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방지, 현실적인 '사회적 합의점'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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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방지, 현실적인 '사회적 합의점' 찾기
  • 강민홍 기자
  • 승인 2006.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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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중계] 치과진료실 내 감염방지 좌담회

 

본지에서는 지난 2일 오후 8시부터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3층 세미나실에서 '치과진료실 내 감염방지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는 본지 대표이사인 배강원 원장(모람들치과)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서울 치대 김각균 교수, 대한치과의사협회 전민용 치무이사, 대한치과의사협회 양승욱 고문변호사,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서울경기지부 김형성 사업국장, 윤규승 원장(샘치과), 김동근 원장(뉴욕 BNS치과)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또한 감염방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대한치과의사협회 김현순 문화복지이사가 참관했다. 이날 좌담회를 지상중계 한다.                                                                       편집자


선정적 보도, 그러나 공론화 계기 삼아야…

▲ 본지 배강원 대표이사

배강원(이하 배) : 먼저 바쁘신 중에도 건치신문이 주최하는 좌담회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할 얘기들은 많지만 시간 관계상 오늘 좌담회에서는 MBC PD수첩 방송 이후 국민들과 치계 내의 반응, 감염방지와 관련한 치계의 현 상황 점검, 구체적인 대처방안, 법적·제도적 보완 사항 등 크게 4가지 사안을 논의해 볼 생각이다.

 

배강원 "너무 완벽보다는

현실적인 합의과정 필요"

우선 방송에 대한 평가를 해보자.

전민용(이하 전) : 언젠가는 공론화될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방송이 일정정도 필요한 문제제기를 했다고 보지만, 지나치게 흥행을 의식했는지, '황색 저널리즘'처럼 폭로성, 집단적 매도로 몰고 간 측면은 아쉽다.

감염방지에 공헌하겠다는 언론의 사명감으로 명확한 대안을 제시했다기 보다는 흥행을 의식한 폭로성 보도였다.

얘기 들은 바로는 산부인과와 내과의 내시경 등을 같이 취재했는데, 그 쪽은 다 빼버리고 치과만 부풀려 방송이 나갔다. 이해가 안간다. 어찌 됐든 이번 계기가 전화위복의 기회가 돼야 한다.

배 : 이번 방송 출연으로 몇몇 치과의사들에게 싫은 소리를 듣기도 했다. 직접 방송에 출연한 당사자로서 방송에 대한 느낌을 말해 달라.

김각균(이하 김) : 정확히 94년도 성수대교가 무너질 때였다. 그 때 치협의 종합학술대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점심시간 때 '감염방지' 세미나가 열렸다.

시간대를 점심시간에 잡은 것도 그렇지만, 동시에 '심미'를 주제로 또 하나의 세미나가 열려, 감염방지 세미나 장에는 단 한명도 오지 않았다.

그 때 치협이 '감염방지'에 대해 얼마나 무심하고 무책임한가를 느낀 적이 있다.

그 이후 '감염방지 소홀 문제'가 10년 전에 보도된 바가 있었는데, 치협은 "할 수 있는 만큼은 하고 있으니까 공론화 돼서는 안된다"는 반응이었고 지난 2003년도에는 ADA(미국치과의사회)에서 '감염방지 가이드라인'이 나왔는데, 치협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치협이 주도해서 빨리 해결했어야 하는 문제였는데, 수가 문제 등으로 20년을 넘게 질질 끌어왔다는 것은 할 말이 없는 문제다.

MBC 보도를 탓하고 싶지 않다. 일반 개원의의 억울하다는 입장은 이해가 된다. 누가 가르쳐 주기를 했나, 아니면 강제를 했나? 

▲ 치협 전민용 치무이사

: 치협에게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감염방지와 관련 현실적인 강제력과 집행력을 발휘할 수 있는 힘이 없긴 했지만, 2000년 초부터 타 보건의료단체에 비해 3차례에 걸쳐 감염방지 책자도 내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해 왔다.

 

전민용 "흥행 의식한 폭로성

보도 유감"

그리고 중요한 것은 누구의 책임을 논하기 전에 MBC가 상당히 왜곡되게 보도함으로 인해 치과의사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다.

PD수첩은 파일, 버 등 기본적인 멸균 소독을 하지 않는 극소수 치과의 문제를 전체인양 보도했고, 피해자들의 경우 멸균소독과 감염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에 대한 증거가 없는데도 그런 것처럼 보도했다.

또한 치과 항생제 사용은 실제로는 대부분이 멸균 소독한 기구로 치료하는 발치나 수술 등의 치료 후에 이뤄지는데도 마치 일반적인 치료 이후의 감염가능성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추측 보도하기도 했다.

아울러 공공의료기관이나 대학병원 등의 감염방지 수준이 대부분의 일반 개원가와 별로 다르지 않음에도 이 곳들에 대한 보도는 피하고 개원의들만이 돈 문제 때문에 알면서도 감염방지 노력을 소홀히 한 것처럼 왜곡 보도했다.

