터는 그 둘이 이어지는 느낌이 생기더라구요. 치과의사로서, 임상가로 살면서 생명의 근원과 같은 문제에 다가가지 못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미생물은 그 허전한 공백을 메꾸어줬어요. 치과의사로서 지식인으로서 그 둘이 분리되지 않고, 길을 찾은 느낌이었어요.

전 : 굉장히 좋은 것 같네요. 거기서부터 시작해 항생제 처방을 줄이면서 안전하게 진료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논문도 내고, 책까지 내면서 하나의 길을 개척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전문가로서 부분적으로 연결 돼 있는 것을 하나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특화시켜서 책도 쓰고 강연도 하고 방향 제시도 하고 시스템을 만드는 건 쉽지 않은 길인데 이를 해내고 있으니 말이에요.

미생물을 연구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 주장이 치과의사 입장에서보면 새로운 것도 아니고 전신질환과 구강 건강 상태의 연관성은 있어 왔던 것이니까요.

김 : 미생물 공부를 하면서, 항생제 처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일상 생활도 좀 많이 바뀌었어요.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생각하게 됐죠. 그래서 틈나면 등산을 가고 있어요.

전 : 등산은 몇 번이나 가는 건가요?

김 : 일주일에 세 번이요. 산에 가면 혼자서 자연과 만나게 되는 데 그런 영적인 느낌이 좋아요. 산을 타면, 띄엄띄엄 생각한 것들이 이어지고, 미생물 공부를 통해 전문가와 지식인의 삶이 연결고리가 분명해지는 게 느껴지거든요.

‘보험드는 식’의 항생제 처방 남용,
의료인의 도덕적 해이에 불과해
미생물과 사람, 온전한 ‘생명체’로

전 : 이번에 발표된 논문 내용에 대해 좀 더 얘기해 주세요. 자체적으로 항생제 처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처방율을 43%나 줄였다면서요? 그런데 일반 개원가 입장에서는 좀 택하기 쉽지 않거든요. 어떤 경우에 안 써도 될까요?

김 : 발치한 뒤에 항생제를 써도 될까 하는 게 제일 문제죠. 발치 후 항생제 처방은 흡사 감기약 지어주는 거랑 마찬가지니까요. 염증이 생길까, 감염이 생길까 혹시나 해서 하는 건데 아니에요. 바이러스 때문에 항생제 처방한다고 하는데 관련이 없어요.

미생물에 대한 이해는 바로 사람의 몸에 대한 이해와 같아요. 점막과 피부가 사실 같거든요. 피부에 생채기 때문에 덧날까봐 과잉으로 항생제 처방하는 것과 같은 거에요. 감기약 처방이 과잉인 것처럼.

수술하면 항생제 처방하는데, 보통 예방차원에서 항생제를 처방하는 이유는 체내감염과 수술적 항생예방을 위해서예요. 감염 관련 교과서에서 보면 피부절개 후 30분에서 60분 사이에 감염위험이 있어 항염제 소염제를 처방하죠.

하지만 1950년대 미국에서만 해도 어마어마한 양의 항생제를 투여했지만 이후 관련 연구가 진행되면서 영국 기준에서는 항생제의 예방적 투약기준이 없어졌어요. 치과치료에 있어서도 예방투여자체가 없어졌고, 그 흐름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단순마취나 임플란트 등으로는 감염우려가 크지 않지만, 예방적 차원에서의 항생제 투여를 끊는 게 겁나는 거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항생제는 완전히 의사들에게 있어 보험같은 약이에요. 감염의 책임에서 자유롭고 싶기 때문이죠. 일말의 감염 가능성 때문에 항생제 처방을 남용하는 건 환자와 인류 전체의 건강을 위협하는 의료인의 모럴 해저드라고 봐요.

어차피 항생제 내성은 환자에게 생기니까, 의사는 감염으로 일어날 책임을 완전히 회피해 버리는 거죠.

무분별한 항생제 처방은 몸 안의 미생물을 박멸시켜 몸의 조화와 균형을 깨뜨리고 항생제 내성균을 출현시키는 등 많은 문제를 일으켜요.

전 : 발치 후에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아 감염된 일이 있나 보면 아직은 없거든요.

김 : 임플란트 식립 실패가 거기서 오는 게 아닌데. 감염을 일으키는 세균의 세계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고 항생제 남용이 또 다른 감염 원인일 수 있거든요.

