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투표율 57%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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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투표율 57%의 의미는?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8.05.25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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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무효소송단이 쏘아 올린 작은 공…회원의 피로감을 넘을 수 있을까?

이번 제67차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정기대의원 총회에서, 재확인된 것은 선거무효소송에 따른 일련의 과정에 대한 대의원들의 ‘피로감’이었다.

하지만 ‘피로감’을 이유로 제30대 치협 회장단 선거무효소송의 성과마저 ‘덮어놓고’ 갈 일은 아니다. 정말 선거무효소송으로 치과계가 얻은 건 오직 ‘피로감’ 뿐일까?

각자의 해석은 다르지만, 지난 3월 11일 열린 임시 대의원총회에서부터 재선거 일정 및 총회 일정 조정까지 대의원총회 의장단이나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선거무효 판결의 핵심인 ‘자체 규정 비준수’의 교훈을 형식적으로나마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실제로 의장단은 4월 22일로 예정됐던 총회를 재선거 이후인 5월 12일로 연기했다. 이유인즉슨, 치협 정관 제16조 제3항 ‘회장과 선출직 부회장을 제외한 임원은 총회에서 선출한다’, 또 제5항 ‘효율적인 업무처리를 위해 필요할 경우에는 회장이 총회의 위임을 받아 3인 이내의 부회장(상근보험 부회장을 포함한다)을 임명할 수 있다'는 규정 준수를 위함이었다.

선거무효소송이 촉발된 원인은 '선거권 누락 원인'을 회원에게 돌린 최남섭 집행부와 전임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조호구)의 태도 때문이었다. 그러나 선거인단제도나 대의원 선거 시절에 드러나지 않았던 치협 회무 관리 프로그램(KDA Office)의 운영이나 치협과 지부 간의 소통 문제도 사실이었다.

괄목할만한 치협의 대회원 서비스 향상

선거무효소송을 이끈 이들의 가장 큰 성과를 짚자면, 치협 회원들의 오래된 불만 사항이었던 치협의 행정력이 부쩍 좋아진 것이다.

2017년 3월 28일, 대망의 첫 직선제 투표 당일의 아비규환(?)을 떠올려보면 이번 재선거가 얼마나 매끄럽게 진행됐는지 알 수 있다. 당시 뉴스를 찾아보면, 문자투표를 신청했는데 우편투표를 하게 된 회원부터 회원 정보 수정을 치협에 3차례나 요청한 후에야 간신히 수정을 받은 회원, 선거권자임에도 문자 메시지를 받지 못해 콜센터에 수차례 전화를 걸다 분통이 터진 회원 등의 에피소드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물론 선관위 선거관리지원팀의 '보이지 않는 일손' 덕분이기도 했다. 이들은 선거무효소송 판결에 따라, ’회원 정보 수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선관위가 낸 4월 18일 자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지부 및 치협 사무국과의 공조를 통해 총 7차례에 걸쳐 회원 신상정보 및 휴대전화번호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010 외 번호로 파악된 회원을 일일이 확인하며, 총 5,757명에 이르는 회원 정보를 갱신했다.

또 지난 선거에서 투표마감은 오후 8시지만, 오후 6시에 ’칼퇴‘해 회원들의 불만을 증폭시켰던 콜센터 업무도 개선됐다. 선거관리지원팀 부국장 1명, 차장 1명, 과장 3명, 임시직 2명 등 총 7명이 5월 8일 재선거 당일 오전 8시부터 6시까지 약 10시간 동안 1,200여 통의 전화 응대를 하며, 민원을 즉각 처리했다. 그 결과는 57%의 높은 투표율이었다.

'완전히 이기기란 어렵다. 하지만 멋지게 지기란 더 어렵다'는 말을 증명하듯 선거무효소송단의 성과는 치과계 전 구성원의 지지를 얻진 못했지만, “치과계 직접 민주주의의 승리를 이끌고, 회원을 등한시한 치과계 회무 관행 적폐에 경종을 울렸다”는 것이다.

적폐가 한큐에 청산될리는 없다

한편, 선거무효소송단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11일 임시총회와 지난 12일 정기총회에서 대의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며 “(김철수) 협회장이 다 책임진다고 했으니 털고 가자”는 의견에 동조했다.

대의원들은 부산지부가 상정한 '전임 최남섭 집행부 및 선관위 처벌' 안건에 대해 56.7%가 '책임을 묻지 말자'는 데 동의했다. 나머지 38%의 회원들은 “과오를 짚고 책임소재를 가려야 한다”고 피력했으나 미력한 숫자였다.

총회 연기의 핵심이었던 '임명직 부회장 및 이사 선출의 건' 역시 반대의견이 있었지만, 대의원들은 '관례'에 따라 회장 당선인에게 위임해버렸다. 반면, '사회공헌 사업 활성화를 위한 치협 기부금 단체 지정'을 위한 사업추가의 건은 세금 및 리베이트 문제 등 '법에 저촉될까' 우려하며 부결시켰다.

이렇게 정말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은 또다시 '피로감'에 묻혀 자취를 감추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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