: MBC가 가능성을 부풀려 불안감을 조성시킨 측면은 문제가 있는 것같다.

: MBC의 보도 행태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치계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 서울 치대 김각균 교수

담당 PD가 "무슨 조폭 단체도 아니고, 어떻게 치계 전체가 취재를 거부할 수가 있느냐"고 따져 묻더라. 그나마 내가 취재에 협조해 줘서 그 정도로 그쳤다고 생각한다.

 

김각균 "치계의 잘못된 대응이

사건 키웠다"


취재를 거부하거나, "이해해 달라"는 식의 변명보다는 "절대 안된다. 범죄행위다. 우리는 이를 막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대처했어야 했다.

그리고 대학병원의 감염방지 상태나 책임에 대해 언급하면 할 말이 없다.

 : 너무 토론이 '책임'의 문제로 끌려가는 느낌이다. 이제 와서 누구의 탓만 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치계 구성원 모두의 무관심과 안이함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겠는가?

MBC 보도의 가장 큰 피해자라 할 수 있는 개원가의 반응을 들어보자.

김동근 : MBC가 감염방지와 관련해 취재를 하는 것을 치협이 미리 감지했다고 들었다. 사실 치협이 하다 못해 개원가에 미리 이렇게 저렇게 대응해라라고 알려만 줬더라면 이처럼 방송 이후 타격이 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개원의들은 왈가왈부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일단 배우지도 않았고…. 대부분의 개원의들이 달라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형성 : 건치도 책임이 있다. 임상교실에서 '감염방지'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열었을 뿐 별도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 반성하고 있다.


감염방지, 가장 시급한 것은?


 :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서 현재 치과의 현실을 살펴보자. 우선 감염 방지를 위해 어느 정도의 인력과 장비가 필요한지, 무엇부터 고쳐나가야 되는지 등의 문제들을 짚어봐야 할 것같다.

 : 100% 멸균의 문제라기 보다는 어느 수준까지 할 것인가의 '합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개원의들이 전혀 모른다는 것은 좀 차이가 있다. 웬만큼 소독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시급한 것은 핸드피스나 수관 등에 대한 커리큘럼이 대학 교육과정에서 하루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 

: 교차감염에 대한 교육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너무 낮은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단은 개원의들에게 내용을 다 알려주는 것이 급선무다.

어디까지 할 것인가의 합의는 차후의 문제다. 감염 가이드라인 등의 내용을 회원들에게 하루 빨리 공유하고 홍보하는 게 중요하다.

▲ 치협 양승욱 고문변호사

양승욱(이하 양) : 실질적인 데이터들이 확보돼 있어야 한다. 치협에서든 국가에서든 (향후 정책 수립을 위해서라도) 진료실 내 감염위험도 혹은 감염방지와 관련된 실태가 확보돼 있어야 한다.

 

양승욱 "감염 실태와 관련한

실질적인 데이터 구축 필요"

 

이런 것들이 있었더라면 회원들 설득이나 대책마련이 시급히 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현 상황에서는 외국 데이터라도 인용해 대책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같다.

 : 어디까지가 감염 원인이고, 어디까지 노력해야 하는지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시급할 것같다. ADA의 2003년 가이드라인에는 감염 기준을 어디까지로 설정하고 있나?

 : 기존에는 혈액이나 체액(치과는 타액 포함)을 감염의 원인으로 봤는데, 최근에는 바뀌었다. 모든 상황에서 혈액, 체액, 타액, 완전하지 않은 피부도 감염의 소스로 취급하고 있다.

 : 교차감염만 되지 않는다면 되도록 간단히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은가? 현대 의학이 세균 쪽으로 너무 좁아지고 있는 것같다. 그렇게 따지면, 말하는 것도 감염된다.

엄격하게 적용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또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데, 미국과 우리나라의 문화적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 우리 사회의 상황에 맞게 현실적인 기준을 만들 수 있으나, 양승욱 변호사의 말처럼, 우리만의 축적된 에비던스가 없다.

미국 등 간접적 에비던스를 이용해 현실적 기준을 만들려 해도 우리나라가 더 강화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폐결핵 등이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 김동근 원장

: 현실적 기준을 마련하고자 할 때 학문적으로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말고, 실제적으로 일어나는 행태 중 어디까지 고쳐야 되는지 기준을 정해주길 개원가에서는 바라고 있다. 너무 완벽보다는 현실적인 합의과정이 필요한 것같다.

 

김동근 "당장 개원가의 요구는

최소한의 기준 제시"


김동근 : 당장 개원가의 요구는 '이 정도까지는 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기준의 제시다. 

: "우리 학교에서는 감염관리를 이렇게 한다"는 프로토콜을 만들어서 실천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같다.

