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임신중지 접근권, 여성건강권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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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임신중지 접근권, 여성건강권 보장
  • 건강과대안
  • 승인 2018.07.1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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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대안 칼럼] 여성 재생산 건강권 활동가 '레베카 곰퍼츠' 취재기 ①

본지는 건강 문제를 정치·경제·사회·문화·역사적 맥락에서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과 보건의료 이슈에 관한 정기연재 협약을 체결하고, 오늘(11일)부터 첫 연재를 시작한다.

그 시작으로 건강과 대안은 최근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낙태죄 위헌, 이른바 ‘여성 재생산권’을 둘러싼 보건의료인들과 여성들의 활동을, 네덜란드의 산부인과 의사이자 여성재생산 건강권 활동가인 ‘레베카 곰퍼츠’의 내한 일정을 밀착 취재한 기사를 통해 대해 다룰 예정이다.

레베카 곰퍼츠는 낙태가 불법인 나라의 여성들을 돕기 위해 지난 1998년 ‘파도 위의 여성들(Women on Wave)’를 설립, 공해상에 배를 띄워 여성이 안전하게 임신 중단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임신중단 약물을 나눠 주는 등의 활동을 했다. 이 활동은 지난 2014년 ‘파도 위의 여성들’이란 제목으로 다큐멘터리로 다뤄지기도 했다. 이어 2005년 곰퍼츠는 약물을 나누는 도구를 ‘배’에서 인터넷의 바다로 옮겨 Women on ‘Web’으로 옮겨 임신중단에 관한 원격진료 지원 및 약물을 나눴다. 이곳을 통해 지난 13년간 전 세계 7만여 명의 여성에게 임신중단 약물을 보내고, 50만 건의 요청에 응답했다.

참고로 레베카 곰퍼츠는 건강과대안,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의 초청으로 지난 5일 한국을 찾아 공식 기자간담회를 시작으로 국회토론회, 대중강연회에 나섰으며, 7일에는 ‘낙태죄 폐지 촉구 퍼레이드’까지 참여했다.

기사는 ▲5일 기자간담회 ▲5일 국회토론회 ▲7일 낙태죄 폐지 촉구 퍼레이드 순으로 게재될 예정이다.

- 편집자

레베카 곰퍼츠 초청 공식 기자간담회(자료 제공 = 건강과대안)

“절박한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여성에게 집중하는 것, 그것이 내 일이다.”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모두를 위한 낙태죄폐지 공동행동은 지난 5일 오전 11시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안젤리홀에서 레베카 곰퍼츠 초청 공식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곰퍼츠는 모두 발언을 통해 자신의 방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임신중지를 법적으로 엄격하게 제한하는 나라(1000명 당 34명)와 합법인 나라(1000명 당 37명)의 임신중단율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하며 낙태를 불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근거와 달리, 낙태가 합법인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 사이에서 낙태율은 차이가 없다는 점을 먼저 분명히 했다.
 
“국제적 통계로 볼 때 모든 임신 중 25%는 임신중지로 끝난다. 한국의 경우 매해 약 17만 건의 낙태가 발생하며, 이는 여성 1,000중 16명에 해당하는 숫자다. 그런데 강간이나 임산부에게 매우 위험한 경우라는 의료적 상황을 제외하고 한국은 임신중지권이 보장돼 있지 않다. 결국,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의료서비스 제한은 여성들의 생명과 건강에 매우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즉, 각국의 정치적 이유에 따른 이러한 임신중지 제한들이 여성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것.

곰퍼츠는 “이러한 임신중지권에 대한 제한들은 누구나 자신과 가족의 건강 및 복지에 적합한 생활 수준에 대한 권리가 있고 필요에 따라 의료 및 필요한 사회 복지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는 세계인권선언 25조를 위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신중지 의료서비스 또한 다른 의료서비스 접근권과 마찬가지로 “재정적인 수단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여성은 항상적으로 안전한 임신중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지만, 재정적 자원이 없는 여성은 보통 그렇게 하지도 못한다”면서 이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이유로 임신중지 접근권이 제한되는 경우 이는 여성 건강을 이중으로 위협하게 된다는 것이다.

