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선거·민주주의·거버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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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협회선거·민주주의·거버넌스
  • 김경일
  • 승인 2018.04.0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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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시론] 김경일 논설위원

3월 23일에 끝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선거결과를 두고 말이 많다.

새로 당선된 최대집 후보의 과거 경력이 이슈화되면서, 의료계를 넘어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그는 ‘자유통일해방군’,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등 극우 단체 활동을 했고, 최근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무죄임을 주장했던 인사다.

그의 강경 투쟁을 지지하는 선거결과와는 달리, 의료계 일부에서는 선거제도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하고, 의사에 대한 인식이 더욱 나빠질 거란 우려도 있다. 사회적으로도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는 있지만, 일종의 가십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도 존재하는 것 같다. 그의 당선은 분명 특이한 부분이 있고 우리가 눈여겨 볼만한 점도 있기에,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는 기성세력인 이전의 의협 지도부가 가볍게 여기거나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문제를 전면적으로 제기했다. 후보가 되기 이전부터, 메르스 35번 의사를 위한 촛불집회, 전임의 폭행한 교수 고발, 태아 사망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산부인과 의사를 위한 집회 참석 등 회원권익에 관한 사항에 앞장섰고, 의협의 무능한 대처를 비판했었다.

최대집 후보는 많은 의사들이 문재인케어가 의사들의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여기고,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확대·재생산했다. 또한,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전임회장의 불신임을 추진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회자 되는 단상에 이마를 찧는 과격한 행동은 이때의 행동이다.

포퓰리스트가 정치의 전면에 등장하는 현실을 분석한 존 주디스는 그의 책 『포퓰리즘의 세계화(메디치 출판)』에서 이들은 기성세력이 경시하거나 무시하는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지적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했다. 그것이 현실성이 떨어지더라도 그렇고, 또한 그렇게 하는 것이 그들의 매력이 된다고도 했다. 이들은 방치된 관심사를 절묘하게 증폭시켜 대중의 기대를 자신들에게 집중시키며, 비타협적 엘리트인 현재 정부와 전면적 투쟁을 유도한다.

의협선거에 직접 대입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어느 정도 지금의 현상을 설명하는 듯하다. 존 주디스는 포퓰리즘의 대두를 비판하기보다는 포퓰리스트가 발흥하는 구조적 원인을 찾아야 하되, 그 실태를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금번 선거에서 드러난 문제는 의료계 내부의 민주주의와 보건의료 거버넌스 측면에서 살필 수 있다.

일단 의사사회 내부에서의 민주주의의 부족을 들 수 있다. 의사의 수가 13만 명에 이르지만, 실재 유권자는 5만여 명이었으며, 6000여 표로 당선되었다. 대의원의 구성과 활동도 일반 의사들의 민의를 담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선거권 확대와 대의원 개혁은 우리 치과계도 숙제로 남아 있는 사안이다.
다음으로 생각해 볼 것은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거버넌스가 취약하다는 점이다. 거버넌스는 한 사회 내에서 합의된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공동의 행동으로 모으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정부와 의료계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주장 역시 근거에 기반하지 않다 보니, 상대를 설득할 여지도 없다. 물론 ‘이해관계’를 전면에 내세우며, 대화조차도 거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의협의 자세와 정부의 자세를 동급으로 볼 수는 없다.

단순히 사안마다 협의하기보다는 지속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체계를 고민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점은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또 하나의 주체인 환자 또는 국민이다. 의료계는 환자 또는 국민을 위해 의료의 질을 높이고 선택권을 보장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부는 환자 또는 국민의 안전과 그들에게 적절한 의료의 제공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주장에서 연결 고리이자 중요한 주체가 바로 환자 내지는 국민이다. 아직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지의 논의는 부족하지만, 보건의료의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데는 이들의 참여는 분명히 필요하다.

상복부 초음파 건보 적용 문제로 충돌이 예고된 상황이다. 과연 사태가 어떻게 흐를지는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치과계를 비롯한 의료계 내부의 민주주의의 문제와 거버넌스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한다.

 

김경일 (건치 구강보건정책연구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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