기본적으로 사람의 몸이란 건, ‘나’라는 호모사피엔스는 나와 내 안에 사는 미생물까지 통합해서 바라봐야 해요. 같은 미생물이라도 내 몸의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가 되면 감염될 확률이 높아지죠. 그래서 병원에서 감염이 쉽게 된다고 생각하는 게 대부분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이 오기 때문이에요. 워낙 약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래서 항생제가 더 과하게 사용되는 측면도 있구요.

인터뷰 중인 김철신 편집국장(오른쪽)과 김혜성 원장(왼쪽)

전 : 항생제를 만약 처방하지 않았을 경우에도 감염이 안됐어요. 그러다가 감염이 돼서 나중에라도 먹어도 되는 건가요?

김 : 2015년 1월부터 삼개월간 저희 병원에서 있었던 3만 건의 진료 중에 항생제 처방과 무관한 진료를 빼고 1만2천여 건의 진료 내용을 분석했는데, 수치적으로 보면 13명의 치과의사가 기준이나 과학적인 근거도 없이 각자 개인의 판단에 의존해 항생제를 처방하고 있었어요.

임플란트 1차 수술에서 91%가, 작은 수술에서 60%나 항생제를 처방했더라구요. 그래서 그 때부터 그동안 공부한 미생물학적 근거를 모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교육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저희 병원에서는 발치 후 첫날엔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아요. 만약 그 후에 감염이 생기거나 하면 처방을 해요. 애매한 날이 있긴 하지만, 딱 잘라서 이거다. 라고 말은 못하지만 자기 병원에서의 기준을 분명하게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기본적으로 환자와 소통하고 합의하는 과정인거죠.

사랑니 발치나 임플란트 식립 시에도 중범위의 항생제를 먼저 처방하도록 했어요. 광범위 항생제는 모든 세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내성을 더 크게 하거든요. 또 단순히 습관적으로 항생제를 처방하지 못하도록 처방 이유를 진단서에 표시하도록 하고, 이걸 또 통계를 내서 매달 발표하게 했어요. 그랬더니 항생제 처방이 43%나 줄고, 감염의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구요.

전 : 감염 기준이란 게 사실 좀 애매하죠. 임플란트 한 다음에도 붓거나 아픈 거 잘 모르는 경우도 있고. 기술이 발전해서 그런 것도 있구요. 또 감염환경에 노출되는 시간도 영향을 받구요. 외부적 자극에 의해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경계선이 다양한데 우리의 판단만으로는 이걸 정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에요.

김 : 사실 정말 아무도 몰라요. 폐렴의 경우 며칠 동안 항생제를 처방하면 보통 14일이에요. 그런데 실제 조사에 의하면 항생제 처방 일수에 따른 예후는 차이가 없어요. 안해도 마찬가지구요.

여기서 면역세포가 몰려오고 또 증가해서 감염을 막아내는지는, 그건 생명의 신비에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의 감염을 또 줄이겠다고 항생제를 투여하는 게 과도한 거죠. 생명의 순환과 신비를 무시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우리 몸 안에 있는 수많은 미생물, 그 작은 세계 안에는 모든 생명의 신비가 들어있어요. 그 중에 나를 괴롭힐 수 있는 미생물은 극소수인 100여 종에 불과한데 이것을 다 소독하려고 모든 미생물을 박멸의 대상으로 보는 건 빈대 한 마리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격이거든요.

전 : 감염이란 거 자체가 걸렸다 안결렸다 하는 경계가 없는 일종의 필드인데 말이죠.

김 : 질병에 걸렸다와 건강하다는 그 경계도 애매해요. 가령 감기를 질병으로 볼 것인가 하는 논의부터, 심하게는 동성애를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보던 때도 있었으니까요.

즉, 질병역시도 사회화라는 거죠. 더 많은 것을 병으로 보는 것도 문제에요.

전 :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감염에 대해서도 무지했을 땐 사람이 사람에게 못할짓을 한 시절이 있었죠. 극단적인 예로 감염이 될 수 있는 장기를 죄다 적출해 버린다던가. 충치 생겨서 아프면, 다 뽑아버렸죠.

김철신(이하 철) : 발표하신 연구에서 보면 무치악인 사람일수록 감염도가 낮고 평균수명도 높다고하셨는데, 이건 뭔가요?

