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군과 만병통치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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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군과 만병통치약
  • 김의동
  • 승인 2006.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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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화한 한미 FTA협상을 진단한다]⑤

 

언론에서 보도되는 바와 같이 한미 FTA 1차협상이 끝났다.

아직 이견이 많이 존재하고, 합의보지 못한 부분도 많지만 연일 보도되는 언론의 논조나 정부에서 진행하는 광고까지 듣고 있노라면 정부의 협상타결에 대한 의지는 상당히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한미 FTA를 추진하는 정부의 논리는 지극히 단순하며 조금 보태면 순진해 보이기까지 한다.

두 나라간의 무역장벽을 없애고 관세를 없애면 무역이 더욱 활성화되고, 큰 시장을 확보해 수출이 증대되며(수입은 폭증하겠지만), 이는 일자리의 창출과 경제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다.

그리고 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세계화 시대의 대세에 역행하려는 고리타분한 국수주의자 정도로 취급하고 구한말 시대의 대원군 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시장경제나 국제무역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FTA가 경제의 발전이나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기보다 장해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며 정부의 한미 FTA 추진이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첫째, FTA(자유무역협정)는 결코 전세계적인 대세도 아니며, 단순한 시장확대와 관세철폐의 논리만으로 두나라 모두에게 도움이 될 윈-윈의 협상이 아닐 수 있다.

협상의 내용과 결과에 따라 한쪽 나라에는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음을 간과해선 안되는 것이다.

즉, FTA가 정말 좋은 것이니, 이것저것 백번 양보해서라도 FTA는 꼭 체결시켜야 하는 우리 경제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나도 안이하고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멕시코의 예를 보아도 시대의 흐름을 앞서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서둘러 맺은 FTA는 소수의 부자들에게나 도움이 되었지, 다국적기업과 자본의 공세에 수많은 국내기업들이 몰락하고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경제성장률은 예전보다 훨씬 저하되고 빈부의 격차는 더욱 극심해져서 사회불안을 야기할 지경에 이르렀다.

정말 유리한 조건으로 FTA를 맺는다면 또 모르겠으나(거의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여러 가지로 불리한 조건이더라도 무조건 FTA는 체결해야 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라는 것이다.

둘째, FTA협정도 한국과 미국, 두 나라간의 협정일진대, 우리나라는 아주 중요한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처음부터 미국에게 들어주고 협상을 시작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재개,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의 완화, 스크린쿼터 축소, 약값 재평가 개선안의 추진 유보 등 4가지 전제조건은 국민의 건강과 환경, 문화 부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사안들이며, 설사 양보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는 이 카드를 활용해 여러 가지 미국으로부터 유리한 협상조건을 얻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FTA협상 개시의 전제조건으로 미국이 제시한 이 4가지 요구를 그대로 들어줌으로써, 차후 협상은 우리에게 더욱 불리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셋째, 정부의 협상안은 지나치게 밀실 협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가 한미 FTA에 관해 얻을 수 있는 협상자료는 주로 미국에서 나온 것들이며, 미국 의회에 보고된 것들을 통해 역으로 추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정부에서는 공식적인 자료를 몇 장짜리 문건 외에는 거의 내놓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국회의원들에게도 어떤 구체적인 협상안을 가지고 있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 국가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 충분히 정보를 공개하고 국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논의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렇게 정보를 차단한 채로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협상이라면 이는 국민과 국익을 위한 협상이 아니라 소수의 이익을 위한 협상이기 때문 아니겠는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원군도 만병통치약도 아니며, FTA와 진정한 국익에 대한 광범위하고 깊이 있는 연구와 민주적인 토론이다.

김의동 (건치 사업국장, 청구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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