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부터 시작하는 우리의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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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부터 시작하는 우리의 2018!
  • 차재원
  • 승인 2018.03.0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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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산업구강보건⑧] 한국산업구강보건원 차재원 이사

2018 대한민국!

세월호의 눈물, 참혹함, 그리고 분노를 겪어내며 우리 대한민국은 ‘권력의 사유화’ ‘비판과 실천의 부재’에 대한 많은 반성을 하였고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생각한다. 세월호를 통해서 지극히 평범했던 나와 나의 동료, 선배들이 변화되어 가고 있는 모습을 지금도 바라보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삶에서 타인을 바라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며,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모순과 폐해를 적극적으로 파헤치고 해결해나가는 모습들이 보이곤 한다. 정치권에서는 ‘적폐청산’이라는 깃발이 나부끼고 있으며, 청소년들의 입에서는 ‘정의’라는 말이 자연스레 토론의 주제가 되는 것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시기가 된 것이다. 또한, 우리는 ‘국정농단’이라는 썩어빠진, 구역질 나는 사회지도층의 민낯을 보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촛불 혁명을 통해서 정권교체를 이루어 냈으며, 승리의 역사를 써나가는 자랑스러운 시민이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 연예계 블랙 리스트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역사의 진실이 『택시운전사』라는 이름으로 스크린에 올라갔으며, 『1987』을 통해 시민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대중 속에서 공유할 수 있는 2018년이 된 것이다.

상식이 통하는 나라!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비정상의 나라에서 살아왔는가? 비록 아직도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비정상의 그늘은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조금씩 바뀌어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MBC와 KBS의 정상화를 일부 일단락 짓고 이제 진정한 언론으로 거듭나기 위한 긴 항해가 시작되지 않았는가? 우리는 알고 있다. 다시 한번 권력과의 결탁이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는 시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현재의 우리들이라고 생각한다.

‘악법도 법’이라고 누군가 그랬던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국가정보기관의 간첩단 조작사건, 대선개입 댓글 사건, 하다 하다 이젠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까지 밝혀지고 있는 어처구니가 없는 대한민국을 살고 있기도 하다. ‘국가보안법’이라는 총칼을 양손에 들고 50여 년간 휘두르다가 결국은 총부리를 자신의 목구멍에 집어넣은 형국이다. 방아쇠를 당기라고 강요하지는 않겠다. 상식이 통하는 시민과 법 앞에 심판받는 날들이 다가오길 이성적으로 기다릴 것이다.

세계의 강국 대한민국!?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통계학자가 아니니 모르겠지만, 지니계수 통계치를 쏙 빼버린다 치면, 수치상으로는 경제 대국의 반열에 올라있다고들 한다. 우리 대한민국이. 수치상으로는 대한민국의 경제 수준이 10위권을 왔다 갔다 하는 것 같긴 하다. 그렇다고 치자! 순응으로서의 자본주의가 견고함을 더 해가고 있는 현 수준의 사회에서, 자본의 논리 앞에 무기력해지는 모습들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가?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 속에 영어권 나라에서도 만들어 내지 못한 ‘chaebol’이라는 엄청 무서운 단어를 만들어 낸 것이 세계의 강국 대한민국이다! 한강의 기적을 재벌이 만들어 낸 것인가? 우리의 부모들을 비롯한 ‘노동자’란 이름의 땀이 모여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산업재해의 강국 대한민국!

얼마 전 (사)한국산업구강보건원(이하 산구원) 정기총회 때 ‘노동자 안전보건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업안전보건연구소 조기홍 본부장이 특별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산업재해에 대한 이야기였다. 조기홍 본부장은 산업 재해현장과 노동자의 피해 사례들을 살펴 책임을 방기 하고 예방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는 기업과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했다.

조기홍 본부장은 강연에서 노동자의 건강검진제도가 사업장 특성에 맞게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며, 사업장에도 치과주치의제도가 시행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치과 영역에서 산업재해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게 되는 강연이었다.