김 : 치아 자체가 외부와 몸 내부를 연결하는 거라 치주 포켓이라던지 이런 것을 통해 박테리아에 감염이 더 잘 된다는 거에요. 그런 면에서 본 결과에요.

철 : 외국의 논문 중에 잔존치아 20개를 기준으로 평균 기대수명을 조사했더니 그 이하보다는 기대수명이 2년 정도 높더라구요.  치아가 없으면 평균수명이 높다고 하는 것과는 상충되는 거 같은데….

류재인(이하 류) : 치아가 많으면 감염발생 통로가 많다는 것인데, 치아를 없애자는 게 결론이 아니라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보는 게 맞을 거 같아요.

의학계에서 환원주의 극복해야
'통섭적'으로 환자 보는 게 시작
건강한 환경 만드는 것도 중요

전 : 문재인케어가 극복해야할 지점 중 하나가 여전히 치료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건데, 결국 이건 재정압박으로 귀결되거든요.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주치의처럼 평소 국민들이 건강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돼야한다는 거죠. 병원이 질병을 치료하는 곳일 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건강할 수 있도록 관리해주는 곳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반적 건강 논의에 있어서 질병에 걸리지 않게 하는 그 체계를 만드는 것에 대해 우리 사회의 논의는 아직 빈약하다고 보는데, 김 원장님의 생각은 어떤가요?

김 : 사회전체적으로 건강이나 의료를 바라보는 시각자체가 변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해요. 현재의 의료는 ‘분자생물학’이 기본이거든요. 모든 생물을 쪼개고 쪼개서 보는거요. 흔히 말하는 DNA에요. 그런데 생명과학이란 건 생물을 총체적인 하나의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거죠.

한 사람을 다 쪼갰다가 합친다고 해서 다시 원래 그 사람이 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에요. 모든 의료가 각자의 영역만 보고 있는데, 그렇게 해선 사실 그 사람이 가진 병이 치료되는 것도 극복되는 것도 아니에요. 혈당 떨어졌다고 혈당을 올리고. 그 문제는 해결되지만 그 사람의 건강이 전체적으로 좋아지는 게 아닌 것처럼요.

환원주의 분자학이니 생물학으로 의학의 많은 진보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이제는 거꾸로 가야할 때에요.

전민용 대표

전 : 건강이나 의학 영역에서 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도 통섭이니, 네트워킹이니 하는 개념이 강조되고 있어요. 치과와 의과도 사실 만나야 할 부분도 많고 임상과 예방치료가 유기적 관계로 운영되고 확립돼야만 항생제 처방이 줄고 감기약 처방도 줄여갈 수 있다고 봐요.

어떻게 보면 다빈도 상병에 있는 감염증들을 약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치료하는 게 효율적이기도 하죠.

김 : 감염과 질병에 대한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거죠. 치료가 아니라, 예를 들면 장을 튼튼하게 하는 방법을 연구한다던가, 건강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방향인 거죠.

전 : 예를 들면, 지역에 스포츠 클럽같은 걸 세우고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거죠.

철 : 금연클리닉도 그에 하나죠. 건강행동에 대해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 : 전체적인 치료비용을 낮추면서도 건강을 증진하는 방법인거죠. 임상가에게는 주치의제 등을 통해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겠죠.

의료에 침투한 자본의 확장논리 경계해야
민간이 공적역할 수행 제도적 뒷받침 돼야
홀리스틱 의학 관점에서 생물학 발전할 때

전 : 김 원장님 병원에서는 감염관리에 대한 기준도 있고, 시스템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는데 일반 개원가에서는 어찌보면 쉬운 접근은 아니거든요. 이와 관련해서 한 말씀 해주시자면?

김 : 치과의사들이 더 생물학에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감염이나 항생제 처방을 예방조치로 보는 것을 넘어서서 정확한 판단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전 : 일종의 프로토콜과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가이드라인도 필요하구요. 일반 개원의 입장에서는 원인도 모르는데 어떻게 책임질지 모르는데 함부로 할 수 없을 거 같아요.

김 : 아까 말했지만 치과의사 스스로 생물학, 미생물학에 강해져야 하는 것도 있지만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국가가 감염수가를 만들어 책임을 져야 해요. 모든 걸 민간에 맡기는 것 역시 국가의 모럴 해저드죠.