예를 들어 "우리는 포장 안하는데 이러저러해서 안한다"는 나름대로 이유를 정리하는 것이다. 병원마다 기구가 다르고,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감염 관리의 기준이 다를 수 있다. '교차감염'이 안된다는 것을 합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수관은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라고 본다. 수관에서 나오는 세균들은 감염성 세균은 아니다. 환경성 세균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수관 세균이 득실됨에도 크게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알게된 것은 해야 한다고 본다.


당면 과제, 어떻게 풀어 나갈까?

 : 이제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지를 논의해 보자.

: 치협에서는 TF팀을 구성해 회원들이 따라올 수 있는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각각 치과마다 레벨의 차이가 있어 적정한 수준의 접점을 찾는 게 관건이다.

▲ 윤규승 원장

김동근 : 최근 미국의 대학병원에서 근무를 했었는데, 미국의 대학병원은 프라스틱 비닐 캡을 매 환자마다 바꾼다. 심지어 진료 도중 자리를 떴다가 다시 진료를 해도 장갑을 다시 껴야 한다.

물론 모든 병의원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곳은 환자가 옵션 중 선택사항인 곳도 있다.

 

윤규승 "진료의 위험 정도에

따라 다른 기준 필요"


: 당장 미국의 수준으로 다가가기는 힘들 것이다.

윤규승(이하 윤) : 우리 치과에서도 모든 장비를 다 갖추고 완벽하게 하려는 시도를 해봤다. 그러나 팁 같은 경우는 완벽하게 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래서 고민해 본 건데, 진료의 위험정도에 따라서 기준을 다르게 정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 한다. 치협이 발행한 책자에서는 핸드피스는 무조건 멸균소독을 하라고 하는데, 이럴 경우 다 망가져서 불가능하다.

수관관리의 경우는 하드웨어만 잘 갖추면 가능하다고 본다. 실제 우리 치과는 수관관리는 철저히 되고 있다.

김동근 : 타액을 어떻게 볼 것이냐의 여부가 관건인 것같다. 타액을 감염 소스로 보면 관리를 위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특히, 보험 치료를 주로 하는 치과는 손을 들어야 한다.

핸드피스 소독은 최소한 해야 하는데,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치협이 제시해 줘야 한다.

 : 핸드피스는 1천 회 사용할 수 있어 잘 써야 1년 정도가 수명인데, 가압멸균소독을 하면 원래보다 30% 정도 밖에 수명이 못간다.

: 전체적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치계 내부의 합의도 중요하지만, 보험자의 입장 등 사회적 합의도 중요하다. 문제는 국민들이 그 비용을 사회적 비용으로 생각 안하고 치과의사들이 돈을 안쓴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 건치 서경지부 김형성 사업국장

김형성 : 평균 도출, 표본 도출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평균을 도출하고 그 이후 그 평균을 높이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치과의사가 수동적이라고 한다면, 안함으로 인해 발생하게 될 의료분쟁과 법정 소송비 등이 어느 정도 들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김형성 "평균 도출하고 그 평균을

높이려는 시도 이뤄져야"


"최소한 이정도는 해야 법정 소송에서 막아낼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해 주면 움직이지 않겠는가? 즉, 이행 전략이 있어야 한다.

: 김형성 원장의 제안이 필요하다고는 생각되지만,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것인가는 의문이다.

치과의사들은 돈 문제 보다는 오히려 명예 추락에 더 움직이지 않겠는가?


법제화냐? 자율적 지침이냐?

 : 구강보건팀에서 얼마전 소독 10대 지침이 내려왔다. 이 밖에도 국회의원들의 법안 발의 등 다른 움직임도 조만간 있을 것같다.

마지막으로 감염방지와 관련 정부의 법제화가 필요한지에 대해 논해 보자.

: 오늘 복지부에서 구강보건팀장을 만나 한참을 얘기했다. 복지부는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의 감염방지에 대한 평균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이제 나서야 한다.

개인적으로 치협에서 감염관련 지침과 윤리지침을 마련하고, 자율징계를 할 수 있게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한가지 인지해야 할 부분은 법제화가 국가가 관리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올바르지 않다는 점이다. 법제화 할 경우 오히려 편법만 증가시킬 수도 있다.

오히려 치계 내부에서 윤리나 지침을 마련하고, 자체적으로 자율징계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 우리가 먼저 서둘러야 한다.

 : 사회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최대한의 양질의 진료를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라는 인식전환을 하루 빨리 이뤄내야 한다.

 : 이제 PD수첩으로 인한 개원가의 감정적 대응은 누그러진 것같다. 오늘 자리는 좋은 대응방안을 도출하고, 평균적으로 감염 방지 수준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였다.

오늘 좌담회에서 합의점이나 명쾌한 대안이 제시되지는 못했지만, 좋은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고 생각한다.

향후 치협이나 건치, 대학 모두가 노력을 해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 하면서도 국민들에게 최대한의 양질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나갔으면 한다.

오늘 토론 감사드린다.

(정리) 강민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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