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국제영리병원’ 저지 시민 손에 달려
상태바
‘녹지국제영리병원’ 저지 시민 손에 달려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8.08.10 17: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도 숙의형 민주주의 조례 따라 도민 의견 존중…‘영리’병원 설문 문항 두고 논란도

김대중 정부부터 시작된 의료영리화는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이름만 바꿔가며 꾸준히 추진돼 왔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지난 7월 19일 ‘혁신성장 확산을 위한 의료기기 분야 규제 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 발표를 시작으로,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국회 재논의,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만나 ‘제네릭 약가 인상’을 요청하는 등 더욱 노골적으로 의료산업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박근혜 정권도 한발 물러선 제1호 영리병원이, 자타공인 촛불 정권하에서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반대로, 지금까지 그래왔듯 시민의 힘으로 저지할 수 있는 첨단의 이슈는 제주도 영리병원 설립으로 보인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기본 조례(이하 조례)’를 가진 지자체로, 이 조례 9조에 따르면, 주민들은 제주자치도의 주요정책에 대해 19세 이상 이상 도민 500명 이상의 연서를 받으면 청구인 대표가 도지사에게 숙의형 정책개발을 청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래서 의료민영화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이하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지난 1월 24일부터 일주일간 조례를 근거로 1,067명의 제주도민의 서명을 받아 지난 2월 1일 제주도청에 제출했다.

참고로 제주도민운동본부가 제출한 공론화 조사 청구 내용은 ▲의료민영화 정책 추진에 대한 국내외 공공의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문제 ▲외국의료기관에 대한 국내법인 또는 국내 의료기관의 우회투자 논란 문제 ▲영리병원 추진 사업시행자의 유사사업 경험 논란에 대한 객관적 검증 문제 ▲해당 추진사업에 대한 세부적 사업내용의 타당성 검증 문제 등이다.

조례에 따르면 사업계획이 확정돼 추진 중이거나 처리가 이미 종료된 사업은 청구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규정이 있었으나, 지난 3월 8일 제주도 숙의형 정책개발청구심의회는 “사업계획 승인은 됐지만 허가가 나지 않았으니 현재 진행형”이라는 의견에 만장일치로 ‘숙의형 공론화’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녹지국제영리병원 개설의 최종 허가권을 갖고 있는 원희룡 지사는 당시 문재인 정부가 의료영리화 정책에 부정적인 점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점 등 여론을 의식해, ‘녹지국제병원숙의형공론조사위원회(위원장 허용진 이하 조사위)’에 결정을 미뤘다.

조사위는 지난 4월 17일 정식으로 위원 9명을 최종 위촉했는데, 인원 구성은 공론조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공무원을 배제하고 법조계, 언론, 시민단체, 의료계 등 민간분야에서 추천 받은 자들로 꾸려졌다.

위원으로는 ▲허용진 법률사무소 대표(법조계/위원장) ▲채종헌 한국행정연구원 안전통합연구부장(전문가/부위원장) ▲김형근 법률사무소 대표(법조계) ▲문윤택 제주국제대학교 스마트미디어학과 교수(언론학회) ▲고명희 제주여성인권상담소시설협의회 회장(시민단체) ▲고재문 제주한라대학교 응급구조과 교수(학계) ▲박형근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의료관리학교실 교수(의료계) ▲문한근 한국은행 제주본부 기획조사부장(경제계) ▲김미경 전 인천 부평구 공공갈등조정관(전문가) 등이다.

“잘못된 정책은 제주도도 대한민국 어디도 안돼”

조사위는 지난달 30일과 31일 2차에 걸쳐 도민을 대상으로 찬반 토론을 진행했으며, 이후 도민 3천 명을 대상으로 2주 동안 1차 공론조사를 실시한 후 200명의 도민 참여단을 모집해 2차 공론조사를 진행한단 방침이다. 이어 9월 중순에는 공론조사 결과를 담은 권고안을 도지사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제주도민운동본부 강호진 상임공동대표에 따르면, 설문조사 문항 내용 결정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는 “녹지국제영리병원 이라는 제1호 ‘영리’병원이 제주도와 공공의료에 미치는 영향 등 정책 ‘자체’를 따져야 하는 데 한편에서는 자꾸 설문 문항에서 ‘영리’를 지우고, 녹지국제병원 선호도 조사처럼 만들려 했다“며 ”전에도 도민을 대상으로 영리병원 관련 설문조사를 하면 열에 아홉은 반대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빼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7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결과가 ‘공사재개’라는 결론을 낸 것을 언급하면서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강 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집권과 동시에 말로는 영리병원 정책 폐기를 말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며 “영리병원 관련 법률은 제주도에만 한정 적용되긴 하지만 이 법을 만든 건 정부와 국회를 통해 이뤄진 것인 만큼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영리병원 허용은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1호가 허용되면 2호, 3호는 전례에 따라 손쉽게 될 것”이라며 “도민들과 결합해 배심원 제도의 공정성 담보를 촉구하는 한편, 제주도의 공공의료 확충을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그는  “영리병원은 그 병원 규모를 떠나서 한국의료체계 안으로, 제주도 땅으로 들여올 수 없는 것이다”이라며 “잘못된 제도가 발도 못 붙이도록 함께 힘써 달라”고 당부키도 했다.

한편,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설문문항의 객관성 담보를 호소함과 동시에 도민을 대상으로 ‘영리병원’의 개념과 ‘경제 발전’이라는 허구성을 알리는 데 주력한단 방침이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