전 : 이를 위해서는 의료인이 전문가로서 근거기반을 마련해 줘야겠죠.

류 : 의료제도에서 사실 재원이 어디서 오느냐 공이냐 사냐 하는데 다른 얘기가 아니에요. 재원은 사실 개인이에요. 공단에서는 서비스를 제공하지만요. 우리나라 의료는 사실 민간에게 많은 부분이 맡겨져 있지만 이 체계안에서 잘 해 왔고, 민간만이 혹은 공공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공공재원과 맞물려 공사가 어울려 가게 하는 게 중요하죠.

반드시 민간이 이익추구만을 목표한다고 보지 않아요. 공공의 목적을 갖고 공공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게 국가의 몫이죠. 여기서 의사, 의료인을 보는 관점이 또 중요하죠.

김 : 우리나라 의료엔 이미 자본침투가 어떤 형태로든지 만연해 있죠. 법적지위는 비영리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은 계속 확장을 하려고 하니까요. 지금처럼 환원주의의 방식으로 환자를 한 곳에서 치료하지 않고, 환자도 의료쇼핑이란 이름으로 공돌리기 하듯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그렇지만, 이미 우리나라는 의료는 자본화 됐어요. 조심스럽지만 21세기의 가장 큰 자본시장은 인간의 몸이라고 생각해요. 생명공학으로 병원이 돈을 벌고, 사람의 몸을 가지고 시장을 확장하겠다는 욕망은 더 커질 거에요. 우리나라 의료비 전체가 130조고, 치과의료는 10조에요. 의료 공급자 입장에서야 좋은 일이겠지만 점점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가고 있는 건 확실해요.

세계 전체적으로도 생명공학의 흐름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홀리스틱 의학*의 관점에서 분자생물학이 발전해야 한다고 봐요. 의료 자본에 대한 통제는 어찌됐든 돼야한다고 봅니다.

전 : 헬스케어 시스템이 가진 문제가 의료비를 자꾸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가는데 이걸 복합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 차원에서 항생제 처방과 같은 불필요한 것을 정리하는 것에서부터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체계 자체가 다시 만들어져야 해요.

김 : 하지만 가이드라인을 근본적으로는 찬성하진 않아요. 사실 자본은 가이드라인이란 이름으로 그 높고 낮음을 이용해 환자를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이윤을 추구할 수 있거든요. 어찌보면 내부자 논리일 수도 있어요.

철 : 메이저 제약회사들이 에비던스를 관리하고, 논문을 투고 하고 하는 것과도 맞물릴 수 있겠네요.

류 : 의료는 기업과 다른 측면이 있고, 모두가 공감하듯 무분별한 수익을 추구하지 않고 만약 의학이란 도구를 이용해 의료인이 이익을 추구한다는 거 자체에 반감이 있기도 하죠. 결국 국가의 허용도에 달린 것 같아요.

전 : 의료자본과 제약자본의 그 힘과 논리를 제어할 방법이 없어서, 그 지점에서 과거 학생운동 시절처럼 생명주의, 사회시스템 변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상적이긴 하지만, 공론장을 통해 합리성을 찾아가는 게 민주주의제도에도 맞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그 힘을 이용해 국가권력을 통제함에 이어 자본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봐요. 현재의 시스템만으로는 자본의 힘을 막아내긴 힘들어 보여요.

미생물 연구도 좋지만, 앞으로 후손들에게 어떤 사회를 물려줄지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해요.

김 : 이런 논의와 고민을 함께 치과계가 했으면 해요. 치과계 큰 흐름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네요.

 김혜성 원장

*홀리스틱 의학(holistic medicine) :
홀리스틱 의학이라는 개념은 아직 일정하지 않지만 「홀리스틱의학 심포지엄 '87 초록집」에 의하면 현재에는 다음의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1) 전인적 의료라고 보는 방법-임종이나 뇌사ㆍ장기이식등과도 관련되며 의료가 단순한 과학이나 단순한 생명유지 수단이 되고 있다고 비판하고「환자-의료자」의 관계의 재인식을 계획하는 입장. (2) 종합치료라고 보는 방법-현대의학의 치료법만이 아닌, 동양의학, 심신의학, 식품영양, 척추교정학 등의 다른 요법을 고려해서 병용해가는 입장. (3) 혼이나 영성을 포함해서 인간을 보는 입장. (간호학대사전, 1996. 3. 1., 한국사전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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