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정부합동 공청회 “또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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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정부합동 공청회 “또 무산”
  • 이현정 기자
  • 승인 2006.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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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국본, 공청회 저지…1차 협정문 공개 요구

 

▲ 공청회 개회사 중인 김종훈 수석대표
지난 27일 오전 9시 40분부터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한미 FTA 정부합동 공청회’가 파행적인 진행을 거듭하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제반 시민단체들의 거센 항의로 무산됐다.

당초 정부는 다음달 한미 FTA 2차 협상을 앞두고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기 위해 사회 구성원들과 각 분야별 쟁점에 대한 토론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 소속 시민단체들이 한미 FTA 1차 협정문 공개를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 결국 무산됐다.

이 날 공청회가 시작되고 한미 FTA 김종훈 협상 수석대표가 한미 FTA의 의의를 설명한 뒤 “국가 전체에 이익이 된다고 하더라도 농업 등에서 생산량 감소가 잇따를 것이 충분히 예상 된다”는 말을 할 때쯤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 소속 회원들이 강하게 항의하면서 충돌이 시작됐다.

▲ 공청회 중단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
이어 범국본의 박석운 공동집행위원장은 “1차 협정문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2차에 대한 의견개진을 해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협정문을 즉각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이번 공청회 발표자들은 정부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 일색”이라면서 “요식적인 공청회 강행을 중단하고 찬성과 반대 의견을 골고루 배치해 공청회를 재개최하라”고 요구했다.

범국본 회원들은 계속해 공청회장 단상에 올라서 ‘정부는 1차 협정문을 즉각 공개하고 요식행위에 불과한 한·미 FTA 공청회를 당장 중단하라’는 플래카드를 내걸며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이에 오전세션을 취소하고 정회한 후 오후 2시에 다시 입장한 김 수석대표는 오후세션에 앞서 단체들의 요구에 대한 답변 시간을 가졌다.

김 수석대표는 범국본의 협정문 공개요구에 대해 '성동격서(聲東擊西, 상대편에게 그럴듯한 속임수를 써서 공격하는 것을 이르는 말)'를 인용하면서 “우리나라의 FTA 협상 전략이 미국에 노출될 우려가 있어 1차 협정문을 국민들에게 일일이 설명드릴 수 없다”고 공개 요구를 일축했다.

또한 “1차 협상문은 양국의 주장을 묶은 책에 불과하다”는 말로 협정문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공청회 중단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
아울러 공청회 재개최 요구에 대해서는 “자신 권한 밖의 일”이라며 "추후 통보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과 전농을 비롯한 범국본 회원들은 김 수석대표의 답변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이 공청회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자 2차 협상을 앞두고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한 요식행위일 뿐"이라고 공청회 중단을 거듭 촉구했다.

정부와 제반 시민사회단체들 간의 계속되는 충돌로 김 수석대표는 공청회 중단을 선언하고 서둘러 공청회장을 빠져나갔다.

한편, 한미 FTA정부합동 공청회는 지난 2월에도 많은 시민단체들의 항의로 시작 30분 만에 중단된 바 있다.

이로써 내달 10일 2차 협상을 앞둔 정부협상단은 협상에 앞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 아니라 충심으로 국민의 의견을 귀담아 들어야 할 중요한 숙제까지 떠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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