1998년 공해에 배를 띄워 임신중지가 불법인 나라에서 고통받는 여성들을 위해 안전하게 임신중지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임신중지 약물을 나누어 주는 직접행동을 하는 ‘파도 위의 여성들(Women on Waves)’을 설립 운영해 온 레베카 곰퍼츠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위민온웹(Women on Web)’에 한국 여성들이 임신중지 약물 요청을 하고 있는 상황을 소개하기도 했다.

레베카 곰퍼츠가 2005년 설립·운영하는 위민온웹(Women on Web)에 인공 임신중지 약물을 요청한 여성 1328명에 대한 임신중지를 원하는 이유를 분석. (자료제공 = 건강과대안)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들의 경우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큰 문제로, 그리고 여성 그 개인의 삶에 현재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조건이 아님을 가장 많이 언급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 레베카 곰퍼츠는 “위민온웹 매달 방문자가 100만 명이 넘는다. 우리팀 은 17개의 언어로 50여만 건이 넘는 도움 요청 메일에 응답해 왔다. 우리는 수많은 여성들이 자기 자신의 삶을 위해 가장 좋은 선택이 무엇인지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레베카 곰퍼츠는 자신이 이 일에 뛰어든 계기가 됐던 아프리카에서의 인턴쉽 과정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의사로서 아프리카에서 인턴쉽에 참여하고 있던 시기, 임신중지가 불법인 아프리카에서 겪는 여성들의 어려움을 목격, 사회가 조장하는 각종 스티그마와 부끄러움 등으로 원하지 않은 임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 받지 못하는 수많은 여성들의 고통이, 사실상 매우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곰퍼츠의 자료에 의하면 네덜란드 여성 중 1/4이 임신 중 낙태를 경험했다.

곰퍼츠는 인공임신중지를 위해 보다 더 안전한 방법을 선택하도록 여성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의한 '건강'은 '단순히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라고 설명하며, "건강권과 인권은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 세계 모든 나라가 WHO 회원국인데 WHO는 2005년부터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리스톨을 필수의약품으로 등재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미페프리스톤이 허가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상업적으로 고가로 이 약을 팔고 있는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으며, 안전하지 않은 사용법을 고지하는 등의 여러 문제가 제기 되고 있다. 인공유산유도제인 미페프리스톤은 현재 67개국에서 허가돼 사용되고 있다. WHO는 임신 9주까지는 90~98%의 성공률을 보이는 약물 임신 중절을 우선 권고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18주 임신도 약물 임신중지가 합법적으로 가능하다.

리베카 곰퍼츠 초청 주최 단체인 건강과대안 이상윤 책임연구원은 “임신중지는 한국 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이슈”라며 “곰퍼츠는 각국의 불법과 합법 경계를 넘나들며 여성 재생산 건강권을 위해 싸우고 있다. 우리는 곰퍼츠가 싸우는 방법론 그 자체만이 아니라 왜 그가 이런 직접행동을 통해 전 세계 여성의 임신중지 선택권을 위해 싸우는가에 대해 집중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곰퍼츠가 최근 네덜란드 공해상에서 배를 띄워 하는 활동을 넘어, 드론이나 원격의료 통해 인공임신중지 약물 배달서비스 등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그의 직접행동에서 과연 적법한 의료서비스는 무엇인지, 각국이 정치적 이유로 만들어 놓은 형법이 여성의 인권이나 건강보다 우선할 수 있는지 라는 사회적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유엔경제사회이사회는 '성적 및 생식 보건 권리에 관한 논평'에서 "임신중지에 사용되는 약물을 포함, 필수 의약품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히 바 있다. 곰퍼츠는 임신 중지를 선택하는 여성들이 자신의 선택을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신중지를 하는 여성들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오해가 임신중지권을 여성의 선택권이 아니라 형법으로 가두고 국가와 정부의 제제를 합당한 것으로 부추기는 원인이라는 것.

그는 “나 자신이 작년 한국의 검은시위에 많은 영감을 받았듯이 전 세계 어디서든 자신의 필요에 따라 도움을 요청하는 여성 그들에게 함께 할 것”이라며 “우리에 대한 반격이 거세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성공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함을 잊지 말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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