나의 개인 치과의원에서도 일 년에 몇 건 정도의 산업재해 환자를 치료하고 있으며, 우연한 기회에 치과산업재해 자문위원이 되어 경기 북부지역의 산재 환자들의 승인 여부에 대한 자문을 일 년이면 수십 건씩 해오고 있기도 하다. 대부분은 외상환자이다. 산업재해 외상환자를 줄이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 정비는 무척 중요해 보인다. 한편, 직업병으로 인정받은 치아부식증에 대한 판정 건은 내 기억으로는 한 건도 없었던 것 같다. 우리 동네에는 치아부식 관련 위험물을 다루는 사업장이 한 군데도 없는 좋은 동네인가보다. 산구원 20년의 역사 속에서 선배들이 어렵게 만들어 놓은 직업병으로 인정받게 된 치아부식증이 감별되지 못하고 있다는 막연한 추측 속에서 후배로서의 반성과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된 것 같다. 어찌됐건, 산업재해에 대한 치과영역에 대한 정리와 대응이 필요하리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구체적 실천이 필요한 시기임에 분명하다. 

2018년도의 산구원!

치과의사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행복하다고 생각을 하며,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치과의사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좋지만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러 선배 치과의사들의 헌신과 봉사, 사회변혁에 앞장서신 분들 덕분에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나 스스로 판단하며 나의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환자의 불신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다른 치과에서 충치가 10개 있다고 했는데, 다시 검사해보고 싶다는 문의가 오곤 한다. 다행히도 환자가 준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의 구강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습관적으로 구강 미러와 쓰리웨이 시린지를 불어댄다. 머릿속으로는 어떻게 환자와 이야기할지를 구상해나가며….

환자에 대한 치료방법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진단은 의사별로 차이가 나는 경우는 거의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르다면 누군가의 진단이 잘못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초기우식의 경우, 임상적으로 굉장히 애매한 경우가 많이 있다고 생각된다. 충치 개수의 차이는 초기우식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 추측해 본다.

초기우식 이야기를 하는 것은, 치아부식 환자를 접할 때, 정확한 진단기준이 없다면, 그리고 치과의사 스스로 직업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면, 직업병으로의 확정 진단 및 치료가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내가 그 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부족함은 물론이지만, 치과의사들에 대한 심도 있는 교육과 진단능력을 높여내는 것이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쉽게 이야기  해서 치과의사들이 잘 모르고 게으르기 때문에 어렵사리 직업병으로 인정받은 치아부식에 대한 관리와 예방, 치료가 미궁 속으로 빠져 있다고 생각한다. 산업구강보건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치과의사가 다시 공부하고 실천해야 할 때란 이야기다. 2018년에는 산구원에서 특수구강검진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다. 같이 해보자는 이야기다.

변혁의 대한민국에서 이제 ‘치과의사’가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실천할 시기가 된 것이다.

다음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연구하고 정책적 제안을 하는 것은 우리 사회를 바꾸어 나가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거론할 여지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치과의사는 나름 똑똑한 전문가 집단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보건의료 영역에서 정책적 미숙함이나, 이론적 근거의 부족함이 드러나는 사안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여러 선배 치과의사들과 보건의료 단체 선배들의 노력이 축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지역 시민 사회 단체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반백발의 어르신(?)들이 앉아 계셨다. 편안한 마음으로 갔다가 인사만 수없이 했던 기억이 있다. 젊은 활동가들의 부재를 안타까워하시는 푸념 섞인 말씀을 한참 하셨던 것 같다.

우리 선배들이 일구고 지켜왔던 ‘건치’ ‘산구원’ 등의 조직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책적 능력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과 더불어 노동자, 시민, 대중과 함께 할 수 있는 실천적 공간의 확보가 필요할 것이며, 뜻을 가진 젊은 치과의사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도전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치과의사로서 ‘정치’가 아닌, 치과의사로서 ‘삶’을 풀어나갈 공간이 ‘산구원’이 되고, ‘건치’가 되어야 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차재원(차앤정치과의원, 한국산업구강보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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